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해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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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해를 바라보며

김영환

2010년 01월 04일 (월) 01:40:24

지난 연말 강화도의 마니산에 올랐습니다. 저무는 한 해를 서쪽 끝에서 바라보며 마무리하려는 생각이었는데 옅은 황사가 시계를 막고 있었습니다. 마니산 정상에 서면 서울의 남산 타워도 아스라이 보이는데 운이 없었죠.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간간히 등산객을 만났습니다. 산 정상에서는 중소기업체 직원 몇 명이 술과 떡, 과일을 차려놓고 절을 올리면서 망년회 겸 조촐한 고사를 지내고 있었습니다.

송구영신하는 계절은 절망을 희망으로, 꿈을 현실로 바꾸려는 밝은 서원(誓願)이 어디서나 풍성하게 들려옵니다. 연하장을 대신해 오가는 문자메시지에도 덕담이 가득합니다.

인간의 1년은 137억년이라는 우주의 나이에 견주면 찰나입니다. 하루살이처럼 짧은 인간의 생은 서로 챙겨주기에도 모자랄 판인데 마치 증오의 화신들이 결투하는 것처럼 살벌한 풍경도 보입니다. 부디 새해는 애정과 보살핌으로 이웃에게 다가서는 모든 이들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올해 경제는 4~5%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기관들이 예측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경제 지표와 크게 다릅니다. 영세 상인들은 임대료를 못 내 쩔쩔 매는데 어느 자동차 회사는 ‘15년만의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했다고 거의 찬양일색의 보도 모드(mode)였습니다. 연말엔 한 사람 평균 1,500만원의 성과급을 주었답니다. 이 돈은 ’88만원 세대(한 달 소득이 평균 88만원이라는 비정규직 20대)’의 17배입니다.

궁핍한 서민들이 보기엔 ‘돈으로 바른 노사 평화’ 같습니다. 이런 격차를 두고 정부는 언제까지 ‘아랫목 윗목’ 경기론을 들먹일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재벌 제약회사의 구내염 약을 사보니 가격은 올리고 용량은 3분의1로 줄인 것에 경악했죠. 일본 뉴스에선 물가가 내리는 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2.8%나 올랐습니다.

강만수 국가경쟁력위원장의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작년 가을 국내 굴지 기업들의 좋은 실적은 ‘환율의 착시 현상’이라면서 ‘환율 효과를 빼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환율이 100원 내리면 2009년3,637억 달러 수출에서 36조 원의 기업 이익이 증발합니다. 기름값 같은 소비자 수입 물가는 고환율로 고공에 머물고 있죠. 사상 최대의 실적은 고환율과 감세 정책이 뒷받침했음을 잊지 말라는 것입니다.

작년 봄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1999년 이전에 산 차를 교체구입하면 최대 250만 원까지 감세했죠. 약 38만대가 이 혜택을 받았답니다. 지금 한껏 떠드는 녹색성장을 위해선 너도나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데요. 연간 최대 50만 원 선인 수도권 대중교통 환승 제도의 혜택과 대비되는 수치입니다. 자동차산업은 경기 선도 효과가 크다고 하지만 감세로 인해 자동차회사와 그 직원들이 큰 혜택을 누린 셈이죠.

고통분담과는 거리가 먼 현실입니다. 경제 원론과는 달리 이 나라에선 공산품이 많이 팔려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일자리는 불안하고 하도 삶이 고달프니까 자녀를 낳을 생각을 안 하죠. 인구 증가가 이 상태를 계속하면 이론적으로 200년 뒤에 우리 민족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엔 남자들이 정관을 묶어야 주었던 아파트 분양 특혜를 이제는 거꾸로 다산자에게 주는 출산장려로 나가는 것이죠.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도 악화일로에 있고 자살률은 OECD국가 중 최고인 음울한 사회입니다.

이런 산적한 경제 사회문제는 정치권의 무능으로 계속 이월, 증폭되고 있습니다. 새해 예산안은 해를 넘길 뻔했죠. 정치 이야기는 신물이 나지만 헌법 54조 2항을 보니 이렇습디다.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하여 회계연도 개시 90일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전까지 이를 의결하여야 한다’.

국회는 무슨 배짱으로 해마다 헌법을 능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저들은 정쟁으로 충돌하면 으레 헌법위반이라며 헌재로 공을 떠넘깁니다. 그렇게 정치력이 없으면 정계를 떠나던가요.

그날 마니산에 가기 위해 5호선 송정역 1번 출구에 모였습니다. 화도행 직행버스는 정각 11시에 들어왔습니다. 화도에서 신촌행 버스도 정각 5시에 출발했습니다. 비행기나 열차보다 더 정확했습니다. 시외버스도 칼같이 시간을 지키는 이런 정확성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정밀부품이 30여만 개 들어가는 국산 고등훈련 제트기를 만들고 사상 최대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수주하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6.25전쟁이후 주한미군이 한국인들의 약속시간 지각을 빗대 ‘코리안 타임’이라고 했답니다. 그 ‘코리안 타임’이 전설 속으로 사라졌나 했더니 21세기도 10년이 넘은 지금 국회가 재연하고 있습니다. 의석수로 역부족인 소수 야당이 예산안을 볼모로 잡을 수는 있지만 그 시한은 헌법이 정한 틀 안에서 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인의 ‘빨리 빨리’가 오늘의 한국을 이루었다고 많은 외국인들이 말합니다. 우리 국민들은 그만큼 늦는 것을 못 참죠. 국회가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도 정쟁으로 늑장을 부려 일을 언제 하는지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4대강 수중보의 높이와 숫자, 준설량을 따지는 난해한 문제로 새해 예산안을 붙잡은 지루한 싸움이 강한 야당의 탁월한 전략이라고 칭찬 받았을지 의문입니다. 예산안 연계가 가장 ‘폼 나는’ 반대라고 생각했을지 모르나 덕분에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야당은 대학생이나 근로자의 시위처럼 의사당 안에서 피켓을 들고 농성하며 ‘반대’의 구호만 외칠 게 아니라 새로운 비전과 여당보다 더 나은 대안을 들고 정교한 국가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재집권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권이 아날로그 시대의 구태의연한 리더십과 송별해야 우리나라도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차덕희 (121.XXX.XXX.72)

급류에 휩쓸려온 자연상태의 부산물이 하천을 범람케해 해마다 반복되는 상황을 기억하면 어느정도의 사업은 필수적이라고 판단되어 짐니다.녹색환경도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네요.자연과 공존의 방법이 있으면 좋겠슴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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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0 13: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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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95)

교수,언론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旁岐曲逕 입니다.
바른길로 가지않고 샛길로가는 작금의 편법만능을 지적한 말로
세종시나 사대강 사업이 다 편법이라는 얘기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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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8 17: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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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10)

맨 윗 어른 한 사람이 잘 지키면 당연히 국회도 정상화 될 것이 뻔 한데 어른은 탈법을 당연시 하면서 힘없는 국회의원만 나무라는 건 아닐까요.
자연이 만든 강을 파헤치면서 녹색 환경사업이라고 우기는 현실에서 어안이 벙벙한 국민의 한 사람은 새해에도 기가 막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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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7 13: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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