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흑자 410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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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 흑자 410억 달러

임종건

2010년 01월 08일 (금) 00:58:30

지난해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달성한 가장 괄목할 실적은 사상 최대인 410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경상수지로는 430억 달러 흑자)를 거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상수지 흑자의 대부분이 무역수지 흑자에서 기인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0월까지는 전년대비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었는데 수입 감소가 수출 감소 보다 훨씬 커서 생긴 ‘불황형 흑자’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11월 이후부터는 수출도 늘고 수입도 늘어나는 가운데 흑자를 낸 ‘정상 흑자’였습니다.

수출대국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가 우리의 절반 정도에 그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규모에서 일본을 누른 것은 옛날 같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엄청난 일입니다. 수출기업들이 큰 박수를 받아야 합니다.

무역흑자가 우리 경제에서 갖는 의미는 막중합니다. 무역수지 흑자가 왜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던 것이 1997년 말의 외환위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1993년에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5년 임기 내내 무역수지 적자를 냈지요. 전임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시작된 적자로, 누적 규모가 400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IMF사태가 터진 후 펑크 난 외환 규모와 거의 비슷했었지요.

우리나라가 지난해 다음으로 큰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낸 것은 IMF체제 이듬해인 1998년의 일로 390억 달러였지요. 그 때도 작년처럼 경상수지로는 403억 달러 흑자였습니다. 10년 넘는 시차와 경제규모의 차이를 감안하면 그 때가 올해보다 큰 규모의 흑자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였지요. 수출도 수입도 크게 줄었으나 원화의 환율이 1,700원대에 이르는 고환율체제에서 수출은 다소 덕을 봤지만, 수입은 엄청나게 줄었지요. 국가부도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맞아 수많은 기업들이 도산했고, 100만 명이 넘는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패닉상태에서 한 푼이라도 수출증대에 이바지하기 위해 국민들은 장롱 속의 금모으기 캠페인까지 벌였습니다. 그렇게 기업과 가계와 정부가 힘을 합쳐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가 1998년의 무역 및 경상흑자였습니다.

1998년 이후 우리나라는 흑자 기조를 지속했고 그 힘으로 1999년 IMF체제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할 수 있었지요. 역사는 반복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2008년 말에 불어 닥친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중 ‘출구전략’을 쓰게 되는 첫 나라가 될 거라는 얘기가 파다하죠. 그렇게 되면 금융위기도 외환위기처럼 거의 비슷한 기간 범위 안에서 극복되는 셈이죠.

우리나라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그 것은 전적으로 무역수지 흑자 덕분이라고 저는 봅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8년의 금융위기 때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면 외환위기 때 바닥났던 외환이 금융위기 때는 바로 직전까지 이미 사상 최대 규모였던 2,600억 달러의 보유고를 기록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금융위기 때 원화환율 방어차원에서 300억 달러 정도를 까먹는 등 2008년 말 한때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대로 떨어지기도 했었지만 그 후 다시 늘어 현재 2,700억 달러대로 사상 최대기록 경신 행진을 벌이고 있죠. 그 정도의 외화를 보유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꾸준히 쌓아온 무역흑자에다 작년의 실적이 더해졌기 때문이죠.

인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들이 달려들듯 나라의 재정이 허약하게 비치면 외국의 투기자본들이 달려들어 그 나라를 거덜냅니다. 기업이 부도위기설에 휩싸이면 빚쟁이들이 달려들어 진짜 부도가 나는 이치와 마찬가지죠. 1997년에는 그랬는데, 2008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게 다 무역수지 흑자로 쌓아둔 외화가 넉넉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한국의 탄력(Flexibility)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면 한 해에 400억 달러 정도의 씀씀이를 거뜬히 줄일 수 있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형편이 피면 그 만큼 더 쓸 줄도 안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한국과 상대하는 나라의 입장에선 한국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수입이 감소한다는 것은 절약의 의미도 있지만, 외국에서 자원을 들여와 가공해 내다 파는 우리의 입장에서 성장 잠재력의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죠. 따라서 수출이나 수입은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올해의 무역수지는 작년의 절반 수준인 200억 달러대의 흑자로 예상됩니다. 이 패턴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합니다. 1998년 390억 달러의 흑자에서 1999년에는 200억 달러대로 반감(半減)했지요. 그 후 계속 전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흑자폭은 줄었지만 흑자행진은 지속됐는데 올해 이후도 그렇게 갈 가능성이 크지요.

한국 경제는 지난 12년 사이에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유사한 과정을 거치면서 두 번째 위기를 탈피하고 있는 중입니다. 전후(前後) 위기 사이에 학습효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글로벌경제시대에 위기는 상존하고, 위기의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들이 재정을 풀어서 위기에 대처했습니다. 거기에 거품이 끼어 머지않아 또 위기가 터질 것이라는 예측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경제운용 목표는 대개 수출증진과 내수진작입니다. 과거에는 수출이 잘 되면 내수도 잘 됐는데 지금은 따로 갑니다. 현 정부는 그래서 서비스산업, 4대강사업과 같은 내수진작형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지요. 두 가지가 다 중요하나 내수가 어려우면 허리띠를 졸라맬 여지라도 있지만 외환관리를 잘 못하면 경제주권의 상실을 초래한다는 것이 외환위기의 교훈입니다. 아직은 외환관리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무엇보다 무역에 해박한 분이기를 바랍니다. 경제는 상호연관성을 가지므로 무역만 정통하면 나머지도 대개는 다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말 이명박 대통령이 발로 뛰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발주한 400억 달러 규모의 원전을 수주한 것은 그 점에서 믿음이 가는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차덕희 (121.XXX.XXX.72)

숫자에 약해서 몇번 읽었는데도 숙지가 잘 안되네요.원전수주가 그물코이론을 연상시키네요.사회의 여러부분이 향상될것 같습니다.정치따로,경제따로로 보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탈피하는 돌파구가 되기를 바람니다.임종건님처럼 저도 낙관주의자인데,서민경제가 너무 어려워서 그물코가 떠올랐나 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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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9 16: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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