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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경인운하 사업
신창현 2007년 03월 04일 (일) 01:20:45

무슨 까닭에선지 건설교통부는 국민의 정부 때 환경영향평가도 받기 전에 경인운하주식회사 컨소시엄을 만들고 건교부 안에 경인운하과를 신설하는 등 경인운하를 서둘렀다. 그러다가 참여정부 들어 감사원의 경제성 없다는 한 마디에 관련 조직을 없애 버려 모두들 포기하는 줄로만 생각했다.

그랬기에 건교부가 다시 네덜란드 회사에 용역을 주면서 꺼진 불씨를 살리느라 환경단체를 끌어들여 사회적 합의 운운하는 모습을 보일 때 왠지 석연치 않다 싶었다.

그런데 결국 합의는 무산되고 경인운하 사업의 1단계인 80미터 방수로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을 보면서 건교부가 처음부터 감사원의 지적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환경단체와 협의회를 만든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또한 정부가 대화와 타협에 의한 문제해결 방식을 악용하여 불신을 조장하게 되면 환경단체들이 다시 시위와 소송에 호소할 가능성이 매우 커서 염려스럽다.

김포, 강서, 부천 지역의 홍수예방을 위한 굴포천(40미터) 정비 사업이 경인운하(80미터) 사업으로 확대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당초 환경단체는 인천 앞바다의 오염 등을 이유로 반대했고 감사원도 경제성이 없다며 재검토를 요구했기 때문에 이 사업은 백지화되는 듯했다.

그러자 건설교통부는 네덜란드 용역회사에 다시 타당성 검토를 의뢰하며 2005년 4월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굴포천유역 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했다. 경인운하를 둘러싼 개발과 보존의 갈등을 시위나 소송 대신에 사회적 합의절차로 해결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2년여 동안 16차례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찬반 양측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환경단체 측은 당초의 약속대로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고 부결을 우려한 건설교통부 측의 불참으로 표결은 무산되면서 협의회도 해체됐다.

이후 환경단체 측은 표결 약속을 어겼으니까 굴포천의 폭을 80미터로 확대하기로 한 합의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측은 정부사업을 환경단체와 합의하여 결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생각인 듯하다.

환경부만 이상해졌다. 양측의 합의를 명분으로 80미터 방수로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협의해 줬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경인운하 건설에 필요한 1단계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된다. 이상하지 않은가?

사회적 합의는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인가?
건설교통부는 이전에도 개발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지자체들과 함께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댐 건설 관련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의 수정을 비롯해서 시화호 개발계획의 사회적 합의기구인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울산시 효문공단의 철도노선 갈등조정회의 등이다.

그러나 이 사례들은 모두 사업 자체는 건설교통부 계획대로 추진하되 내용의 일부를 수정, 보완하는 형식이었다. 건설교통부가 2005년에 추진했던 춘천-양양 고속도로 사업의 사회적 합의는 타당성부터 재검토하자는 환경단체의 요구를 거부하여 무산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왜 경인운하 사업은 환경단체와 공동으로 타당성을 재검토하기로 했을까? 경인운하 문제는 환경 이전에 경제성이 더 중요한 쟁점이라는 환경부 관계자의 지적이 옳다면 사업의 재검토를 요구한 감사원이나 경제 전문가들이 협의회의 주체가 되는 것이 더 바람직했다.

혹시 경인운하도 새만금의 경우처럼 감사원의 문제제기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민들과 환경단체를 이용한 것은 아닐까? 이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친 80미터 방수로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과 예산낭비 여부를 따지는 일은 다시 감사원의 몫이 됐다.

대체로 이해관계자들이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선물하는 장점이다. 정부가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관점들을 추가하고, 정책의 품질이 향상되며, 정책에 신뢰를 높이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부작용과 역효과도 가져온다.

경인운하 사업의 추진 여부를 2/3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하기로 한 운영규칙은 사회적 합의절차가 아닌 힘겨루기로 변질되어 무산될 것임을 처음부터 예고하고 있었다.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한다는 의욕만 앞세우고 의제설정과 대표자 선정, 합의방법 등에 관한 사전설계와 운영을 소홀히 하면 민주적 합의절차가 오히려 불합리한 정책결정의 면죄부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 경인운하 사례의 교훈이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

민선1기 의왕시장을 거쳐 대통령비서실 환경비서관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과 KDI 국제정책대학원 갈등조정협상센터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갈등조정분야의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 <갈등영향분석 이렇게 한다, 2005, 예지>를 비롯한 수많은 연구논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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