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제도 개선 방안’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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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제도 개선 방안’을 보며

고영회

2009년 11월 10일 (화) 01:34:12

정부는 서비스산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전문자격사 시장 선진화 방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 확정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라고 합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교육,의료,법률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서 제시한 방안은 ‘①전문직 사이의 동업 허용 ②자격 미보유자의 전문자격 법인 설립 허용 ③전문가 단체 가입 임의화’가 주요 내용이고,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전문자격사는 변호사 변리사 법무사 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의사 약사 감정평가사 9개 분야로 약 30만명이 해당된다고 합니다.

제도는, 일정한 자질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특정 분야 업무를 한다면 일반인들에게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일은 자격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도록 제한합니다. 해당 전문자격사가 그 분야의 일을 직접 처리하도록 기획된 것이 전문자격사제도입니다. 그 외 동업제한, 법인설립제한, 협회나 단체 의무가입 등 조치들이 규정되어 있는 것은 진입장벽이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는 의도 같습니다.

먼저 전문직 사이의 동업을 허용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를 살펴봅니다. 현대 사회의 사건은 복잡하여 어느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법률문제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기술, 특허, 회계, 의료, 무역 등 여러 분야의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야 합니다. 따라서 한 사무소에 여러 분야 전문가가 모여 있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실제로 법률사무소에서는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가가 동업하거나 고용하거나 동업하고 있으며, 특허법률사무소에서는 변호사, 회계사, 기술사 등을 고용하거나 동업하고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런데 각 분야 전문 자격사는 법에서 따라 다른 전문가(비자격자)와 제휴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서류상 각자 사무소를 내고 일을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을 것입니다. 동업제한을 없앤다면 현실과 제도를 일치시키고 전문분야끼리 협력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비자격자가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실제 업무를 처리하는(의사가 직접 진료하거나 치료하고, 변호사가 직접 법정에서 진술하는 등) 사람이 자격자이면 되지 자격자를 고용하는 법인의 대표가 반드시 자격을 보유한 사람이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솔직히 아무리 포장을 잘 한다고 하더라도 전문자격사들이 소속되는 법인 자체가 공익 조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익성을 얘기하지만 그 법인들은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전문 자격사는 각자가 전문가로서 직업적인 윤리를 지키면서 활동하는 것으로 공익성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누가 자본을 투자하느냐의 문제는 공익성과 관련이 별로 없다고 봅니다.

원칙적인 문제를 떠나 자격사가 자본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그들이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가 왜곡되어 일반인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면 이를 고려하여 비자격자의 법인설립 허용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법률부분에서는,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 후 5년 이내에 법률시장이 개방되도록 협상이 완료되어 있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전문가 단체를 임의단체로 하고 협회가입도 임의로 하는 문제는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는 전문가 단체가 공익에 무엇을 얼마나 기여하느냐에 따라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전문가 단체가 해당 직역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주임무라면 굳이 의무가입제를 유지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외국의 상대 단체와 실질적인 업무 협상을 주도하는 데 해당 분야의 단체가 여러 개 있어 대표성을 가진 대화상대를 정하기 어려워 국익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하겠습니다.

전문가 단체를 임의단체로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에서 규제개혁으로 추진했던 과거가 생각납니다. 그때 변호사단체를 비롯한 모든 협회와 단체들을 모두 임의단체화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 계획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힘이 있는 단체는 모두 버틸 때까지 버텼습니다. 버틸 힘이 없었던 단체, 주로 과학기술계단체(기술사회, 건축사회, 변리사회 등)들은 정부 힘에 밀려 임의단체로 바뀌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이들 단체들은 힘이 없어 직역 다툼에서 밀리고 있었는데 임의가입으로 무장해제까지 당했습니다. 이런 과거 경험을 되돌아 보면, 계획은 신중하게 세우고, 일단 계획이 마련되면 예외를 두지 않고 끝까지 추진해야 합니다. 가다가 일부라도 완수하지 못할 것이 생길 것 같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다가 서버리면 간 것만큼 상처투성이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이 투입되는 곳이 법률과 의료분야인데 외화를 벌어들이기는커녕 오히려 외화수지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면 곤란한 일입니다. 그들은 부가가치를 생산하여 우리 사회에 되돌림으로써 사회적인 책임을 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차제에 자격사법에서 업무영역이 포괄적으로 너무 넓게 규정되어 있는 제도도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제도 때문에 예전에 없던 새로운 분야가 생기고 그 분야를 처리할 전문가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전문가가 설 땅이 없어 주저앉게 만드는 그런 환경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세계를 무대로 경쟁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은 국익에 직결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경쟁력 있는 전문가를 길러낼 수 있는 제도로 개선되길 기대합니다.

홍윤진 (119.XXX.XXX.235)

잘 읽어 보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있읍니다.
저도 30여년 환경전문 언론에서 종사해 오고있어 더욱더 공감합니다.
여기에 제 의견을 해도될지?
이번 제도개선은 전문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이아니고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국민, 즉 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위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개선방안이 정립되어야 글로벌시대에 한국인의 역량과 역할을 세계적 선진수준으로 끌어올려 대한민국의 위상 정립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왠지 고영회님의 글을 접하다보니 가까움을 느껴 쓴 글이오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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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5 14: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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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응 (119.XXX.XXX.235)

11월 12일(목) 동아일보에 관련 기사를 읽었습니다.
내용을 본 후 생각이 미쳐 정리 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는데 대신 정리해 주신 것 같습니다.
좋은 의견에 감사 드립니다. 김 낙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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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5 14: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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