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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타작 밥
김덕기 2009년 10월 14일 (수) 01:19:35
이곳 한산리도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됐습니다. 모내기를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벼를 베고 있다니 시간은 정말 빠르게 다가왔습니다.

황금물결을 이루던 논도 벼를 베고 나면 황량해질 것입니다. 황량한 들판에 얼음이 얼고 눈이 내리면 찬바람이 쌩하고 불겠지요. 찬바람이 지나가면 또 봄이 오고, 그러면 모내기를 하고...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모내기 밥과 타작 밥을 먹었던 추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모내기 때보다 타작 때 음식이 더 풍성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타작하는 날은 새벽부터 안팎에서 부산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새벽 서너 시부터 준비하는 모양인데 큰 가마솥에 밥과 국을 끓이고, 두부조림이며 멸치고추볶음의 풍성한 밥상은 군침을 돌게 했습니다.

발로 저을 때마다 윙윙 소리를 내는 탈곡기, 볏단을 내리고 다시 쌓는 소리 등 왁자지껄한 타작하는 날의 모습은 이제 아득한 추억의 저편에 있을 뿐입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는 일꾼들의 흥에 겨운 소리, 김이 뽀얗게 피어오르는 부엌에서 밥 짓는 아낙들의 모습은 이제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요즘 추수는 콤바인과 트럭이 알아서 다 합니다. 논에서 콤바인이 벼 베기와 탈곡을 모두 하기 때문에 앞마당에 높게 쌓았던 볏낱가리도, 풍요의 상징처럼 광에 쌓아 놓은 볏가마니도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콤바인이 탈곡한 벼는 10가마도 더 들어 갈 수 있는 큰 부대에 담겨진 뒤 트럭에 실려 곧바로 정미소로 향합니다. 가을에 가장 바쁜 곳은 정미소인 것 같습니다. 요즘 한산리 정미소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벼를 찧고 있습니다.

타작 밥 역시 추억 속에만 있을 뿐입니다. 요즘은 들판에서 휴대폰으로 부대찌개,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는 시대입니다.

그러다보니 모내기나 추수 때 깊은 정을 나누던 품앗이도 사라진 지 오래 됐습니다. 힘 드는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했던 품앗이가 없어지면서 없는 사람은 더욱 힘들게 됐다며 울상이지만 그것이 농촌의 현실입니다.

콤바인으로 추수하는 모습이 정겨워 보이지 않는 것도 품앗이와 타작 밥이 우리 곁을 떠난 까닭입니다.

김덕기
경기도 동두천 출생. 한국경제신문, 스포츠서울에서 체육기자, 부장으로 근무하며 많은 국내외 스포츠행사를 취재했으며, 스포츠투데이 축구전문 대기자, 한국축구연구소 사무총장을 역임. 현재 고향 가까운 양주시 남면 한산리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영농의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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