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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부대
김흥숙 2009년 11월 11일 (수) 02:19:18
정운찬 총리가 지난 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731부대를 ‘항일 독립군부대’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자유선진당의 박선영 의원이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에 대한 정부 정책을 물으며 마루타와 731부대를 아느냐고 묻자, 마루타는 전쟁포로, 731부대는 항일독립군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는 겁니다. 부디 어린 학생들은 이 사실을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를 몰라도 총리가 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안 되니까요.

정 총리는 박 의원의 질문이 끝나고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이 질문하는 도중 “조금 전 박선영 의원의 질문에 급히 답변 드리는 과정에서 문장을 마치지 못해 731부대와 관련, 항일독립군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뒤이어 ‘메모를 보며’ 731부대는 일본이 항일독립군에 치명적 타격을 가한 세균전을 위해 운영하던 부대라고 정정했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선 총리가 제 나라 사람들을 생체실험 도구로 이용한 일본 부대를 ‘항일독립군’이라 했다고 비난이 빗발칩니다. 민주당의 송두영 부대변인은 정 총리 발언 후 “너무 황당해 말문이 막힌다. 국제 망신거리다. 외신에 보도될까 더욱 염려스럽다.”라고 했습니다.

송 부대변인은 또 “정 총리는 오늘 나치를 레지스탕스라고 말한 것과 같다”며, 731부대는 일제 관동군 산하 세균전 부대로 전쟁포로와 민간인 3,000여명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자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래 그만큼 알고 있었는지, 정 총리의 발언이 문제가 된 후 찾아보아 안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송 부대변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주국 군관에 지원하면서 혈서를 제출했다는 기사가 실린 만주신문이 공개됐다며, “정운찬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립군에 지원한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실까봐 더욱 염려된다.”고 비꼬았습니다.

정운찬 씨와 마찬가지로 서울대학교 경제학 교수와 총장을 지내고 국무총리를 지낸 이현재 씨는 오래전, 자신이 가졌던 여러 가지 직책 중에 서울대학교 교수 자리가 제일 좋았다고 했습니다. 총장은 행정을 해야 하니 신경 써야 할 게 많고, 총리는 정치인의 자리이니 탈도 많고 말도 많지만, 서울대학교 교수는 어딜 가나 대우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30여 년 동안 대우 받는 자리에 있던 정 총리가 자신을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속사포 질문에 당황하여 731부대와 마루타에 대해 ‘실언’을 하게 된 건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정 총리의 말처럼 “급히 답변드리는 과정에서 문장을 마치지 못”해 초래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정 총리가 731부대와 마루타에 대해 정말로 몰랐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1948년생인 정 총리가 고등학교에 재학하던 1960년대에는 731부대와 마루타에 대해 밝혀진 게 별로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만주국 군관이 되면 “일본인으로서 수치스럽지 않을 만큼의 정신과 기백”으로 목숨을 다해 충성하겠다고 호소했던 박정희 대통령 치하였으니 밝혀진 게 있었다 해도 교육과정에는 포함되지 않았을 겁니다.

독자 중에도 모르는 분이 있을 수 있으니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731부대는 2차 중일전쟁(1937-1945)과 2차 세계대전 중 비밀리에 세균전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수행하던 일본군 부대입니다. 2002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세균전 범죄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일본의 세균전과 인체 실험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58만 명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통나무’라는 뜻의 ‘마루타(丸太)’는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삼은 잔인한 프로젝트의 암호명이며, 그렇게 부른 이유는 일본군이 지방당국에 그 실험시설을 제재소라고 알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1932년 3월 1일 만주를 접수하여 만주국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니 193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주국 군관에 재도전했다는 건 바로 일본군에 지원했다는 뜻입니다.

실험대상은 평범한 범죄자부터 항일 빨치산, 정치범,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 선발했으며, 어린 아기, 노인, 임신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는 95퍼센트의 희생자가 중국인과 한국인이었으며, 나머지 5퍼센트는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제도에서 온 사람들과 소수의 연합국 출신 포로들이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일본군은 이들을 마취도 없이 생체실험에 이용했으며, 일부러 온갖 질병에 감염시킨 후 병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했는가 하면, 임신부를 실험하기 위해 의사들이 여자들을 임신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유아사 켄이라는 일본인 의사는 2007년 일본에서 발행되는 영문 일간지 ‘재팬 타임스(The Japan Times)’에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처음에 생체실험을 할 때는 두려웠으나 두 번째부터는 훨씬 수월했고 세 번째에는 기꺼이 하고 싶었다.” 그는 의사들을 비롯해 1,000여 명이 중국 본토에서 이런 실험에 가담했다고 말했습니다. 731부대가 8개 부서에 3,000명을 가진 조직으로까지 확대되었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교수는 전문직이라 자기 분야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모르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비난을 받거나 수모를 겪진 않습니다. 그러나 총리는 다릅니다. 엊그제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 총리는 “총리 된 지 이제 한 달 됐는데, 어떻게 모든 걸 다 알 수 있느냐”고 반문했지만 총리와 대통령은 역사를, 적어도 제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알아야 합니다. 그걸 알아야 나라의 미래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아니 총리와 대통령만이 아니라 공직에 있는 사람들,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공무원을 뽑을 때 국사(國史)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이상한 것은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고급공무원 시험과목에 국사가 빠져 있다는 겁니다. 6·7·8·9급 시험엔 들어있는 ‘한국사’가 5급 시험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외교통상직렬(외무고등고시)의 1차 시험엔 언어논리영역, 자료해석영역, 상황판단영역, 영어가 필수 과목이고, 2차 시험 필수과목은 영어, 국제정치학, 국제법, 경제학, 선택 과목은 독어, 불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중 하나입니다. 행정고등고시도 그렇습니다. 고급공무원은 한국사와 같은 개별 과목 지식보다 자료를 해석하고 상황을 판단하는 등의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2005년부터 한국사 시험을 폐지했다고 합니다.

역사를 모르면서 자료를 정확히 해석하고 상황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저는 공무원들, 특히 고급공무원들은 누구나 국사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 총리처럼 머리가 좋고 공부 잘하던 학생도 나이가 들고 자기 전공과목에만 매달리게 되면 중고교시절에 배운 국사를 잊기 마련입니다. 특히 외국에서 열심히 유학 생활을 한 사람이 제 나라에 대해 갖고 있던 지식을 잃는 건 쉬운 일입니다. 사람의 기억 능력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러니 시험을 치러 고급공무원이 되었든 정치적으로 임명이 되었든 모두 국사교육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이는 몰라도 대부분의 국민이 알고 있는 만큼은 알아야 국민이 생각하는 것과 아주 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을 테니까요.

너무나 바빠서 따로 교육 받을 시간이 없다면 우선 이제 막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을 일독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친일의 기록을 읽으며 항일의 역사를 생각하다 보면, 일본군 부대를 항일독립군이라고는 하는 식의 실언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교수를 하다 죽은 사람의 묘비에도 "OOO학생지묘"라고 쓰는 건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배워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학생이 되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총리든 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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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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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웅 (218.XXX.XXX.152)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유행가가 현세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읍니다. 괜히 입만 아프고 손놀림만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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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3 14: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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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8)
독립군과 731부대를 혼동하신 총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하기야 국사에는 731부대가 일본부대라고 어려선 국사책에서 배운적은 없고
오직 크고나서 스스로 읽은 책에서 배운것입니다.

그렇다면 총리께선 책을 많이 읽지 않으신 분입니다.
저도 책을 우연히 사서 읽기전엔 몰랐으니까요. 마루타를 쓴 그 유명한 일본 생체실험을 했던 부대란 것을..

그저 각설하고 국사를 선택으로 한 사항은 심히 부끄럽고 잘못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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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3 01: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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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37)
역사와 고전을 공부하셔야 되겠습니다.쇼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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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13: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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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218.XXX.XXX.152)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제가 59년도에 미국 유학을 갔을 때 문교부의 국사 시험 때문에 하마터면 애써 얻은 장학금울 놓칠 뻔 했습니다. 국사를 몰라서가 아니고 문제가 엉뚱했기 때문이었는데 국무총리와 같은 요직에 오르려면 상식적인 것들은 으레 알아야 합니다. 그분이 731 부대를 항일독립운동부대로 착각한 것은 일시적 실수라고 치더라도 요직에 임명되는 사람들은 그런 실수를 하면 개인 망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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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11: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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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근 (218.XXX.XXX.152)
참 기막힌 논리구먼. 마루타,731부대를 모르면 국사를 모르는 사람이고, 고위공직에 자격이 없다는 궤변인데...나는 정운찬을 옹호하는 사람은 아니오. 그러나 이런 편협된 논리는 친구들과 잡담할 때나 해 주세요. 이런 곳에 기고하지 말고...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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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2 11: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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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210.XXX.XXX.230)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중 - 질문을 하거나 아직 모른다는 사실을 선생님께 말해서 자신의 현재 수준을 알리지 않는 한 우리는 배우지도 발전하지도 못한다. 아는척은 언젠가 반드시 탄로나므로 오랫동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배움의 첫 단계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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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2: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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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림 (218.XXX.XXX.152)
붓은 총보다 강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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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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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 (210.XXX.XXX.230)
학생이 되는 걸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총리든 누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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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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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23.XXX.XXX.42)
통독 20년에 우리는 무얼 했는가?
우리의 지도자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가졌다면 도도한 역사의 흐름을 거역하는 행동들을 하고 있을까? 장벽의 무너진 배경과 20년의 노력이 독일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우리의 지도자들은 제대로 알고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는가?
남과 북과 만주는 왜 연방체제를 추구하지 않는가? 북과 만주에 대해서는 왜"우리가 남이가?" 하는 말들을 하지 않아야되나......
선진국의 역사 교육방식을 우리의 지도자들도 공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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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10: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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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35)
이 나라의 인재를 키우는 교육에서, 이 나라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뽑는 시험에서 '국어와 국사'가 필수 아니라니 얼마나 어이없는 일입니까? 선진국이면서 이런 식으로 된 나라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선진국이 될 순 없지요...
지적 잘 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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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09: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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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철 (218.XXX.XXX.152)
너무 정확하고 시원한 지적입니다. 항상 읽고 있지만 현 정권하에서 이루어지는 여러가지 이상한 처사들에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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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09: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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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118.XXX.XXX.158)
국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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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09: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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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220.XXX.XXX.175)
세상의 모든 씨앗은 발아할 때 뿌리부터 나옵니다
그것은 삶의 근원은 뿌리이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뿌리는 그 나라의 역사입니다~~
일반인도 아닌 총리가 그렇게 봉사 문고리를 잡고 있으니 울 나라 걱정 됩니다.
한 두 해도 아닌 수 십년을 지배당한 일제의 만행을 한번이라도 곱씹었다면 731부대와 마루타를 모를리 없겠지요?

말씀대로 민족사관이 서있지 않은 사람들은 공직에 머물 이유도 자격도 없습니!
급수에 상관없이 모든 공채의 필수과목에 국사가 포함되어야 합니다.
뿌리 없는 나무는 말라죽기 때문입니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국사는 필수과목이어야 합니다1
이것은 상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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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11 07: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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