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들의 돈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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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들의 돈 잔치

방석순

2009년 12월 17일 (목) 08:15:35

善爲牧者必慈(목민관 노릇을 잘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애로워야 한다)
欲慈者必廉(자애롭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청렴해야 한다)
欲廉者必約(청렴하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검약해야 한다)
節用者牧之首務也(절약해서 쓰는 것이 목민관의 으뜸가는 임무이다)

목민심서(牧民心書)는 오늘날까지도 공직자들의 필독서로 첫손에 꼽히는 책입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이 책에서 관리가 갖춰야 할 으뜸가는 덕목으로 절약을 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키기 쉽지 않은 규율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너른 들에는 거대한 유리벽의 최신 건축물이 우뚝 솟아 보는 이의 시야를 압도합니다. 성남시가 지난 2007년 11월부터 2년에 걸쳐 3,222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지은 새 청사입니다. 대지 7만4천 평방미터 위에 연면적 7만2천여 평방미터, 지하 2층, 지상 9층. 새로 지은 성남시와 성남시의회 건물의 위용이 볼 만합니다.

새 청사는 음악분수와 수변무대, 솔숲정원, 잔디광장에 야외 스케이트장까지 두루 갖췄습니다.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둔 나라, OECD 국가의 지방청사로 모자람이 없습니다. 당연히 95만(2008년 말 현재) 성남 시민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자랑거리도 될 만합니다.

성남시는 원래 분당 판교 등의 신도시가 건설되기 훨씬 전에 광주군의 현지 거주민들과 서울의 판자촌이 헐리면서 눈물을 흘리며 옮겨온 이주민들이 모여 살던 곳입니다. ‘광주대단지’라는 이름의 신 거주지로 개발되던 40년 전 높고 낮은 언덕을 그대로 둔 채 엉거주춤 조성된 도로나 건축의 배열과 구조는 옹색하기 그지없습니다. 불모지 같은 곳에 버려진 이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해 비로소 독립 시로 승격된 곳이었지요. 그런 성남시에 최첨단 초호화 시 청사를 지어놓은 시장님의 감회는 남다를 것 같습니다.

지난달 18일에는 8천여 명의 하객들이 모인 가운데 개청식이 거행됐습니다. 현판 제막, 기념식수, 유공자 포상과 찬란한 조명의 음악분수, 불꽃놀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잔치를 벌이는 데 3억 원 가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 경사스런 자리에 초청받은 시민들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서현로 일대 버스정류장에는 가로등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깜깜한 새벽이나 밤에는 승차할 사람이 차도로 내려가 손을 흔들어야 태워 줍니다. 이런 곳이 대한민국입니까? 이런 곳이 초호화 시청을 보유하고 있는 성남시입니까?”

“모란역 버스정류장에는 타야 할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는 표시판이 없어 무작정 기다려야 합니다. 성남시청에 버스정보안내판 설치를 건의했더니 올해는 돈이 없어 힘들다 하더군요. 그런데 궁궐처럼 시청을 지은 것을 보니 화가 납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들어먹질 않고 정신 못 차리는 정치인 공무원들에게 시민들이 할 수있는 수단이 남아있습니다. 주민투표-주민소환입니다. 시민들의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성남시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들입니다. 새 청사에 대한 민과 관의 인식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

사실 모두가 먹고 살 만하다면야, 아니 좀 힘들어도 먼 장래를 내다보고 시 청사를 최첨단으로 잘 짓는 것도 좋은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펼쳐진 시민들의 열악한 주거환경, 어지러운 거리 질서, 불편한 교통상황을 생각하면 순서가 뒤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추운 겨울 하루살이가 더욱 힘겨워질 서민 가계, 늘어만 가는 소년소녀 가장과 독거노인들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2005년 경기도 용인시가 1,100억여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16층, 높이가 81미터에 이르는 호화청사를 지었다고 비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서울 세종로의 정부 중앙청사보다 큰 규모라니 용인시의 통 크기를 알 만합니다.

건설 당시 용인시장은 “시의 발전에 대비한 청사다. 행정, 교육, 치안, 복지, 문화시설을 한데 아울러 주민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은 것”이라며 해명했습니다. 실제로 용인시 인구는 4년 새 67만여 명에서 84만여 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규모도 작고 재정자립도도 형편없이 낮은 지자체들조차 너도나도 청사 신축 경쟁을 벌여 시민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고 있습니다. 도처에 불편과 위험이 널린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숨가쁘게 살아가는 서민들 입에서는 ‘세금 도둑놈’ 소리밖에 나올 게 없습니다.

마침내는 도지사가 사과하고 대통령이 비판하고 행정안전부가 규제 강화를 서두르고 있다지만 들불처럼 번져가는 지자체들의 신청사 경쟁을 잡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한심한 것은 지자체의 씀씀이를 감시하고 시민들의 주머니를 지켜야 할 지방의회 의원들의 행태입니다. 오히려 부화뇌동하거나 더욱 호사를 요구하는 무리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아직도 이런 정도의 의식 수준인데 ‘생선가게의 고양이’ 같은 지방의회가 왜 필요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표만 의식해서 ‘풀뿌리 민주주의’니 뭐니 구실을 내건 정치꾼들의 생색, 아니면 돈줄 마련을 위한 장치는 아니었는지 의심이 갑니다.

멀쩡한 화단을 송두리째 뒤엎고, 생뚱맞게 인공폭포를 만들고, 보도블록을 뒤집고…오늘도 곳곳에서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나 불편은 아랑곳없이 지자체들의 돈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봄여름엔 초록 물결로, 가을엔 황금빛 단풍으로 도심을 수놓던 아름드리 은행나무들이 뽑혀나가고 무채색 돌덩이의 놀이터가 돼 버린 서울의 심장부 세종로를 지나다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혹시 이런 현상들이 ‘청계천 복원’의 역효과는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배우지 못하고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 겨우 한 고을의 벼슬자리를 얻게 되면 방자하고 교만하며 사치스럽게 되어 절제하는 바도 없고 손가는 대로 함부로 써버린다. 그 빚이 많아지면 그 형세가 반드시 탐하게 된다. 탐하게 되면 아전들과 모의하게 되고, 아전과 모의하면 그 이득을 나누어야 한다. 그 이득을 나누게 되면 백성의 살과 피가 마르게 된다. 그러므로 절약해서 쓰는 것은 백성을 사랑하는 데서도 가장 먼저 힘써야 할 일이다.”

그제나 이제나 못난 관리들이 빠지기 쉬운 유혹을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게 짚어내 경계했는지 다산의 지적에 실로 감탄하게 됩니다.

私用之節夫人能之(개인적인 씀씀이를 절약하는 것은 어느 사람이든 할 수 있다)
公庫之節民鮮能之(그러나 공적인 재물을 절약해서 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視公如私斯賢牧也(공적인 재물을 사적인 재물보다 절약해야만 현명한 목민관이다)

다산은 이렇듯 공인이 된 자들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시민들의 밝은 눈과 깨어있는 의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바른 눈 바른 정신으로 인재를 고르고 지혜와 힘을 모아 경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빅래선 (121.XXX.XXX.244)

답답한가슴이조금은트입니다,이추위에배고픔으로고통받는사람들,한끼한끼걱정하며내일을두려워하는소년소녀가장.독거노인,이분들의고통을생각하면정상적인사고를가진사람이한사람이라도 있다면,,,,안타갑네요 세금납부거부운동이라도벌여야정신을차릴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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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7 11: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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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대 (121.XXX.XXX.244)

정말 다산의 혜안이 돋보입니다. 문제는 시민의식인데 선거에서 본보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큰 일입니다. 잘 감시하고 기억하였다가 싹을 잘라야 합니다. 좋은글에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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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2 10: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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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름 (121.XXX.XXX.148)

저도 성남분당에 사는 한 시민의 입장에서 이건 아닙니다. 아마 모르긴해도 많은 설계변경과 잦은 계약변경 등 건설사의 작업(?)도 한 몫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참 한심하지요. 언제나 대오각성할려나...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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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1 18: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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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220.XXX.XXX.244)

서민들 허리는 굽은데 관청만 삐까번쩍함 뭐하겠습니까!
모터로 물 퍼올리는 엉터리 청계천이 상종가(?)를 치고 있으니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윗물이 개판이니 아랫물도.........
잘 못 선택한 인과응보가 이 해와 함께 끝났음 합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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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9 07: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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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121.XXX.XXX.244)

겉만 번지르하게 치장할려고만 하지만 말고 내실 있는 사업에 국가 예산이 쓰여지기만 바라지만 좀 처럼 그런 정부나 지자체를 볼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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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8 19: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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