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자리를 물러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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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자리를 물러난 뒤

고영회

2009년 11월 27일 (금) 08:18:33

김.장법률사무소는 2009년 9월 29일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한승수 전 총리를 고문으로 최근 영입했고, 한 전 총리는 경제 관련 부문의 자문을 맡게 될 것이며 한 전 총리에게 개인 사무실과 차를 제공키로 했다고 합니다. 국무총리를 지낸 분이 사건처리를 맡은 대가인 수임료로 운영되는 법률사무소와 같은 조직에 적을 둔다는 것이 어째 이상하지 않습니까?

몇 년 전 일인데, 법원장을 지낸 분이 그 법원의 법정에 대리인으로 나타나 당황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건에서 이기느냐 지느냐가 기업이 사느냐 죽느냐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자기가 지휘하던 판사가 맡고 있는 사건의 대리인으로 나타나니 판사도 당황했겠고 무엇보다 사건 반대편 당사자가 느끼는 울분과 위기감은 이루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경우 반대편 당사자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국회의원이 얼마나 막강한 힘을 가졌는지는 국회를 담당해 본 사람이면 압니다. 그런 국회의원인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이 작년 어느 법무법인에 합류했습니다. 나 의원은 “변호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적(籍)만 걸어두는 것이긴 하지만 아는 분이 많아 옮기게 됐다”고 했어며,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광주지방법원에 나타나 "광주 출신이고 지난해부터 순천·광양상의에 법률적 조언을 해준 인연으로 원고 측 변호인을 맡게 됐다. 국회의원 신분을 떠나 변호사로서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됐습니다

국회의원은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할 수 없다(헌법 제46조)고 합니다. 국회의원이 변호사로서 활동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모양인데 상식으로 생각할 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국무총리, 장관, 법원장, 국회의원 등 높은 자리는 대단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 있거나 있었던 사람이 분쟁사건에 간여하게 되면 그것이 공정하게 처리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그 뒤 처신을 조심해야 합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미국에서는 거의 상상하기 힘든 일인가 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버젓이 저런 기사가 나오고 있으니 어이가 없습니다.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이유로 그분의 사회활동을 막을 수야 없겠지요. 또 그분이 가진 경륜과 경험에서 쌓은 지식을 썩히는 것도 아깝습니다. 그렇다고 사적인 분쟁을 해결하거나 기업의 영업상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그런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곤란합니다.

그렇다면 제도로써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해 주듯 일정한 지위 이상에 있었던 분들은 일정 기간 공익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초 지원을 해 주는 겁니다. 그래야 아까운 지식도 썩히지 않고 그 분들도 사회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저런 분들을 모실 힘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그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그래야 공정경쟁이 되겠지요.

그리고 현직 국회의원이 겸직하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서 그랬던지 2005년 5월경에는 여야가 ‘국회 개혁특위 소위원회를 열고, 한 상임위에서 소속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은 그 상임위에서 다루지 못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키로 합의하였다고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때 관심이 된 것은 변호사법이었습니다. 국회 법사위원은 대부분이 변호사 자격자들인데, 모든 법안은 법사위 심사를 거치도록 되어 있어 변호사의 직역을 건드리는 법안은 절대 통과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인데, 당시 국회법 역시 법사위를 거쳐야 개정될 수 있는 것이어서 과연 통과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렸지만 역시나 이 시도는 헛일이 되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국익에 도움이 되더라도 그들에게 해가 되는 법은 법사위를 넘기 어렵습니다.

퇴임한 뒤 어디 가지 말라는 윤리규정도 있으나마나 하고, 법에는 겸직이 허용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윤리도 있고, 사익과 공익을 구분할 정도의 분별력이 있는 분들이라면 오해 받을 여지가 있는 처신은 스스로 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옛 어른들은 오이 밭에서 신발 끈을 매지 말고, 배 밭에서 갓을 고쳐 쓰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이런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는 분들이길 기대합니다. 그것이 그분들의 품격이며, 그 자리에 있게 해 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합니다.

김덕규 (119.XXX.XXX.235)

고영회변리사님, 직무와 관련된 재미있는 칼럼들 잘 읽고 있습니다.

고위직출신들에게 일정기간 사무실이나 차를 제공하는 대우를 해주자는 제안은 상당히 신선하군요. 지금까지 대기업등에서 그렇게해온다는 사실을 보고 있으면서도 고위관료들에게는 적용을 생각 못했는지,.. 다만 그 대상이나 대우의 수준, 기간 등에 대해서는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겠습니다만,..

특히 국회의원의 변호사겸직에 대해서는 지적하신대로 문제가 많겠다고 공감이 갑니다. 이해관계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중요한 문제를 법이나 규정이아니라 상식선에 맡겨 둔다는 것은 당사자의 판단에도 큰 부담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대안으로는 국회의원의 임기동안에는 변호사자격을 정지하게하는 규정(법률)을 제안하는 국민운동이라도 전개해 보심이 어떨지요. 국립대 교수의 경우 국회의원이 되면(물론 정부직이나 사기업에 기간제로 옮길 경우에도) 휴직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흥미있는 칼럼 게속 올려주시기를 바랍니다.
경북대 김덕규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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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4 10: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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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철 (119.XXX.XXX.235)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삶이 되길 간절히 바라며, 국민과 대의를 위한 분명한 기준과 방향의 말들을 서로 겪려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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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09: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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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범식 (119.XXX.XXX.235)

지당한 말씀입니다.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하여야 할것입니다. 이제 선진국으로 가기위해서는 공정하게 경쟁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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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09: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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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119.XXX.XXX.235)

말씀과 논리에 백번 동의합니다.... 특히 검사들도 문젭니다. 자신이 수사한 사건과 관련, 법률 대리인을 맡은 로펌으로 가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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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09: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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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국 (119.XXX.XXX.235)

맞습니다. 옳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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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30 09: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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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35)

아래 태양처럼 님의 글 '판사는 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재판하지 않는다...'에서 판사는 재판상 지휘는 받지 않겠지요(헌법에 보장된 지위이고요).
그러나 법원장은 법원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재판 외 인사,예산 등 사무에서는 지휘를 받을 것 같습니다.
님의 '그래야 판사지요' 말씀에 많이 공감하고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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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8 11: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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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119.XXX.XXX.235)

고영회 회장님! 구구절절이 옳은 말씀입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한승수의 이상한 행동이나 국회의원들의 비상식적인 행위에 개탄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도덕과 윤리가 후퇴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양심의 소리가 널리 퍼져, 도덕과 윤리가 반듯이 서는 국가가 되길 바랍니다. 유 희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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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8 10: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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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104)

판사님께서 그만한 공부를 하시고 존엄한 법원의 재판장에서 판결을 내리시는 분이니
어디 불공정한 판결을 내리시겠습니까, 단 판사도 인간이기에 자신의 동료이거나
상관이었던 분이 대리인으로 갑자기 나타난다면 당황보다는 편안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실정으로 본다면 인맥과 학연, 지연없이는 어느 곳에서든 공정한
결과를 얻기 어려우니 사법부 쪽이라고 예외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가 너무 편견에 치우친 부정적인 시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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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16: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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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처럼 (211.XXX.XXX.146)

글 내용 중 "그런데 얼마 전까지 자기가 지휘하던 판사가 맡고 있는 사건의 대리인으로 나타나니 판사도 당황했겠고"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법원장과 판사와의 관계를 오해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판사는 법원장의 지휘를 받아 재판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판사는 법원장였던 사람이 변호사로 소송대리인이 되어 나타났다고 하여 당황하지도, 어려워하지도 않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야 판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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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10: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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