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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오름 <제주 오름 10選>
2010년 01월04일 (월) / 서재철
 
 
옛날 제주도 사람들은 언어를 참 쉽게 사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름 이름도 생긴 대로 지었습니다. 주변 오름에 비해 높으면 그냥 ‘높은오름’이라고 불렀습니다.

제주 섬 동북지역인 구좌읍은 30여 개의 기기묘묘한 오름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오름 왕국입니다. 이들 오름 중에서 가장 높게 솟아 있는 것이 바로 ‘높은오름’입니다. 높이가 해발 405미터이고 오름 밑 평지에서 올려다보는 비고도 150미터에 이릅니다.

근처에 있는 다랑쉬오름(해발382미터)이 원뿔의 균제미를 가진 ‘오름의 여왕’이라면, 높은오름은 ‘오름의 왕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바라보면 그 능선의 아름다움이 일품이어서 몇 시간을 바라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높은오름은 평평하고 드넓은 목장지대에 오뚝 솟아 있습니다. 우리나라 첫 국립목장이었던 송당목장과 건영목장이 이 오름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렇게 드넓은 벌판 위에 솟아 있기에 높은오름이 더욱 높아 보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조금 가파른 등성이를 30여분 올라서면 산 위에 우묵하게 굼부리가 대야처럼 패여 있습니다. 분화구는 그리 깊지 않은 아늑한 풀밭으로 여름날 소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답니다. 높고 낮게 너울져 돌아가는 원형의 등성마루에 3개의 작은 봉우리가 도도록한데 분화구의 둘레는 약 600m입니다. 잠실경기장만한 넓이가 될 것입니다.

‘높은오름’ 주변 조망이 뛰어납니다. 청명한 날이면 서쪽의 한라산, 동쪽의 성산과 우도, 그리고 섬의 남북 해안선 등 제주도 절반을 대 파노라마로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정상에 서면 주변에 다랑쉬오름, 동거미오름, 백약이오름, 민오름, 안돌오름, 밭돌오름, 체오름 등 제주의 이름난 오름들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봄과 여름 아침에 산 아래로 아침 안개가 흐를 때면 한라산이 마치 구름위에 떠서 흘러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높은오름의 이런 모습에 반해 필자는 2008년 여섯 달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올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변의 풍광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다 날씨가 흐렸다 개는 날이면 멀리 남해 수평선 위에 보길도, 여서도, 청산도, 고흥반도 주변 섬들이 떠 있는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사진가들이 계절을 따라 꼭 올라가는 곳이 높은오름입니다.

제주도 오름의 참맛을 느끼려면 봄이나 초여름에 꼭 높은오름을 올라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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