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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흑자 예산
신아연 2009년 11월 20일 (금) 00:47:06
올해도 어느 새 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새로 한 해를 시작하면서 전에 없던 버릇으로 ,한 달, 한 달을 의식하면서 보냈습니다. 가능하면 일주일, 하루 단위로 시간을 끊어서 ‘그것’들이 어떻게 새어나가는지 감시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마치 돈이 헛되게 나가는 것을 관리하기 위해 가계부를 쓰듯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리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해 봤자 별 소용도 없었지만요. 가계부를 쓴다고 해서 써야 할 돈을 안 쓸 수도 없고, 낭비를 철저히 막아낼 수도 없으니, 공연히 어설프게 가계부를 썼다가는 돈 관리를 제대로 못한 자책만 선명해지는 것처럼, 시간의 누수를 막아보겠다는 시도는 결국 시간을 함부로 쓴 사실만 깨닫게 했습니다.

적자 가계부를 결산할 때의 쓰린 심정으로 얼추 다 지나가 버린 1년을 돌아봅니다. 제일 후회되는 것이 그깟 글 나부랭이를 쓴답시고 ‘개긴 시간’이 너무 많았다는 것입니다.
짧은 글 한편을 쓰는 데 대략 세 시간 정도가 걸린다면 ‘ 언제까지 글을 써서 보내야 하는데..’하면서 며칠 전부터 전전긍긍했던 것은 빼고라도, 컴퓨터 앞에서 ‘순수히’ 개기는 시간만 두어 시간쯤 됩니다. 아무 ‘쓰잘데기 없는’ 이런저런 인터넷 사이트를 들락거리고, 습관처럼 커피를 타 마셔서 일부러 설거지 거리를 만들고, 공연히 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낭비한 시간입니다.

마치 공부하라고 하면 그 때부터 책상정리를 시작하는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하는 짓과 유사합니다. 걔네들은 겨우 좌정하고 한 자 들여다보노라면 갑자기 전화할 데가 생각난다지 않습니까. 책을 옆구리에 낀 채 잠깐 전화 한 통화만 하고 마음을 잡으려는데 하필 밥 먹을 시간이 되지요. 하루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줄창 책을 붙들고 있었으니 제 딴엔 온종일 공부를 한 것 같겠지요. 저 역시 한 세 시간이면 끝날 글을 몇 시간씩 붙어서 몸살을 앓아대니 공부 못하는 고3생 형국과 다를 바 없습니다.

마치 뒤꼭지에 꽂힌 비녀처럼 뒤통수에 항상 원고 마감일이 걸려, 차라리 비녀라면 잘 때만은 빼 놓을 수 있으련만, 이건 도무지 꿈에서조차 편칠 않으니 해가 바뀔 때마다 내년에는 기필코 이 일을 때려치우리라고 결심합니다.

그런데 요상한 것은 몸살차살하며 결과물을 꾸리고 나면 들인 노력은 알량함에도 순간 자족감은 극대화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스스로에게 미끼가 되어 또 ‘그 짓’을 계속하게 만드는 거지요. 게다가 "이 ‘짓거리라도 하지 않으면 무슨 재미로 살랴”던 어느 노작가의 말까지 떠오르면 좀체 헤어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 짓거리’인 것 같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지요. 그 말이 제게도 천상 적용되게 생겼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비효율적인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며 자신을 나무라고 있던 중에 느닷없이 다시 신문쟁이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짧은 글 한 편을 며칠에 걸쳐 주무르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그것으로 업을 삼게 되었으니 이제는 즐겨야 할밖에요.

저는 최근에 다음 주 금요일 호주 시드니에서 창간되는 <호주한국일보>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 혼자 글을 쓰면서 자기 혐오감이 들 정도로 시간관리를 못 해오다가 차라리 매인 몸이 되고 나니 오히려 맘이 편합니다. 마치 내 삶의 주권을 타인에게 넘겨준 것 같은 고약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이제야말로 나의 시간이 제대로 관리될 것이라는 안도감이 더 큽니다. 모처럼 다시 직장인이 된 것을 계기로 새해부터는 시간의 누수를 최대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내년을 위한 ’시간의 흑자 예산’을 즐거운 마음으로 세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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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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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익 (98.XXX.XXX.34)
오랜만입니다. 글은 계속 읽고 있지만 소식은 오가지 못했네요. 갈수록 성가를 올리는 자유칼럼의 정회원이 되신듯 한데... 축하합니다. 그리고 한국일보 호주지사가 새로탄생했다는 기사를 읽고 신아연님이 혹시 근무할만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곳 식구가 되셨다니 더한층 축하합니다. 자유칼럼과 지역 언론을 위해서 여러 능력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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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6 03: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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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 (203.XXX.XXX.182)
나(우리)의 삶을 돌아봤습니다. 일상 생활의 담담한 글이지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는 놓지 않습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건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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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4 08: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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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상 (203.XXX.XXX.182)
맛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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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4 08: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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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철 (220.XXX.XXX.215)
시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겪는 일을 잘 정리해 주셨습니다.
글을 읽고 나선 남은 한 달을 아껴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제까지는 내년에 어떻게 잘해 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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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3 12: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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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석 (203.XXX.XXX.182)
저는 글쟁이도 아니면서 보잘것 없는 글 여러곳에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연말이라 여러 전시회 작품을 보내야 하고 년간수필이니 연재니 하는 잡다한 일때문에 눈코뜰 사이도 없는데 왼 모임은 그리도 많은지? 한달만 지나면 고희로 접어들고 몸은 무거운되 왼놈의 일복은 그리 많은지? 시간의 누수를 막으려는 마음이 의해가되는군요, 아무쪼록 객지에서나마 좋은 글 많이 쓰시고 몸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정말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양태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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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3 11: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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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220.XXX.XXX.109)
글은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니 타고 난 재능을 가지고 계속 좋은 글을 많이 써주세요. 저는 신 선생님의 글을 읽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이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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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1 2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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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로 (212.XXX.XXX.155)
때려칠 수 없는 인연이면 차라리 즐기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선배님은 늘 즐겁게 술술 글쓰기 하시는 줄 알았어요. 읽을때마다 속이 시원해서요. 근데 그게 보통일이 아니었고마요 ㅋㅋ.. 암튼 이제 글들을 더 자주 쓰시게 되었으니,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것 같은 시원함을 맛보는 사람들도 더 많아지는 거고 그러니 세상이 더 잘 돌아가게 되겠는데요 ㅎㅎ. 아구에 딱 맞는 글쓰기 일자리 축하합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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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1 01: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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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80)
아마추어 정도면 즐거울수 있겠지요............잘 해내세요.화이팅이예요.좋은글 이예요.공감이 많이가네요.타이핑이 서툴러서 이만 들어감니다.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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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14: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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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글쟁이들은 힘든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편하게 사는 부류로 생각했던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함 써보니 원고지 한 장 채우기가 넘 힘들어 생각이 바뀌었죠~~
차라리 육체노동을 하는게 훨씬 편하다고.....

머리만 굴려서 쓸 수 있다면 까짓 대수겠습니까만 이건 마음을 쥐어짜야 나오고 마음을 쥐어짤려면 직접경험 간접경험이 있어야하니 글쟁이들의 원고료가 결코 편한 소득이 아님을 인정하게 됐답니다.

다시 일선에서 생생한 기사를 쓰게 되심을 추카추카 드립니다!
말씀하신대로 내년엔 시간의 흑자예산이 집행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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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11: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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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121.XXX.XXX.230)
선생님 같은 분이 글을 안쓰시면 글이 웃습니다. 글이 아무에게나 손짓하진 않을걸요. 선생님은 딱 걸렸습니다. 빼지도박지도 못하는 팔자가 아닙니까. 운명이구나 하고 다른 것은 내팽게치시죠 뭐. 글 쓰는 것이 때론 답답하고 황량도 하지만 그것말고 달리 산생님이 정 붙힐 데가 없을 것입니다. 다 쓰고 그 시간을 되돌아보면 글 쓰는 일이 또 얼마나 귀여운지 선생님도 인정하셨죠. 흑자든 적자든 선생님은 그기서 한발짝도 물러서지는 못할 것입니다, 두고보세요.
글쟁이 신아연 선생님,정말 하잇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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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09: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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