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려운 황새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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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어려운 황새 복원

박시룡

2009년 11월 13일 (금) 00:43:28

황새 복원사업 14년째, 새끼 두 마리에서 시작한 이 사업으로 지금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황새 개체 수가 76마리로 불어났습니다. 내년이면 100마리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황새 발목잡기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황새는 돈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국회의원 두 분이 앞으로 3년간 지원키로 한 황새 복원예산 180억원이 잘못 책정되었다고 주장하여 시비를 가리고 있다고 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6월 말 문화재청이 충남 예산을 황새마을로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10월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누군가가 예산군에 송전탑이 많다며 그 지역을 선정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제보를 했다고 합니다. 그 후 국회 문광위원회 국감 때는 서면으로 질의가 오갔는데, 정작 문화재청 국감 때는 더 큰 이슈가 많아서인지 이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예산문제로 시비가 걸려 황새 복원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는지는 12월 말까지 가봐야 한다고 합니다. 내년에 황새마을을 조성하려던 기본 구상은 지금 전면 중지된 상태입니다.

한 종을 자연에 되살리는 일에 그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느냐고 반문하는 분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황새가 사라진 것은 단번에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1950년 이후 농약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그러다가 1971년 마지막으로 충북 음성군에서 한 쌍이 발견됐으나 발견 3일 만에 수컷은 총 맞아 죽고 암컷 혼자 살다가 15년 전 서울대공원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농약이 없었을 때, 우리는 보릿고개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면서부터 생산량이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물론 식습관이 바뀐 것도 있지만 쌀이 남아돌아간다고 아우성이지요. 이런 농산물 생산량의 증가는 바로 황새의 목숨과 바꾼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황새 복원예산 180억원에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에 황새 야생복귀를 앞두고 인공서식지를 만들어 황새 2마리와 함께 벼를 재배했습니다. 황새를 위해서 농약과 비료는 절대 쓰지 않았습니다. 순전히 생물다양성을 이용해 땅 힘으로만 농사를 지었습니다. 벼의 수확량은 조금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맛은 비료를 주고 농사지은 것과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농약도 치지 않았으니, 이쯤 되면 황새를 되살릴 만하지 않나요?

소설가 고 박경리 선생이 강원도 원주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어느 일간지와 인터뷰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면 땅이 해충에 대항할 힘이 생기고, 작물도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거든. 근데 유기농을 시작하는데 뒷받침이 없으니 농민들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거예요. 내가 농사를 지으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불쑥불쑥 화가 치미는 건 우리의 가장 근본인 땅을 살리려는 정치가가 한 명도 없다는 거예요. 옛날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 그러니 자연히 농민들의 죄의식이 없어지고 수확하기 위해 농약을 쓰고 하는 일이 합리화돼 버리지. 죽은 땅도 땅이지만 정신이 죽은 게 제일 마음 아프지.”

우리가 잘 먹고 살기 위해 죽였던 황새를 다시 살리는 것은 바로 죽은 땅도 살리고 우리의 정신을 살리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본도 우리와 똑같이 1971년에 황새가 멸종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자연에 되돌리면서 국고와 지방비를 합쳐 약 800억원의 예산을 썼습니다. 우리보다 돈이 많은 나라이니 800억 원이 얼마 되지 않을지 모르나, 실제 일본에 비해 우리의 경제, 물가수준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우리는 약 400억 원 정도가 맞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예산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깎이고 깎여 그 절반 수준 이하로 내려갔습니다. 12월말까지 기다려봐야 알 것 같다는데, 얼마나 더 깎일지, 아니면 아예 걷어치우라고 할는지 모르겠습니다.

문화재청이 마련한 황새 복원 사업비는 3~4년 동안 180억원(국고 90억, 지방비 9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10만㎡의 토지를 매입해 인공습지와 황새 야생화훈련장, 번식장 등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또 황새 문화관 및 실험동 건립비로 총예산 가운데 금년에 14억 원을 국고로 신청했는데, 20일부터 국회 예결위 심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황새는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도 황새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황새를 살리는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재물이 있는 곳에 마음도 간다는 말, 오늘 바로 황새가 우리에게 해주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