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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 가슴에 멍이 듭니다
이상대 2009년 10월 09일 (금) 04:57:37
농사라고 하지만 주말농장 수준입니다. 수확량이 조금 많을 땐 가까운 지인들과 나눠먹을 수 있을 정도이니 짐작이 갈 것입니다. 짓는 방법도 유기농을 고집하여 품종에 따라 상이하지만 꽤나 힘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 병충해가 적은 것을 골라 재배합니다.

상추 쑥갓 등 각종 쌈 거리, 그리고 돌미나리 옥수수 가지 토마토 오이 콩 고추 호박 등등 채소가 주종입니다. 이렇게 나열하니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만 포기 수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어느 것은 두어 포기가 전부이기도 합니다.

모두 농약을 조금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닐멀칭을 하면 잡초 관리에 아주 좋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키워서 1주일 정도만 어디 갔다가 돌아와도 잡초 정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산골이다 보니 각종 산나물을 비롯하여 버섯 같은 야생식물들이 철따라 다양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야생으로 번식하라고 관심을 가지고 가꾸는 것이 많습니다. 취나물 씀바귀 비름 쇠비름 돌나물 질경이 머위 등을 원래 있던 곳에서 잘 자라도록 주변을 정리하여 주기도 하고 이식하여 밀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저곳에 심어 열심히 가꾸는 나무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두릅나무와 산초나무가 많고 기타 가죽나무 옻나무 오가피나무 등도 약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병충해야 유기농을 하니 감수해야 하지만 유해 조수가 말썽을 부립니다. 대표적으로 서 생원이 옥수수나 호박 등을 건드리는가 하면 멧돼지가 호박넝쿨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건 말 못하는 짐승이 하는 짓이니 어쩔 수 없이 지나칩니다.

심각한 것은 워낙 외진 곳에서 재배하다 보니 어쩌다 조금 이상한 분들이 실례를 합니다. 이게 아주 심한 스트레스를 안겨줍니다. 그분들이야 한두 개라고 하지만 거듭되면 아주 짜증이 납니다. 실망도 보통 실망이 아닙니다.

간혹 현장을 목격하여 절도니 범죄행위니 하면서 언성을 높여보지만 다 부질없는 노릇입니다. 아마 잡초가 많다 보니 방치하거나 농사를 짓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엄연한 논밭이고 경작하는 흔적은 조금만 살펴도 곧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애써 외면하나 봅니다.

표고버섯을 가져갑니다. 두릅을 몰래 따갑니다. 호두와 산초 등에 손을 댑니다. 심지어는 건조 중인 산나물도 없어집니다. 이러니 농사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아주 속이 상합니다.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주 실망스러워 긴 한숨만 나옵니다.

정말 어려운 분이 탐을 낸다면 나누는 마음으로 지나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은 놀러왔다가 탐을 내는 것 같습니다. 그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농사짓는 농사꾼은 견디기 힘든 아픈 심정이 됩니다.

몇 가지 사례입니다. 두릅을 많이 심었다 하였습니다. 심은 것 이외에도 저절로 번식한 것이 주변에 상당히 많지만 제대로 된 것을 하나도 맛볼 수 없습니다. 이른 봄에 가지부터 끊어가기 시작하여 싹이 트면 손가락 한 마디도 안 된 것을 따갑니다.

집 바로 뒤에 있는 것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주 간이 큰 사람은 논에 이식한 것에도 손을 댑니다. 작년부터 이식하기 시작하였는데 이식 후 처음으로 나오는 순도 따 버립니다. 이건 자칫하면 뿌리를 내리기 전에 죽어 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가져가 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고 영양보충이 되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집 부근 양지바른 바위에 돌나물이 야생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아주 잘 자라 상당량을 먹을 수 있었는데 금년 봄엔 자라는 것이 아주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가물어서 제대로 못 자라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이를 아예 집 앞으로 옮겨심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그냥 뜯어 간 것이 아니라 뿌리째 떠간 것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완전 놀부 심보가 아닙니까?

집 근처와 부근 산에 호두나무가 여러 그루 있습니다. 전의 산주(山主)가 수소문하여 좋다는 품종의 호두나무를 상당히 많이 심었습니다. 산을 매수할 당시만 하여도 60여 그루에 묘목도 더러 있었습니다. 짐승을 사육하느라 잘 돌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상당수는 가축 분뇨를 주며 열심히 가꾸었습니다. 정착한 지 3년이 지나 소량이나마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청설모가 욕심을 내는 바람에 거의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관심 밖으로 밀려나니 고사하는 나무가 늘어나 제대로 자란 것은 6 그루에 불과하였습니다. 그 남은 나무를 2년 전 수확기에 보니 호두가 꽤 달려 있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군에서 까치와 청설모를 현상금을 걸어가며 포획하였기에 그나마 남았던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호두를 살펴보니 알이 벌어진 것이 영글어 보였습니다. 집 앞의 것을 급히 따고는 조금 떨어져 있는 나무에 가니 꼭대기에 두어 개가 달랑 매달려 있을 뿐이었습니다. 웬일인가 하면서 다가가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다 따 간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와 일시에 다 따간 것 같았습니다.

호두가 없어진 걸 본 다음 날 집 근처에 있는 산초를 살펴보았습니다. 집으로 올라오는 길가에 상당히 많이 달려 있었는데 살펴보니 그것도 누군가 싹쓸이를 해갔습니다. 얼마 전에 따려다 조금 이른 것 같아 기다려 온 것인데…

급히 약간 떨어져 있는 밭을 가 보았습니다. 거긴 아예 재배를 목적으로 이식까지 한 것이 많아 작년에 상당량을 수확하였던 곳입니다. 차에서 내려 입구 쪽에서부터 살펴보니 산초 열매라곤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들어가 보았으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가 다 훑어간 것입니다.

농사도 제대로 짓지 못하는데 이런 일이 겹치니 아주 실망스럽습니다. 이런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돌을 던지는 사람은 재미나 장난으로 던지지만 물속에 있는 물고기나 개구리에게는 사활이 걸린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 아닙니까? 한숨만 나와 넋두리 삼아 하소연해 봅니다.


글쓴이 이상대님은 경북 영주 태생의 농업인입니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1988년 가을부터 전북 무주에 터를 잡아 자연 속에서 자연인으로 마음 편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처음엔 가축, 주로 염소를 방목 사육하다가 정리한 후 지금은 소규모 영농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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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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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21.XXX.XXX.202)
뻔히 농사 짓는 것인 줄 알텐데 그렇게 싹쓸이을 해 가다니...
경고문을 붙이고, 그럼에도 그런 사람이 있으면 본때를 보여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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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9 23:5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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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8)
글을 읽다보니 참으로 안타깝고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입니다.
야생으로 자라는 것도 함부로 손을 대선 안될터인데,
남의 집터에 가까이에 심어놓은 농사를 맘대로 걷어가는 것도
엄격하게 말하면 도둑질 하는 것 아닌가요?
왜 남의 땅에 심어놓은 것을 훔처가는 것에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까요?

불침번을 세울 수도 없고 답답하군요..
답변달기
2009-10-09 09: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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