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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칼럼
김흥숙 2010년 03월 31일 (수) 01:30:10

자유칼럼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꼭 삼년 만에 하직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시사(時事)를 떠나 살고 싶다는 것뿐,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신문을 열심히 챙겨 보느라 피로했던 눈과 마음에 시사너머를 볼 시간을 주고 싶습니다. 2007년 3월부터 지금까지 저와 ‘동행’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리며 작년 10월 28일자 한국일보의 ‘김흥숙 칼럼’에 실렸던 글, ‘칼럼이라는 것’으로 인사에 대신합니다. 자유칼럼 역사상 다른 매체에 실렸던 글을 다시 전재하기는 처음입니다. 이 글의 재전재를 허락해주신 자유칼럼 공동대표님들과 한국일보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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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뵈었으나 여전하시어 기뻤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골프를 치시고 일주일에 두 번씩 산에 오르신다니 꾸준한 운동이 좋긴 좋은가 봅니다. 적지 않은 퇴직금과 연금, 선생님의 직업을 이어 받은 자제분들 두루 부럽고, 비싼 저녁을 사주시며 제 글에 배인 ‘분노’를 염려하실 때는 송구스러웠습니다.

“전엔 따뜻하고 서정적인 글을 쓰지 않았나? 그 글들, 좋던데… 아무튼 열심히 써요.” 뭐라고 한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 물들기 전에 떨어진 잎사귀들이 제법 차가운 바람을 타고 거리를 휘돌았습니다. 힘겹게 어둠을 이고 선 작은 가게들, 피로에 젖은 채 하루를 정리하는 얼굴들, 윤기 흐를 제 얼굴이 부끄러웠습니다.

지금, 바로 이 시각에도 이 나라와 세계 안팎에선 무수한 일들이 일어나고, 수없이 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집니다. 그 많은 일들과 사람들 가운데 무엇에 대해, 누구에 대해 쓸 것인가를 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연히 글의 종류는 사람의 종류만큼 많습니다. 어떤 이의 글은 지식과 성취로 넘치고, 어떤 이는 가르치려 하고, 어떤 이는 일어나 싸우자고 합니다.

자랑할 지식도, 나아가 싸울 용기도 없는 제가 칼럼을 쓰는 이유는 희망 때문입니다. 배부른 사람과 배고픈 사람을 잇는 다리를 하나 놓았으면, 배부른 사람과 배고픈 사람이 만나 함께 ‘적당히 배부른’ 상태를 도모하도록 도왔으면 하는 희망입니다.

그러므로 선생님이 제 칼럼에서 읽어내신 분노는 투쟁이나 파괴를 부르는 성냄이 아니라, 의당 누려야 할 기본적 조건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절망적 상황, 희망을 밀어내는 상황에 대한 분노입니다. 오래 전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던 공분(公憤)이지요. 모두가 갖고 태어났으나 잠시 잊고 있는 양심과 사랑을 끌어내어, 함께 희망과 대안을 찾기 위한 마중물입니다.

지난 주 서울에서는 진보적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시민단체 인사들이 모여 ‘희망과 대안’ 창립총회를 열었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공감대 위에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대안정치세력을 육성한다고 합니다. 민주주의의 5개 기둥 중 하나로서 행정, 입법, 사법부와 언론을 감시,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들이 직접 정치활동에 나서게 된 것도 슬픈데, 더 마음 아픈 일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소속 노인 수십 명이 애국가와 태극기 없이 하는 행사가 어디 있느냐고 소리치며 회의를 방해한 겁니다. 홈페이지에 “노구의 몸으로… 자유대한을 지키고자” 나섰다고 쓰여 있는 걸 보니 노인들의 단체입니다. 이달 초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지를 이장하라며 시위하기도 했습니다.

어버이다운 어버이이든 아니든, 연세 드신 분들이 한가로이 여생을 즐기던 시대는 지나간 것 같습니다. 그러기엔 노인이 너무 많고 노인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너무 깁니다. 지난 7월 1일 현재 우리나라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0%를 넘었고, 2016년엔 노인인구가 14세 이하 인구를 추월하게 된다고 합니다.

골프도 좋고 등산도 좋지만 건강만을 목표로 삼는 노인은 존경받지 못합니다. 부디 선생님의 건강과 장수(長壽)가 젊은이들에게도 기쁨과 영감(靈感)을 주기 바랍니다. 물들기 전에 떨어진 잎사귀처럼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동갑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선생님을 보며 배우고 싶습니다. 노년은 젊을 때 실천하지 못했던 정의를 행동에 옮기는 시기라는 것, 두려움 없이 희망과 대안을 키우는 거름이 되는 때라는 것.

언젠가 소박한 백반을 대접하며, 오래 전 선생님이 사주신 브레히트 시집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아까 드리지 못한 답변 대신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가 실려 있는 107쪽에 은행잎 하나 꽂아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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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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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송 (218.XXX.XXX.142)
젊었을때 실천하지 못한 정의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노인들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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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2 17: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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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만 (218.XXX.XXX.129)
언제나 명쾌하신 지적과 꼭 필요한 지적으로 많은 가르침을 주신

김 흥숙 칼럼을 더이상 쓰시지 않겠다는 이유는 묻지 않겠습니다

다음 한국방문시 쏘주한잔 대접할 수 있는 기회는 주시겠지요

안익태 선생님 가족과의 인연으로 만났던 사람 기억하시겠지요.

바르셀로나 거주 교민. 서울출장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간에 수고 많이 하신 것에 감사드리며

바르셀로나 UAB 대학 유 석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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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22: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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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찬순 (218.XXX.XXX.129)
그동안 보내주신 글들을 잘 읽어 보았습니다. 때로는 공감을 하기도하고 때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칼럼이라고 제목을 붙이신 김흥숙님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저는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이라는 곳에서 살고 잇는데 최근에는 돋보기를 4개나 달고 살고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1개씩 두고 있습니다. 피로했던 김흥숙님의 눈과 마음에 평안이 있기를 바랍니다.

다시 오시면 좋은 글 또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이멜주소는 바꾸지않습니다. 필요하면 다른 것 하나 만들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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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1 22: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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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도 (218.XXX.XXX.129)
그동안 좋은글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읽을 때마다 공감하고 마음속 깊이 느껴졌습니다. 더 좋은 감성으로 만날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언젠가 한번쯤 뵙게되겠죠. 그런 날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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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22: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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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호 (218.XXX.XXX.129)
너무 아쉽습니다. 그동안 선생님의 글을 매우 감동적으로 읽어왔는데 벌써 그만 쓰신다니 정말로 아쉽고 섭섭하고, 또 어떤 분이 선생님의 관점에서 또는 시각으로 글을 써주실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선생님! 어디에 계시든지 왕성한 글솜씨 더욱 빛나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부디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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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20: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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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석 (218.XXX.XXX.129)
그동안 빠짐없이 님의 칼럼과 동행했는데 이제 헤어져야 한다니 섭섭합니다. 다시 칼럼을 만날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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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20: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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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218.XXX.XXX.129)
섭섭하네요. 시사에 어두운 저에게 꼭집어 명쾌하게 얘기해주신 것들과 작별해야하나요? 기다리며 찾아 읽었던 글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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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20: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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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218.XXX.XXX.129)
선배, 왜 마지막 칼럼입니까? 한국일보에서 선배 글이 끝났다는 말을 듣고도 아쉬웠는데, 선배의 그 짱짱한 얼음 깨고 먹는 동치미맛 같은 시사칼럼을 계속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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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20: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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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 (218.XXX.XXX.134)
시사(時事)를 논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은 "세계와 인류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본에 있어, 그 누구보다 충실했던 분, 아니 어떤 면에서는
다시 이런 칼럼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의심스러울 만큼

이성적이면서 감성적이고, 비판과 대안, 탄식과 희망을 함께
담아 내셨던 분은, 김흥숙 선생님 이외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글쟁이라 자칭하며 거만하게 굴지 않고,
한참 후배일 현역 기자들보다 많은 자료를 조사하여 바탕으로 삼고,
시인의 감수성과 소설가의 매끄러운 표현력과 위트가 함께 했던,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탄식보다 희망과 대안으로 채웠던 글들이었습니다.

앞으로 칼럼을 넘어서는 더 좋은 글을 볼 수 있게 되길 기원합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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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9: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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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212)
너의 글을 읽고 뜻밖이지만 .......조금쉬면서,너를 다시 찿기를 바란다.의사 정영희 동창이 너의 안부를 묻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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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8: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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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218.XXX.XXX.129)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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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0: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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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섭 (218.XXX.XXX.129)
칼럼을 20년 동안이나 쓰셔서 공감을 주신 김흥숙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이곳에서 떠나 조용히 자신을 음미하시면서 서정적인 수필을 보여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늘 건강과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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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0: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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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유 (218.XXX.XXX.129)
그동안 주옥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 어느 분야에 계시든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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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0:2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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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현 (218.XXX.XXX.129)
섭섭하군요.잘 읽었습니다.다시 뵙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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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0:2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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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철 (218.XXX.XXX.129)
앞으로 글을 대할 수 없다니 아쉽습니다.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많이 찔리네요. 블로그에 가보고 싶군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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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0: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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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용 (218.XXX.XXX.129)
김흥숙님 떠나시면 않되는데요^*^ -전 선생님의 칼럼을 3년동안 잘 읽고 즐거웠습니다. 매일 아침 출근과 함께 칼럼을 읽고 했거든요..섭섭합니다. 건강하십시요. 그리고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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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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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순 (218.XXX.XXX.129)
너무 어쉽네요... 곧, 다시 좋은 글을 써 주시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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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0: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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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218.XXX.XXX.129)
김흥숙님의 글을 읽으면서도 글이 의도하는 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했었습니다. 이제 더 못 보게 된다니 앞으로 깨우칠 희망이 없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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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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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 (218.XXX.XXX.129)
가슴 찡하게 울리는 글. 당분간 읽지 못하게 됐다니 너무 안타깝습니다.
아직 깨닫지 못한 노년들을 위해, 피지 못한채 일찍 져버린 그들의 동년배들을 위해 계속 글을 쓰실 날이 다가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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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10: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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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자유칼럼의 희망이셨는데......
훌훌 털고 자유를 만끽하시다가 홀연 동행자로 돌아오실 것을 믿기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붓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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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09: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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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청봉 (118.XXX.XXX.158)
마지막 칼럼이라고 하셔서 그런지 신문에서 읽을 때와 느낌이 달라진 듯도 싶고....
그동안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건강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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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31 08:5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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