肢體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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肢體들의 반란

김홍묵

2010년 01월 12일 (화) 01:46:57

‘우리는 하나’임을 천부의 혜택으로 알고 지내던 몸의 지체(肢體)들이 어느날 비상회의를 열었습니다. 코가 맨 먼저 발언권을 얻어 열변을 토했습니다.

“여러분!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에도 우리 중에 놀고 먹는 못된 백수가 있습니다. 바로 제 가까이에 있는 입이란 놈입니다. 입은 하고 싶은 말은 혼자 다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은 혼자 다 먹습니다. 이런 의리 없는 자는 응징해야 마땅합니다.”

그 말에 발이 맞장구를 쳤습니다. “나도 입 때문에 죽을 지경입니다. 우리 주인이 얼마나 무겁습니까? 그 무거운 거구로 몸짱을 만들겠다며 뛰니 발은 아파 죽겠습니다.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나 생각해 보니 저 입이란 놈이 혼자만 많이 먹어서 그런 것입니다.”

손도 나섰습니다. “게다가 입은 건방지기 짝이 없습니다. 먹을 때 자기 혼자 먹으면 되지 않습니까? 개나 닭을 보세요. 그것들은 스스로 먹을 것을 잘 먹는데 입은 날 보고 ‘이것 갖다 달라’ ‘저것 넣어 달라’며 심부름을 시키고 자기만 먹습니다. 정말 염치없는 짓이 메스꺼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눈이 껌벅이며 말했습니다. “이렇게 비방만 하지 말고 행동을 합시다. 앞으로는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절대 보지도 말고, 냄새를 맡지도 말고, 입에게 가져다 주지도 맙시다.”

이 제안이 통과되어 그 순간부터 입을 굶기기 시작했습니다. 사흘이 지났습니다. 손과 발은 후들후들 떨렸습니다. 눈은 앞이 가물가물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코는 사방에서 풍겨오는 음식 냄새로 미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졌을 때 입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러면 우리가 다 죽습니다. 제가 저만 위해 먹습니까? 여러분들을 위해 먹는 것입니다. 먹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입술을 깨물고, 혀도 깨뭅니다. 그러니 너무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서로 협력하며 살아 봅시다.”

입의 말에 다른 지체들도 수긍하고 예전처럼 각자 자기의 맡은 일에 전념하여 건강하게 잘 살았다고 합니다. 작년 이맘때 친구가 E-Mail로 보내 준 우화 한 토막입니다.

우화에 담긴 잠언도 흘려버리기 아까워 적어 봅니다. “사람은 다양하다. 재능도, 성품도, 취미도 다르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사람 사이에 있는 사소한 차이를 ‘배타와 편견의 구실’로 삼지 않고 ‘사랑과 이해의 도전’으로 볼 때 행복의 샘은 바로 우리 곁에서 넘쳐흐를 것이다.”

100년 만에 정초에 대설이 내렸습니다. 전국을 뒤덮은 ‘눈 이불’을 보면서 이것이 ‘하나’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운하다, 4대강이다, 신도시다, 예산이다, 파병이다, 재개발이다, 촛불이다, 서거정국이다 하는 싸움판을 깡그리 덮어버리는 자연의 위력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유럽을 강타한 최근의 폭설과 한파를 두고 영국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은 ‘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의 몸부림’이라고 했습니다. 온난화를 지연시켜 지구가 평형을 유지하도록 면역체계를 발동했다는 것입니다.

21세기 첫 10년을 마무리할 2010년, 또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할 새해. 우리 모두 지구의 몸부림을 교훈 삼아 작은 일에 목숨 걸지 말고 하나되는 지혜, 더불어 포용하고 베푸는 행복의 길을 여는 마당을 펼칩시다.

다비 (174.XXX.XXX.104)

대운하다, 4대강이다, 신도시다, 예산이다, 파병이다, 재개발이다, 촛불이다, 서거정국이다 하는 싸움판을 깡그리 덮어버리는 자연의 위력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쓰신 이 대목을 읽으며 가슴이 후련해졌습니다. 모든 것을 추한 것을 덮어버리는 것, 그것이 새해엔 꼭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계속 좋은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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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4 02: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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