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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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원칙

김영환

2009년 11월 09일 (월) 01:45:15

행정중심복합도시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나라당 전 대표 박근혜 의원에게 찬양과 비난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는 행정도시가 여야 합의 사항으로 국민과의 약속이며 정치의 신뢰와 한나라당 존립의 문제라고 말해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모으고 있습니다.

그는 정치의 큰 고비마다 다소 친야적인 입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만 이번 만큼 그의 주장대로 해결될지는 의문입니다. 행정도시 건설은 국가예산 등 40여 조 원의 돈이 투입되어야 하고 이는 상당 부분 국민세금이기 때문이죠. 돈도 돈이지만 정부를 두 쪽 내는 것이기에 통일이후 등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여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려는 식자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습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등 다수의 국가 원로들이 ‘수도 분할’ 백지화 요구를 한 것을 보면 행정도시는 한 지역의 이익이 아니라 국익이 걸린, 중대사라는 것을 절감합니다.

박근혜 의원은 2004년 10월 위헌 판결 받은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을 우회하여 만든 행정도시법을 110건의 법에 파묻어 심야에 표결했던 2005년3월2일 한나라당 대표였습니다. 정세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행정수도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을 위한 행정도시건설특별법안’이라는 장황한 이름의 법안은 투표 177명, 찬성 158명으로 가결되었습니다. 120여 석을 가진 한나라당에선 ‘권고적 찬성 당론’이 부끄럽게 겨우 8명이 찬성했고 12명이 반대했습니다. 충남 논산이 지역구인 자민련 이인제 의원과 민노당 이영순 현애자 의원도 반대했습니다.

본회의가 열리고 있을 때 한나라당은 의원총회 중이었습니다. 본회의에선 안상수 의원이 반대 토론자로 등단, “이렇게 직권상정하고 이렇게 해도 됩니까? 이제 독재 국가입니까? 숫자를 가지고 이렇게 해도 됩니까? “ 라며 항의하는 동안 표결이 이뤄졌습니다. 현재의 야당이라면 어림도 없었을 직권상정은 그렇게 아리송하게 통과되었습니다.

지금 행정도시의 대모(代母)처럼 처신하는 박근혜 의원은 기권했습니다. 자신도 확신 못 하는 것으로 국민을 설득할 수는 없죠. 찬성 버튼이 눌러지지 않았다는군요. 그런 그가 2007년 8월 당 경선 때는 "행복도시법을 통과시킬 때 대표직과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했습니다.

정치생명을 건 것은 박세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현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서울대교수)이었습니다. 그는 ‘역사에 죄짓지 않겠다’며 의원직을 던졌습니다. 그는 최근 언론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했죠. 당시 당 사무총장이었던 친박계 김무성 의원도 거대 야당이었던 16대말 자당 충청권 의원들의 읍소로 ‘엉터리 법(신행정수도법)에 당당하게 나서서 반대하지 못하고 찬성해준 데 대해 반성한다’고 술회했습니다. .

김무성 의원의 말대로 한나라당은 2003년12월 최초의 신행정수도법 통과에 협조했죠.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로 ‘충청권에서 재미를 보아’ 당선되는 것을 보고 다음 해 총선에서 또 다수당이 되어 행정도시를 막는다는 해괴한 셈법이었지만 탄핵파동으로 2004년 4.15 총선에서 물거품이 되었지요. 박근혜 전 대표는 그 해 10월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에서 한나라당이 신행정수도법 통과에 협력한데 대해 공식 사과했습니다.

이처럼 여야 모두 머리 속에 표 생각만 가득찬 한 줌의 정치인들이 저지른 악업(惡業) 때문에 지속되는 논란을 보면서 대체로 우리 정치인들은 고래로 역사에 책임져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가 임진왜란에 책임졌습니까? 한일합방, 혹은 한국동란에 책임을 졌습니까?

균형 발전이라면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는데 ‘수도 분할’이라는 즉흥적인 좌파 포퓰리즘에, 얼빠진 우파들이 들러리를 선 행정도시 건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실 국책사업 짝이 나기 십상입니다.

결국 국익을 좌우할 초거대 이슈는 정치인의 득표 차원을 넘어 박근혜나 정운찬처럼 전면에 나선 이들의 정치적 생명을 요구할 것이 분명합니다. 국민들도 정치인들에게 행정도시 문제를 맡길 것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 국민들이 국민투표로 긴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직접 역사에 책임을 지자는 말씀입니다.

Isabella (57.XXX.XXX.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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