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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싸고 몸에 좋은 다이어트 비법 - 『여자, 길에 반하다』
김이경 2009년 10월 27일 (화) 05:57:45
추석을 지나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한 살이 이제는 손대는 곳마다 두툼하게 잡힙니다. 달(月)은 차면 기운다는데 살은 한번 차면 도무지 야윌 줄을 모릅니다. 안 그래도 달덩이 같은 얼굴이 한가위 보름달처럼 둥실한 걸 보고 결심했습니다. 살을 빼자!

문제는 방법입니다. 제가 모델도 아니고, 살을 뺀다고 누가 돈을 줄 것도 아닌데 돈 쓰면서 다이어트를 할 수는 없지요. 값싸고 부작용 없고 재미도 있으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 책을 보는 순간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유혜준이 쓴 『여자, 길에 반하다』입니다.

이 책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여행지 19곳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 여행지이지 사실은 제주 올레를 뺀 나머지 18곳은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여행이라기보다는 산책이란 말이 어울리는 장소들입니다. 수많은 걷기 여행서들이 있지만 제가 이 책에 반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한번 갔다 오면 인생이 바뀐다는 산티아고 같은 데는 엄두도 못 내는 제게, 이 책은 교통카드만 있으면 어디서든 산티아고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해줍니다.

책에는 수도권에 사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봤을 익숙한 곳들이 나옵니다. 남산 벚꽃길, 탄천길, 한강대교, 양재천, 남한산성 등, 주말 나들이로 혹은 아침저녁 운동 삼아 걷던 길들이 하루치 여행코스로 소개됩니다. 그게 무슨 여행코스냐고 비웃는 분들, 일단 한번 가보시라니까요! 보통 10킬로미터가 넘는 길들을 걷다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저도 걷기를 좋아하지만, 하루에 2,30킬로미터는 예사요 40킬로미터까지 걷는 저자를 보니 그 말이 쑥 들어갑니다. 하긴 책을 보니 하루에 100킬로미터를 걷는 울트라 도보 대회에 완주자가 무려 열 명이나 되었답니다. 하루에 100킬로미터라니 그게 무슨 짓인가 싶은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만, 저자 말로는 걷기가 중독성이 있다는군요. 어지간히 걷지 않으면 다리가 근질근질한 것이겠지요.

걷기 중독자는 아니지만 저도 가슴이 답답할 때는 일단 걷습니다. 늘 다니는 도서관을 일부러 산을 넘어 가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는 사직동부터 옥인동을 거쳐 청와대까지 슬슬 걸어 다니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길은 잘 꾸며진 산책로보다 어디로 이어지는지 모를 골목길입니다. 눈에 익은 동네라 해도 길 하나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지고, 이 길 끝에는 뭐가 있을까, 호기심과 불안감이 교차하지요.

며칠 전에는 이 책에도 나오는 서울 성곽길을 혼자 걸었습니다. 인왕산 아래동네는 제가 여러 번 다닌 곳이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골목 하나를 바꿔 들어가니 어디가 어딘지 종잡을 수가 없더군요. 길눈이 어두운 저는 어림짐작으로 걷는 대신 지나던 할머니께 길을 여쭸습니다. 어르신은 어딜 갈 셈이냐고 되물으시더니 알기 쉽게 길을 일러주셨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한 설명 덕분에 저는 최단 코스 하나를 새로 발견했지요.

길을 걷는 즐거움은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인지도 모릅니다. 몇 해 전 옥인동을 걷다가 만난 초등학생 여자아이는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이 납니다. 친구들과 놀다가 낯선 제가 궁금했는지 슬며시 제 옆으로 온 아이. 제가 아름다운 동네에 사는 네가 부럽다고 하자 아이는 어깨를 으쓱하며 저희 집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아버지가 오래 앓다 돌아가신 뒤 엄마는 돈을 벌고 할머니가 집안일을 하신다며, 갑자기 아이는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저기서 우리 아빠가 보고 있어요.”

이 책에도 저자 유혜준이 걸은 길과 함께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여자 혼자 떠난 제주 올레에서 바리스타 출신 어부와 그 유명한 배우 신성일, 가게 주인아줌마가 억지로 짝 지워준(?) 연하의 남자를 만난 이야기를 읽다보면 공연히 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하지만 길에서 만나는 건 산 사람만이 아닙니다. 무덤이 지천인 공동묘지를 걷기도 하고, 길을 잃고 헤매다 홀로 잠든 김처사의 무덤과 조우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죽은 자들과 만나면서, 저자는 “사람이란 산 자와 인연을 맺지만 죽은 자와도 인연을 맺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산 자들의 마을과 이어지는 죽은 자들의 마을, 길은 그렇게 생사의 경계를 넘어 이어집니다.

책을 읽다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길 이야기에 반해 운동화 끈을 조이고 나섰습니다. 만날 어슬렁거릴 게 아니라 이참에 나도 10킬로미터를 걸어보자, 다짐을 했지요. 다 걷고 나면 해냈다는 성취감도 느낄 것이요, 고민하던 군살도 빠질 테니까요. 마침 동네 근처 안산이 책에 나오기에 그 길부터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서대문역을 출발해 안산공원에서 홍연교를 건너 백련사-학골마을-홍제역으로 이어지는 약 10킬로미터 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걷기에 이골이 난 저자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건 당연하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괴로운 건 자꾸만 끊기는 길이었습니다. 무슨 공사가 그리 많은지 사방이 파헤쳐 있어 걷기가 힘들더군요. 오기로 끝까지 걷기는 했습니다만, 다음 도전은 공사들이 끝나서 좀 한가해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도시에 공사가 끝날 날이 오기는 올까요?

사족: 몸무게는 800그램 빠졌습니다. 물만 좀 덜 먹었어도 1킬로그램은 뺐을 텐데, 살짝 후회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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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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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현 (218.XXX.XXX.152)
체부동,누상동,옥인동,통의동,내자동,사직동 등 이 동네에 대한 추억이 많은 저로서는 눈에 골목 골목이 훤하고 지금도 한번씩 갑니다. 지금 가보면 이 좁은 골목에서 내가 살았나 싶은데 여전히 정겨운 동네지요. 제 친구가 제 핸드폰을 보더니 바꿀 때가 되었다고 하는데 안바꾸는 이유는 단 하나, 만보계 기능이 있어 매일 확인을 하는데 10,000이 넘는 날은 그저 흐믓한 생각에 앤드로핀이 막 나오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 돌아와 주로 지하철을 많이 타고 다니는데 만나는 상대들이 기업의 사장급들이라 그런지 꼭 하는 질문이 차는 어디에 두셨냐?인데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하면 표정이 순간적으로 바뀌는것을 보니 아직 걷는 재미를 모르는 선입견에 사로 잡힌 한국 사회의 일면을 보는것 같아 마음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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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0 09: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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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 (218.XXX.XXX.152)
글로만 처음 뵙는 분이기에 퍽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 칼럼을 모두 읽고 얼마나 비대(푸담)하신 분이시나 하여 제목 옆에 실린 김선생님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너무도 곱고 예쁜, 지성미 넘치는 얼굴이시던 데요.
손대는 곳마다 두툼하게 잡히신다고 하셨는데 그러한 몸매가 더 좋아보이실 연세이십니다.
비록 흔히 느낄 수 있는 여성들의 의식일지라도 그 논리와 표현이 퍽 예리하고 부드러워서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일으키기도 하고 깨닫게 하는 글이라 여겨집니다.
참으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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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0 09: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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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ddulnal (118.XXX.XXX.124)
다음에는 물 대신에 2%를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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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7 15: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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