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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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는 없다?

김창식

2009년 10월 29일 (목) 03:26:47

깊어가는 계절 가장 생각나는 작가는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입니다. 가을이 사유와 침잠의 계절, 실존의 계절인 때문이겠지요. 바세도우씨 병에 걸린 퀭한 눈동자와 볼이 움푹 꺼진 카프카의 사진을 대하면 마치 음각화를 보는 듯 그의 고독과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 옵니다.

최근 국내에서 발간된 학술지들을 보면, 카프카가 괴테, 쉴러 등 고전작가나 하인리히 뵐, 귄터 그라스 등 현대작가보다 더 빈번히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실존주의 문학의 비조(鼻祖)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지만, 근자에 유행하는 환상적 리얼리즘 소설도 그에게서 연원을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작품이 논란의 정점에 있는 데에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부조리와 문제점을 다루고 있을 뿐더러, 텍스트가 난해하기 이를 데 없어 여러 각도로 읽힌다는 점도 한 몫을 하는 것 같습니다(메시지의 다중성). 오죽하면 카프카 연구로 학계에 이름난 한 문예사가가 "카프카는 단지 해석되지 않음으로써만 해석 가능하다."라고 했겠습니까.

저도 대학시절 전공이 전공인 만큼 카프카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아니 그에게 심취했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입니다. 무의미한 서사(敍事), 황량한 정신풍토와 분열되는 의식구조를 훈장처럼 주렁주렁 매단 채 '독립적인 자유의지'와 '부조리한 현실의 질곡' 사이에서 갈등하던 제게 카프카는 많은 위안이 되었지요. 어쩌면 카프카로 인해 저의 고민이 더욱 심화되었던 측면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의 작품 중 그레고르 잠자의 '변신'이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있으며, 요제프 카가 나오는 '소송' 등 '고독의 3부작'은 높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일반 독자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카프카의 소품 산문들도 범상치 않습니다. 짧은 산문이지만 한편한편이 여러 뜻으로 읽히는 상징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 중 '작은 우화(Kleine Fabel)'를 소개합니다.

작은 우화(Kleine Fabel)

*"아!",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로 좁아지는구나. 처음에는 하도 좁아서 겁이 났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드디어 좌우로 멀리에서 벽이 보여 행복했었다.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양쪽에서 좁혀드는지 나는 어느새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저 구석에는 덫이 있어, 내가 그리로 달려 들어가고 있다"-"너는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돼"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

* 전영애(서울대 교수) 역

이번엔 아래 글을 보아 주셨으면 합니다.

강안(江岸)에서(Am Ufer)

쥐 한 마리가 강가에서 놀다가 강에 빠졌다. 여느 때 같으면 힘들이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으련만, 장마로 물이 불어 있었고 쥐는 그날따라 허기가 져 있었다. 쥐는 온힘을 다해 헤엄쳐서 강안에 이르러 앞발을 강둑에 걸쳤다. 이제 한 걸음이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한 호흡이 문제였다. 체력이 다한 것이다. 혼미한 정신을 수습하던 중 고양이 한 마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고양이와 쥐가 친한 사이는 될 수 없겠지만 안면이 있는 고양이였다. 쥐는 고양이에게 애타는 구호의 눈길을 보냈다. 이제 고양이가 조금만 거들어주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 고양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얘야, 넌 참으로 용감한 쥐다. 원래 어려움은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란다."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

'강안(江岸)에서'는 부끄럽지만 제가 카프카의 '작은 우화'를 읽고 모방하여 쓴 글입니다. 카프카와 비교해 보면 현저히 글의 밀도가 떨어지고 현시성(現時性)이 결여된 우화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카프카의 글은 짜임새가 있고 극적인 데다, '좁아지는 벽'의 상징을 통해 우화를 넘어 현대인의 내면에 자리한 존재의 불안을 형상화하고 있어 울림이 큽니다. 저는 이 글을 쓰고 나서 적지 않게 실망‧낙담하였고, '카프카의 아류는 있어도 카프카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였습니다. 물론 카프카에 대한 질투심을 느끼진 않았지요. 돌이켜 생각하면 문학에 뜻을 둔 일개 치기어린 청년의 글과 고독한 천재 카프카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테지만….

그 글을 쓴 때가 제대 후 복학한 1973년이었고, 다음 해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 사회로 진출하였습니다. 편리함과 안일함을 택한 것이지요. 그러나 돈과 명예, 사회적 신분을 좇는 보통사람의 길을 걸으면서도 무언가 마음 한구석에 "이게 아닌데…" 하는 채워지지 않은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또다시 많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문득 제가 카프카를 떠난 것이 아니었고 지금껏 카프카가 묘사한 세상에 살아 왔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호수아 (121.XXX.XXX.180)

카프라라는 이름앞에 서성거렸다면 당신은 시대의 패배자였을 것입니다.

그의 선천적인 단절은 이시대의 단절의 벽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절망감만 더하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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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1 14:2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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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27)

오늘은 또 다른 소재로 독자를 궁금하게, 즐겁게 하십니다.
저도 한 때 카프카에 매여보기도 했지요. 그럴수록 알 수 없었던 기억들....
알 수 없어서 더욱 미련이 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쓸쓸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한 번쯤 카프카의 난해한 정신세계를 더듬어보는 것도 이 가을에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억지를 부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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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9 23: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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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8)

아닌체 하며 부인하려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사람의 일생은 끝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삶이 종착으로 달려가 소멸되어질 때까지 그 존재의 불안은 우리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을 것입니다.
우린 고양이 앞의 쥐이니까요!!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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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9 14: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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