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으로 돈 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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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으로 돈 벌기

임종건

2010년 01월 27일 (수) 07:39:01

작년 말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부터 200억 달러 규모의 원전을 수주한 이후 원전에 관한 뉴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요르단과의 연구용 원자로 수출계약이 체결됐고, 터키와 인도에의 수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UAE에서 우리와 막판까지 경합했던 프랑스의 언론들은 물론 미국, 일본 언론들도 잇따라 자국의 패배 이유를 특집기사로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에 사업을 빼앗긴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한국의 기술수준과 주도면밀한 준비에 대한 찬탄으로 가득합니다.

여기서 무엇이 이 같은 쾌거를 가능케 했는지를 되돌아보죠. 먼저 1인당 GNP 70달러에 불과했던 1950년대 중반 70만 달러(35만 달러는 미국의 원조)를 들여 원자력연구소를 지은 이승만 대통령의 선견입니다. 이 대통령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과학수재들을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고, 그 영향으로 1960~70년대 공대의 원자력공학과는 과학영재들의 보고(寶庫)였습니다.

1979년 미국의 드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에 이어,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있었습니다. 두 건의 큰 사고 이후 미국은 원전 건설을 하지 않았고, 다른 나라들도 거의 비슷한 처지에 빠졌습니다. 반면 한국은 지속적으로 원전을 건설했고, 그 결과 원전 선진국들이 설계 및 운용기술을 우리한테서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번 UAE 수주 전 초기에 미국의 발전회사인 웨스팅하우스는 우리의 한국전력에게 자신의 컨소시엄에 참여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는 입찰에서 떨어졌고 한전은 최종입찰전에 진출했습니다. 상황은 반전돼 웨스팅하우스가 한전의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1970년대 그들의 기술로 국내 최초의 고리1호 원전을 건설한 우리가 그들을 하청업체로 거느리고 공사를 하게 된 것이 상징하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KEDO(한반도에너지기구)의 기여도 있었습니다. 북한의 함남 신포 금호지구에 1,000mw급 경수로원전을 건설해주기 위해 설립된 기구인 KEDO는 1995년에 시작되어 11년 동안 추진되다 중단됐습니다. 이 사업은 한국이 돈을 대고, 미국 일본 등이 기술을 대주는 조건으로 추진됐으나 사업주체들 간의 불협화로 중단됐습니다. UAE에서 우리 협상 팀이 입찰서류의 문서화 작업등에서 경쟁자들보다 월등한 기민성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KEDO에서의 경험이 큰 힘이 됐다고 합니다.

시련도 있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방폐장 건설을 둘러싸고 지난 20여 년 간 벌였던 정부와 환경단체,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간의 소모전입니다. 최근까지 이어졌던 그런 국력낭비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공로도 있겠지만, 무모한 반대의 폐해에 대한 각성을 일깨운 것이 더 큰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한국의 원전 수출 성공은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기술연마를 위해 투자하고, 대외여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 각고의 노력의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원자력 투자는 핵폭탄 제조에 궁극적인 목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한국전쟁 때 중공군의 개입을 막지 못한 것은 만주에 대한 맥아더 장군의 핵무기 사용 요청을 트루먼 대통령이 거부하고 그를 해임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당시 남한의 정서였습니다. 핵무기 보유는 이승만에게는 염원과 같은 것이었을 겁니다. 제가 초등학교 학생이었던 1960년대 초 우리도 원자폭탄을 갖게 되었다는 식의 소문이 저의 귀에까지 들어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승만 정부가 추진했던 원자력연구소 뉴스가 와전 또는 과장 전달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여겨집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우리나라도 핵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등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같은 반열에 올라섰다는 생각으로 가슴 뿌듯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지금 모습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원자력의 무기화에 관심을 기울이자 미국은 한국을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 논의가 이뤄지던 무렵 한•미 간의 원자력 긴장은 고조됐습니다. 그러던 중 1992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핵무기에 대한 관심은 최종적으로 포기됐고, 평화적 이용에 집중됐습니다. 지금 원자력은 원전 기술 외에 의료 식품농업 산업기술 분야에서도 많은 부가가치를 내고 있습니다.

북한도 남한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원자력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김일성의 목표도 이승만과 같았을 것입니다. 차이점은 우리가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것과는 달리 북한은 중국이나 소련으로부터 제재 없이 연구 실험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냉전 초기 소련과 중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제공받았는데 기술진 가운데에는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 사람 중에서 월북한 과학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한 듯이 보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행복한가요. 그들은 강대국이 되었나요. 오히려 그것이 족쇄가 되어 민생은 도탄에 빠져들고, 세계의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60년대의 저처럼 철부지의 미망에 빠져 있습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유일한 원자로인 영변의 원자로는 5mw짜리 실험용입니다. 최근 우리가 요르단에 수출한 연구용 원자로와 같은 규모죠. 대덕단지에 있는 원자력연구원의 연구용 원자로만 해도 30mw 규모지요. 남한의 원자력발전 용량은 1만8천mw이니 북한보다 3,600배나 크죠. 북한은 실험용 원자로를 이용, 수십 년 동안 추출한 미량의 플루토늄을 모아서 몇 개의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거죠. 어찌 보면 눈물겨운 얘깁니다.

일본의 핵연료 재처리장인 로카쇼무라에는 플루토늄 추출에 성공한 후 과학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제사를 드리는 사진이 걸려있다고 합니다. 그 눈물 속에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의 쓰라린 과거에 대한 복받침이 있을 것입니다. 그 점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면 이를 폐기하기가 어려울 거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갖고 있어야 쓰지도 못하고(2차 세계대전 이후 숱한 전쟁이 있었지만 핵무기는 사용되지 않았음), 보관비만 많이 들고, 무엇보다 강대국들로부터 온갖 제재나 당하고, 아무리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떠들어봐야 알아주지도 않으니 말입니다.

우리의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에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하자 북한이 발끈했는데, 우리보다 먼저 선제공격할 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일 겁니다. 이래저래 쓰지 못할 무기가 될 것입니다. 북한이 그들의 핵무기가 무서워서 남한이나 미국이 원조를 해준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죠.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을 이용해 중국 러시아를 견제하면서 자신들의 군비를 증강하려 하고 있죠. 북한의 핵무기를 ‘장난감’ 취급하면서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아쉽더라도 이젠 버려야죠. 그러면 남한처럼 원자력으로 돈을 벌 길도 열릴 겁니다.

차덕희 (121.XXX.XXX.151)

새해의 좋은 소식임니다.경수로 사업이 중단되어 참가했던 멤버들 뒷 소식이 궁금했었는데 그 분들께 좋은 소식이 되길 바람니다. 북한이 종이 호랑이 그리기에 힘이 빠지겠네요.답답한 뉴스에서 속이 좀 뚫리는 희소식임니다.원전의 역사를 배웠고 자긍심을 갖게 되는군요. 전쟁에서 평화로의 길이 삶의 길도 뚫는군요.희망의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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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7 14: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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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35)

원자력산업도 없는데 원자핵공학과를 만들어 인재를 길러낸 저 선견. 그 선견과 행동결과를 지금 우리가 누립니다.
그런데 앞으로 1,20년 뒤를 바라보며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요? 과학기술부도 없고, 청와대에 과학기술을 챙길 수석조차도 없이 과학기술을 멀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때에는 지금 과학기술을 천대한 죄값을 받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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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7 13: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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