매리언의 뒷 뜨락 어김없이 찾아온 봄, 그녀의 집 뜨락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나더니 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뒤뜰에 피어난 노랑 빨강 오렌지 튤립들은 여전히 이 아름답고 천국 같은 캐나다의 화사한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옆집 할머니, 북

요즘 세인트 밸런타인데이 (Saint Valentine Day) 유래와 기원을 모르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몇 가지의 설이 있지만 그중 잘 알려진 것은 남자들의 군대 징집문제로 결혼 금지령이 내려지자 신부였던 밸런타인이 로마 황제의 명을

수십 년 전 남편이 학위를 끝냈던 날 내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그동안 고생했으니 당신의 뜻대로 하겠다, 한국으로 돌아가지 말고 미국에서 살기를 원하느냐?" 솔직히 나는 영주 귀국하여 살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귀국 후 돈을 좀 더 벌고 내

간밤에 스노 스콜이 퍼붓더니 세상이 얼음사탕으로 변했습니다. 멀리 솔숲의 소나무들이 눈과 바람에 쉼 없이 흔들립니다. 일몰 무렵의 시간이지만 하얀 눈꽃들이 솔잎 사이사이로 흩날리는 풍경은 안개가 자욱이 낀 이른 새벽 같습니다. 4월에도 눈이 내리는 이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고민에 빠지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게 무슨 고민이냐고 웃을지 모르지만 내겐 고민이었습니다. 서울 거리를 다니며 들고 다녀야 할 핸드백 때문이었는데 활보하는 20대 여성들의 많은 수가 가짜가 많은, 명품이라고 불

# 작년 추석이었습니다. 명절을 언니 집에서 보내려니 마음이 편하지 않아 잠깐 어딘가로 나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로 마음을 열어놓고 지내는 지인이 보낸 추석 선물은 고가의 호텔 이용권이었습니다. 깜짝놀랐습니다. 아직 자신의 집 한 칸도 없이 전

어느 날, 우연하게도 큰아들이 벗어놓은 구두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아들이 무슨 신발을 신고 다니는지 그저 색상과 모양만 관심을 두었을 뿐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구두의 안과 굽이 내 시선을 끌었던 것입니다. 구두 안, 뒷굽 쪽에 두꺼운

나는 어려서부터 무섭거나 잔인한 영화 드라마는 아예 관람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 작품의 수준이나 배우의 연기, 명성에 관계없이 무조건 공포를 불러오는 영상물은 피하는 편입니다. 어쩔 수 없이 그런 영화나 드라마를 보게 될 때는

노란 장다리꽃, 해바라기꽃이 피는 여름이 오면 나는 항상 하나코(花子)를 떠올리곤 합니다. 어느 여름날 사십이 좀 넘어 보이는 어머니와 함께 우리 집으로 살러 온 하나코는 첫인상이 아주 맑아 보이는 소녀였습니다. 어떤 연유로 오게 된 것인지 그 이유는

늦봄부터 가을까지의 캐나다는 매우 아름답습니다. 긴 겨울이 무려 7개월이나 계속되다가 짧은 봄 여름을 맞는 이곳 사람들에게는 이 시즌이야말로 황금 같은 시간입니다. 유난히 길고 추운 겨울을 지내서인지 부활절 주일이 끝나고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가끔 날더러 같이 있으면 불편할 때가 있다고 불평을 합니다. 깔끔하다는 것이 아마 편안하지 않은가 봅니다. 어쩌면 내가 지나치게 예절과 교양을 따진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원래 천성이 정리 정돈되어 있지 않은 환경을 싫어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철새들이 돌아온 호숫가의 봄을 찾아 나섰습니다. 한적한 공원은 봄의 색깔이 완연했습니다. 혼자 즐기기에는 아까운 풍경들이지만 언제나 그러했듯이 나 홀로 하는 산책길이 누군가의 눈에는 외로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 전 지인 중의 한 사

요즈음 몇 주간 어떤 젊은이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내 생에 열정적으로 남성을 사랑해 본 적이 없었기에 내게는 희귀한 경험이었습니다. 평생 저 사람 아니면 죽는다, 라는 마음으로 오매불망 한 사람을 그리워하며 밤을 꼬박꼬박 새워 본 적이 없었으니 더욱

가끔 여행을 할 때면 들르게 되는 도시에 따라 그 여정이 즐거워지거나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그 도시의 주변 환경과 생동감, 미관, 문화, 그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여행자의 심상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도시가 주는 경관과 느낌

요즈음 새벽에 눈이 뜨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나이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드는 버릇이 건강에도 좋은 것 같아 내심 반가운 중이었습니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눈발이 흩날리고 있는 숲 속을 향하여 집을 나섰습니다. 휘휘 늘어진

그녀는 어디로부터 왔을까. 가끔 기억의 저편에서 걸어 나와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를 때가 많은 그녀, 별로 부유해 보이지도 초라해 보이지도 않는 60대 초반쯤의 그녀는 내가 앉아 있던 테이블로 걸어와 자신의 짐을 내려놓고 마주보며 앉았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모두 내 탓이야. 내가 너들을 망치게 했어.” 이 말을 듣기까지 삼 십 년도 넘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내 몸을 끌어안고 엉엉 우시는 노인과 함께 나도 눈물을, 아니 통곡을 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초로

캐나다 국기에는 빨간 단풍잎이 그려져 있습니다. 단풍잎이 캐나다의 상징일 정도로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때가 많습니다. 설탕단풍나무, 꽃단풍나무, 자작나무와 전나무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언덕, 숲과 초원에서 만들어내는 풍경은 찬란하기 그지없습니다. 형형색

마지막 어머니를 뵈었던 그날은 흘러간 명화의 인상 깊었던 한 장면처럼 떠오릅니다. 시간이 흐르면 잊힌다는데 오히려 선명하게 기억되는 것은 그 이별이 내 가슴에서 지울 수 없을 만큼 슬펐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둑어둑 해 저물녘,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는

한동안 지치게 만들던 폭염이 수그러지고 날씨가 가을날처럼 선선해져 중단했던 걷기 운동을 하러 집을 나섰습니다. 살고 있는 동네가 한적한 곳이어서 언덕을 따라 집들이 드문드문 서있는 곳에 차를 세우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캐나다의 골든 시즌, 최적의 기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