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囚人)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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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囚人)의 노래

김창식

2009년 10월 09일 (금) 05:10:36

추석이 며칠 전이었습니다. '추석'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고향'일 것입니다. 이번 연휴에 고향을 찾지 못한 사람이 한 둘이겠습니까만 고향에 가고 싶어도 여의치 않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노숙자, 부랑아, 독거인 그리고 '담장 안에 있는' 사람들…. 영어의 몸이 된 사람의 고향을 향한 그리움을 주제로 한 노래 몇 편을 간추립니다.

수인(囚人)의 노래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노래는 거칠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의 톰 존스(Tom Jones)가 불러 크게 유행한 '고향의 푸른 잔디(The Green Green Grass of Home, 1966년 발표)'입니다. 사형 집행을 앞두고 있는 죄수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노래입니다.

기차에서 내려다 본 옛 고향은 변함이 없네.
금발과 체리 입술의 메리가 날 향해 달려오고
철길 아래 떡갈나무 또한 그대로이건만.

그러나 꿈에서 깨어 보니 사방은 회색빛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목사님의 서글픈 설교가 시린 현실을 일 깨워 줍니다. 돌리 파튼, 조앤 바에즈, 마리안 페이스풀 등이 저마다 독특한 목소리로 불러 나름 감동을 안겨 준 스탠더드 넘버인데 톰 존스의 노래가 제일입니다. 그는 '딜라일라(Delilah)'와 '자랑스러운 메리(Proud Mary. Mary는 배 이름)'를 불러 우리에게 친숙한 영국 가수입니다.

그룹 올랜도와 돈(Orland & Dawn)이 부른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달아줘요(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1973년 발표)'란 노래도 대표적인 수인의 노래였습니다. 형기를 마치고 고향을 찾는 죄수의 아내를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경쾌한 멜로디에 담은 노래였지요.

고향을 찾아가네. 그대여 편지를 보냈어요.
이제 무엇이 내 것이고 무엇이 아닌지 알아야 하죠.
아직 날 원한다면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달아줘요.

이 노래는 특히 가사에 막판 반전이 있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버스 안에서 어렵사리 눈을 들어 쳐다보니 마을 어귀 떡갈나무엔 온통 노란 리본 천지였던 것입니다. 이 노래를 듣는 이들도 덩달아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고 새떼가 일제히 날아오르는 경험을 하였더랬지요. 올랜도와 돈이 불러 히트한 다른 노래로는 '세번 노크하세요(Knock Three Times)'도 있습니다.

얼마전 타계한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가 주연한 영화 '사랑과 영혼(The Ghost, 1990)'에 삽입되어 만인의 심금을 울린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 1965년 발표)'도 원래 수인의 노래입니다.

오, 사랑하는 그대여. 기다려줘요.
외로운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듯.
나 이제 집으로 돌아갑니다.

블루 아이드 소울 듀오 라이처스 브라더스(Righteous Brothers)가 부른 애절한 사랑의 노래입니다. 라이처스 브라더스는 그 밖에도 '썰물(Ebb Tide)', '영혼과 영감(Soul & Inspiration)' 등 소울 풍의 걸작 팝을 불러 일세를 풍미하였습니다.

일상의 자유를 제한 당한 사람들에게는 '담장 밖 세상'의 소소한 일상의 소리들이 못 견디게 그리우리라 여겨집니다. 이를테면 신문 배달 아이의 복도를 뛰어가는 발자국 소리라든가 두부장수의 종소리, 생선장수의 확성기 소리, 동네 아이들의 쾌활한 소성(笑聲), 심지어 119 구급대 소리 등 우리에겐 별 느낌이 없는 소리들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한 어린 소녀에 대한 성폭행 범죄로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고 있습니다. 패륜범이나 파렴치범 등 반 인간적인 범죄를 저지른 자, 권력을 이용해 횡포를 부린 자들은 당연히 법률을 보완해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생계형 범죄를 저질러 자유를 속박 당했거나 한 순간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끔은 헤아려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명절이나 축일이 아니더라도.

*인용한 가사들은 발췌하였으며 일부 순서를 바꾸었음.

김창식 nixland@naver.com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
재학중 독일어로 쓴 소설, 수필, 논문집 간행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 공항지점장 역임
외대문학상(단편), 2008 '한국수필' 신인상 수상
음악, 영화, 문학, 철학적 관점을 감성적 문체로 표현.
blog.naver.com/nixland

홀길 (113.XXX.XXX.94)

ㅇㅇ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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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05 06:3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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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은 (123.XXX.XXX.88)

난 이런 노래들은 마음이 병든자들을 위한 노래로 생각하여 요즘 많이 듣게 해 줬으면 좋겠다 꿈꾸어 봅니다.창식이 형 좋은 노래들 다시 떠올리게 해줘 고마워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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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3 10: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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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110.XXX.XXX.9)

다비님, 한창호님, 김윤옥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도 囚人일지 모른다는 말에 고개가 끄덖여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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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1 14: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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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95)

이런 계절엔 지나온 나날들이 다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생도 어쩌면 어제로 돌아갈 수 없는 영어의 한 형태가 아닐까, 억지를 부려봅니다. 위에 열거하신 많은 노래들을 떠 올릴 때 지금 내가있는 여기가 너무 낯 설고 돌아갈 수 없는 옛 날들이 자꾸만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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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0 23:4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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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호(happy) (112.XXX.XXX.231)

漢字가 재미있지요? 가둘 囚자.네모안에 갖쳐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고향, 친구, 애인,사랑하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가사 의 내용은 자세히는 모른채, 젊었을 때 가끔 듣거나, 가사 일부를 그저 흥얼거려보았던 이들 노래의 내용과 배경을 김 작가님의 예리한 눈으로 이렇게 간추려서 종합하여 주시니까, 더욱 흥미가 있네요. 어떤 개인 사정인지는 모르나 국가 法을 어기고 옥살이를 하고있는 囚人(罪囚보다 듣기에 부드럽지요)들에게도 김 작가님의 글을 전달함과 함께 이런 노래의 의미도 알려주고 들려주었으면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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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0 10: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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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8)

비가 내리는 늦가을 저녁입니다.
수인이란 단어가 비와 함께 촉촉하게 젖어옵니다.
누군들 수인이 되고 싶었겠습니까!!
그런 운명을 타고난 사람들, 슬픈 사람들이지요.
수인들의 노래, 사형집행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의 노래.

무언지 반성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우리도 어쩌면 수인일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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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0 09: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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