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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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블루스

김수종

2009년 12월 11일 (금) 01:35:20

김혜자, 엔젤리나 졸리 그리고 오드리 햅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그야 모두 여배우들이란 점이겠죠.
그런데 이들에게 또 하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은 기아와 질병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품에 안고 선진국 사람들을 향해 구호의 메시지를 띄운 사람들입니다.

근래 아프리카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서는 느낌이 듭니다.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 등 아프리카 관광지를 탐방하는 한국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김혜자 한비야씨 등 유명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이 텔레비전 화면에 소개되면서, 아프리카와 한국의 거리는 훨씬 좁혀지는 것 같습니다.
유명인들은 아니지만 아프리카의 빈민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한국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은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6개월간 저체온증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말리의 아동들을 위해 뜨개모자 짜기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실을 사려면 돈이 들어가고 모자를 짜려면 시간이 들어갑니다. 그럼에도 8만여 개의 뜨개모자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아프리카 어린이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우리 사회 바닥에 고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최근에 아프리카와 우리나라 사이를 당겨놓은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11월 24일에 서울에서 아프리카 중요 국가 15개국 외교장관 등을 초청하여 회의를 열고 발표한 ‘서울선언’입니다. 아프리카의 개발을 한국정부가 돕겠다는 일종의 외교적 주도권입니다. 서울에서 한 줄로 늘어선 아프리카 국가의 고위 외교관들의 모습을 보며, 언뜻 3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기억에 떠올랐습니다.
서울선언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바로 그 이튿날 이뤄진 우리나라의 OECD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 발표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구미 선진국과 나란히 개도국을 원조하는데 참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국제사회가 이를 인정한 것입니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아프리카에 대한 개발원조 확대를 말하는 것입니다.

몇 년 전 남아공의 양대 도시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를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남아공은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는 가장 발전한 국가인데도 도시주변은 빈민가들이 줄을 이었고, 시골마을은 흙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에 아이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빈곤의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그게 개선될 것 같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아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넓은 대륙, 한국의 300배가 넘는 땅에 53개 국가가 존재하고 10억 명의 인간이 사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입니다.
아프리카는 검은 대륙이라고 불립니다. 유럽인과 미국인들이 그렇게 불렀고 우리도 그렇게 따라 부릅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검은 피부 때문에 붙은 별명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의 이미지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식민역사, 노예매매, 부족전쟁, 사막화, 가난, 에이즈 등 아프리카를 대변하는 말들은 모두 암울합니다. 그러니 미래도 어두워 보이기만 합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자연은 지구상에서 가장 태양의 사랑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150만 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살았다고 합니다. 우리 한국인도 수 천대 조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프리카 대륙의 어느 한 구석에서 사냥을 하며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1915년 미국의 흑인 사회운동가 듀 보이즈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프리카는 가장 낭만적이면서 가장 비극적인 대륙이다.”
낭만은 아프리카의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어울림을 말하는 것 같고, 비극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경제적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가 겪었던 질곡의 역사를 말하는 것 같아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현재 아프리카와 다를 바 없는 빈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 12위를 넘나드는 경제 강국입니다. 아마 우리나라 정부예산보다 국민총소득(GDP)이 높은 아프리카 나라도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은 그 동안 인색하다는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국가의 관행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야 다른 나라를 도울 분위기가 익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2만 달러의 국민소득,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 가난 속에 살다가 국제원조를 많이 받고 경제개발을 이룩한 내력 등이 우리가 빈국을 도와야 하는 도덕적 당위성과 자부심을 갖게 하는 요인입니다.

게다가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 강화를 겨냥한 전략적 측면도 필요합니다. 중국은 우리보다 평균소득이 훨씬 낮지만 정치적, 자원 외교적 측면에서 아프리카에 거액의 원조를 쏟아 넣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중국으로부터는 인도적 차원의 아프리카 원조를 감지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발표하는 것이나 정황으로 보면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와 구호에 예산이 많이 투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선진국이 아프리카에 투여했던 원조에 비해 그 효과는 별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국이 잘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이유가 우리는 빈국상태로부터 경제를 발전시켜 잘사는 나라로 키운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 24개국입니다. 우리는 과거 빈국으로 원조를 받다가 원조를 주는 첫 번째 나라가 됩니다. 그래서 받는 나라의 입장도 고려할 줄 알고 효과적인 원조 방안도 알 것이라는 논리가 나옵니다.

정부는 그런 면에서 자신감을 가질만 합니다.
그러나 장담하진 말기 바랍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한 끼 먹여 주고, 아픈 사람에게 주사나 약을 주는 일은 비교적 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에이즈 같은 질병이나 빈곤으로 바닥을 헤매는 아프리카 사회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회복시켜주는 일은 다른 문제입니다. 재원과 기술은 물론 남다른 인류애 정신이 없으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칫 국제사회에는 얼마를 원조했다는 통계기록을, 국민에게는 텔레비전에나 나올 전시성 원조활동이나 하다 지쳐버릴지도 모릅니다.

유엔의 2000년 밀레니업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제프리 삭스 교수가 2006년에 낸 책이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입니다. 그는 제3세계 정부의 경제정책 수립에 많이 참여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 중의 하나가 ‘임상경제학’의 개념입니다.
그의 부인이 소아과 의사여서 그는 환자의 증세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병을 치료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단계인지를 인지하고, 이를 실패한 제3세계 국가의 경제정책 수립에 원용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부유한 나라들이 경제학 박사들을 독점 배출한다. 이들이 IMF등 빈국을 도와주는 국제기구의 제도를 지배한다. 이들은 매우 똑똑하고 열의에 차 있다. 그러면 그들이 일하는 기구는 빈국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가. 대답은 ‘노우’이다. 그들이 빈곤국가의 경제문제를 진단하는 방법은 18세기 의사와 닮았다. 18세기 의사들은 피를 뽑기 위해 거머리를 사용함으로써 환자를 많이 죽였다.”

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므로 이 말의 개도국 원조와 관련한 경제학적 함의를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원조 정책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2002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리우+10’회의에는 우리나라 NGO활동가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환경단체뿐 아니라 온갖 NGO가 다 참석했습니다.
농사짓는 남아공 청년이 한국 NGO캠프에 찾아왔습니다.
그 청년이 말했습니다.
“나는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한국은 녹색혁명에 성공해서 농업도 발전시키고 가난에서 벗어났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의 농업기술 발전에 대해 나에게 설명해줄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한국의 NGO활동가들이 그렇게 많이 모여 있었지만 한국의 농업에 대해, 또는 농업정보에 대해 대답해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국력은 빈국 원조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재준 (121.XXX.XXX.11)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품에 앉은 사랑의 손길의 글을 읽으며 우리나라 50,60년대 우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그 당시 우리나라도 70%를 외국원조에 의존해왔으니 이제는 빚을 갚아야할 때이지요.참으로 귀한 글을 쓰셨습니다. 이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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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4 12: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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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83.XXX.XXX.133)

기아에 죽어가는 어린영혼들을 위하여, 그것도 기아와 질병과 분쟁의 땅에서
버려진 그들을 위하여 봉사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아프리카 뿐 아니라 헐벗고 어려운 우리 국민들을 위한 봉사에도 참여해야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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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3 07: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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