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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은 틀린 것?
신아연 2010년 02월 05일 (금) 08:01:40
며칠 전 아침 밥상에 찬을 올리는데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전날 취재 차 만난 원불교 시드니 교당 교무가 빈손으로는 보낼 수 없다며 기어이 빈대떡 한 접시를 싸 줬습니다. 하루 전에는 교회 행사에 갔다가 나물을 몇 가지 얻어왔습니다. 원불교의 빈대떡과 기독교의 나물이 한 밥상에 오른 것이 좀 우습지 않습니까. 시어머니는 절에서 얻어 온 음식이 못내 미편하신 듯했지만 저는 마치 종교간 반목과 갈등을 해소한 상징적 몸짓이라도 한 양 스스로 대견한 마음조차 들었습니다.

흔히 '다른 것과 틀린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비록 소소하고 하찮은 경우라 해도 살면서 다른 것이 곧 틀린 것일 때를 여러 번 경험합니다. 치약을 중간에서 짜서 쓰건, 밑동에서부터 눌러 짜건 그게 무슨 대수라고, 서로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우겨대니 부부싸움의 '건덕지'가 되는 것이지요.

어떤 새댁은 시어머니가 잡채를 만들면서 삶은 당면을 그대로 다른 재료와 무치는 걸 보고 약간 반감이 일었다고 합니다. 친정에서는 당면을 삶은 후 참기름에 살짝 볶아서 사용했기 때문에 순간 시어머니는 틀렸고, 친정어머니가 옳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무치든 볶든 잡채맛이야 거기서 거긴 줄 몰라서가 아니라 다른 것이 그저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탓입니다.

"기독교는 전도에 참 열심이고 신도들의 신심도 깊지만 타 종교에 대해 다소간 배타적인 면이 아쉽습니다."
그 날 만난 원불교 교무가 조심스럽게 한 말입니다. 이 말이 제게는 '기독교에서는 다른 종교를 틀린 종교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뉘앙스로 들려 기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굳이 종교 이야기를 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 다른 것과 틀린 것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음으로 해서 고통과 불이익, 속박과 구속, 차별과 유린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빚어낼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 중에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종교적 신념이 대표적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돌아가신 제 아버지는 정치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는 바람에 20년 넘게 감옥 살이를 했습니다. 국가 권력이 나서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매도하며 횡포를 부리는 통에 한 사람의 인생과 그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망가져 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다른 것이 곧 틀린 것으로 규정되는 것, 혼란이 한 쪽으로 정리되어 버리는 것은 대부분 힘의 논리에 근거합니다. 가정에서 아내가 실세라면 남편의 치약 짜기를 자기 방식으로 '굴복'시킬 것이며 그때부터 남편은 틀린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시어머니보다 며느리의 말발이 더 세다면 적어도 그 집에서는 잡채를 만들 때 당면을 참기름에 볶아서 사용하는 것이 정석이며 옳은 방법입니다.

속되게 말해 기독교가 뭐가 아쉬워서 원불교의 '다름'에 관심이 있겠습니까.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예배당을 짓는다는 서울 강남의 어느 대형교회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이 제가 사는 호주동포사회만 해도 기독교는 가장 힘이 센 종교입니다.

보통 월 30만~ 40만 원으로 생활해야 하는 교무로서 시드니 교당에서 4년간 시무를 하는 동안 청과물 도매시장에서 상인들이 버린 허드레 야채와 골병 든 과일을 주워 식생활에 보태며 그것으로 신도들의 음식 공양까지 해왔다고 하니, 모두 다는 아니라 해도 같은 성직자로서 비교적 안정된 생활이 보장되는 목사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기독교인은 교회 분위기상 친구 중에 불교도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조차 두려웠다고 하니 다른 것이 곧 틀린 것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느꼈던가 봅니다.

다른 것을 말 그대로 다른 것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은 흔히 강자에 대한 약자의 호소이자 다수에 대한 소수의 절규일지도 모릅니다. 다르다는 것이 단순한 이질감이나 이물감 정도에서 서로 서걱거리는 것이라면 별 문제가 아니겠지만 현실의 원리는 으레 한 쪽으로 기울 때가 많지 않습니까.

세상은 제가 차린 밥상 위의 평화와 공존처럼 녹록하지도, 도식적이지도 않은 곳이지만 ‘단정’이나 ‘치부(置簿)’보다는 ‘조화’, ‘상생’이라는 말을 떠올리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도 번거롭다면 공연히 아귀다툼 속에 말려들기 전에 다른 것이 곧 틀린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며 사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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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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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48)
자녀를 양육할 때 누구와도 다른 사람이 되도록 길러야 그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리라 생각합니다.누구보다 더 나은 사람 보다는 누구와도 다른사람이 될 때 그만의 기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상은 의외로 다름이 더 살기좋은 곳이 되는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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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0 13: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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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철 (203.XXX.XXX.182)
그런데 저는 아직 신앙이 없는 사람인데 저희 친척 대부분이 기독교인인 환경에서 친척들에게 기독교의 편견이라고해야되나 폐쇄성이라고해야되나 모르지만 너무 다른 종교를 부정하는것은 잘 못되었다고 주장하고 삽니다. 그런데 반응은 막무가내죠. 답답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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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8 13: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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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조 (203.XXX.XXX.182)
한줄의 글감을 보는순간 마음에 순화가 되는것 같아서 너무나 감사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좋은글 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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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8 13: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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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 (203.XXX.XXX.182)
저도 한때는 독실한 기독교인임 자랑스러워 했으나, 요즈음은 부끄러운때가 더 많군요.다른 종교,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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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8 13: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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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석 (203.XXX.XXX.182)
나와 다른 이견이 얼마든지 있을 수있다는 것과 다른 것도 존재하는 것이므로 서로 존중받아야 하는 인건이나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용이 좋은글입니다. 감사합니다.

한국화가 양태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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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8 12: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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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121.XXX.XXX.194)
초등학교 짝지는 모든 것이 같아야 된다는 생각이 깊습니다. 조금이라도 다르면 밉고 싫고. 그땐 나하고 다르면 무조건 곱표. 다 성숙치 못 할 때의 일입니다.
사람은 개체주의가 아닙니까. 어찌 같을 수가 있단 말입니까. 히틀러야 자기 생각과 다르면 적이죠. 무서운 파시즘.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 우리도 한 때 이 무시무시한 이데 오르기를 파먹고 살았습니다. 지금은 안 되지요. 법과는 갈라설 수가 없지만 다른 것과는 견해나 생각이 다를 수 있습니다. 피카소는 이 색깔 저 색깔 섞다보면 전혀 생각도 못한 색깔이 나온다고 했습니다. 다름이 아름답다는 말이겠습니다. 이번 글은 너무너무 좋아요! 하잇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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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6 13: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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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훈 (203.XXX.XXX.182)
사람들이 때때로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보다 더 안좋은 것은 어떤 집단 전체를 도매금으로 평가하는 습관인 것 같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어떠하다, 미국 사람들은 어떠하다. 기독교인은 어떠하다. 이슬람교인은 어떠하다 이런 식으로 집단을 획일적으로 평가하여 매도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좋은 뜻으로 이야기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안좋은 면을 이야기할 때는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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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5 1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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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211.XXX.XXX.51)
"‘단정’이나 ‘치부(置簿)’보다는 ‘조화’, ‘상생’이라는 말을 떠올리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도 번거롭다면 공연히 아귀다툼 속에 말려들기 전에 다른 것이 곧 틀린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며 사는 것이 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하시는지요? 조화와 상생과 다른 것에 대한 존중을 위해 투쟁하면,
그것은 '아귀다툼에 말려드는 것'이 된단 말입니까?
그리고, 그럴 바에야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하고 '속 편하게' 사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요?

본인 아버지가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권력에 의해 희생당하시고, 집안이 송두리채
그 피해를 보았다고 하면서 이 무슨 궤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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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5 13: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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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203.XXX.XXX.182)
선생님의 훌륭한 글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각 사람을 다르게 창조하신 것은 축복입니다. 우리 모두가 같은 모습과 성격과 생각을 가진 양처럼 생겼다면 이 세상은 지루하고 재미 없는 세상이 될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말씀했습니다. 남의 종교를 존중해야 내 종교도 존중 받습니다. 우리 모두가 남을 제어하기 보다는 나 자신을 제어해야 평화로워 집니다. 그것이 성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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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5 1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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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79)
종교가 다르다고 전쟁하는 나라들이 꽤 있고 ...... 종교의 자유를 헌법으로 보장한 나라에 태어남을 감사하게 여기고 살아 왔습니다.저도 개신교도 이지만 다른 종교에 대한 견해는 아연씨와 공감함니다.개신교들이 겸손과 사랑으로 부딪침을 만들지 말아야 겠습니다.더욱 사랑을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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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5 10: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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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유태인들은 자녀들에게 남들보다 잘 되라고 가르치지 않고 다르게 되라고 가르친다죠?
일치와 통합도 필요하지만 초록이 동색이라면 넘 무료하고 심심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데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터부시하고 내친다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자가당착 아닌가요?
인정해야할 다름은 인정하고, 하나가 되어야할 다름에 대해선 합리적 토론과정을 통해서 걸러지는 건강한 사회를 열어갔음 좋겠습니다!
연초에 좋은 화두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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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5 10: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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