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은 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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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은 나의 비밀

오마리

2010년 04월 02일 (금) 00:48:19

어느 무더운 여름 방학 때의 일이었습니다. 유년의 기억 중 아름답지 않은 사건이 생겼던 그 여름의 잔상은 이 나이가 되도록 완전히 가슴에서 지워낼 수 없습니다. 그것이 커다란 상처로 남아 나를 괴롭힌 적은 없었지만, 살아오면서 항상 개운하지 못한 기억으로는 남아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평소에 내가 좋아했던 수재형이며 얌전한 친척이 우리 집에 놀러왔었는데 그는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있던 고등학생이었습니다. 그 날, 더운 여름 오후에 잠깐 낮잠을 자고 있는 내 얼굴에 무엇인지 닿아 중압감을 느껴 눈을 살며시 뜨게 되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내 눈에 보인 사람은 바로 그 친척으로, 그는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얹고 한참을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의 얼굴이 무척 뜨거웠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하지만 그 당시 나는 눈을 뜨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눈을 감고 모른 척 했습니다.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인 사람으로 평상시에 만날 때는 신체접촉으로 애정표시를 하지도 않았던 그가 내가 잠자고 있는 사이에 얼굴 접촉을 하고 있는 것이 왠지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의 그런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확실히 몰랐지만 그가 한 행동은 초등학생인 내게 옳지 않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내가 눈을 번쩍 뜨고 일어났다면 그는 얼마나 당황했겠습니까. 그런 사태가 터진 이후의 상황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자주 만나는 인척들의 모임에서 그분은 어떤 모습으로 나를 볼 것인가, 또 나는 어떻게 행동을 해야만 할 것인가, 그 짧은 순간에도 어린 나는 많은 걱정으로 와락 겁이 났던 것입니다. 이후 세월이 흘러 나는 소녀시절을 거쳐 숙녀가 되기까지 그 분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으나 그저 그 사실을 모른 척 해왔습니다. 아마 그는 지금도 내가 그 사실을 모르는 걸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성장하면서 나는 그가 사춘기 때 저지른 일이었음을 이해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어린아이였던 나는 이 사실을 누군가에게 털어 놓을 수도 없어 힘들었던 때가 있었으며 또 그 분을 만나게 되면 모른 척 하기가 쉽지 않아 괴로운 적도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할 때와 가족을 통해 그의 소식을 들어야 했을 때도 항상 그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내 인생에 충격적인 사건은 아니었다 하여도 내 유년시절의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에 나는 지금까지 이 사건을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도 함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나에게 비밀이란 단어를 알게 해준, 그리고 감내하기 쉽지 않았던 무게의 비밀을 내게 실어준 그 사건을 지금도 아주 지워버릴 수 없습니다.

한국의 웹사이트를 자주 들어가게 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폭행과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한국의 풍토를 보게 됩니다. 인구 겨우 5천 만 명인 국가에서 일어나는 이런 성범죄는 인구가 수 억인 국가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많아 심히 우려됩니다. 더욱이 청소년이나 아동에 대한 성폭행과 살인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어 그 대책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조차 길이 보이지 않고, 카오스적, 혼돈의 세계에서 올바른 미래로의 방향제시가 없는 게 한국의 현상입니다.

이곳 토론토에서는 교포들을 수치스럽게 한 모 교회의 집단 성폭행 사건의 재판이 지금 진행 중이라 누가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는 확언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토론토로 어학연수 차, 혹은 대학으로 유학 온 한인 학생들의 일부, 그리고 교포 자녀들의 일부의 탈선과 범죄행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으로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물론 이곳으로 유학 온 선량하고 성실한 학생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내가 가까이에서 보고 겪은 유학생들의 풍기문란은 교민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였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남녀 성별을 불문하고 이곳에 온 학생들이 손에 닿기 쉬운 마약, 부모를 떠난 자유로움으로 방종에 빠져 성적 문란행위, 범법적인 일들을 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유학자금과 생활비를 보내옵니다. 이런 상황들이 십여 년도 더 계속되어 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오직 빙산의 일각일 뿐 토론토 신문에 오르내려 교포들을 부끄럽게 하여도 별로 놀랍지 않습니다. 드디어 올 것이 온 것뿐이기 때문입니다.

별 대단한 사건이 아니었던 나의 기억은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심연 어느 곳에 잠들어 있다가 가끔 한 번씩 떠오릅니다. 오늘 처음으로 이 글에서 털어놓고 있는 나만의 비밀, 작은 사건도 어린 시절의 내겐 짐이었던 것입니다. 하물며 성폭행을 당한 여자 아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다행히 최근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조두순 사건의 나영이가 수술로 배변기를 떼어냈다 한들 그 아이가 그 충격을 영원히 잊어버릴 수 있을까요!

누군가 몇 사람에게 책임을 묻자고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놀자 문화’ ‘먹자문화 ‘마시자문화’ ‘사자문화’가 사회에 팽배하여 있는 한 이런 범죄는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모두 남의 일이라고만, 내 자식과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리지 말고 시민운동이라도 벌여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것은 우리 기성세대들의 책임이니까요!

신경호 (211.XXX.XXX.129)

천만 번, 옳소!!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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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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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준 (211.XXX.XXX.129)

무덤까지 가지고 갈 마음의 침을 미래 사회를 위해 과감히 푸어 놓은 심정을 조용히 생각해 보게하는 글을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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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6 11: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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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58)

중학교에 들어 가자 어머니는 저를 치과에 데리고 가서 뾰죡한 송곳니를 갈아 밋밋하게 만들어 놓으셨습니다.야하게 보인다는 이유로요.언제부터 섹시미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가 되버려 유감임니다.연예계의 정화운동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되어 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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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5 19: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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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35)

우리 사회의 미래목표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요? 목표와 희망이 없는 사회는 단세포 같이 지금에 얽매여 놀자, 먹자, 마시자가 되는 것 아닐까요. 이 나라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온 국민이 동참하게 할 사람이 나오길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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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3 11: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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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동방예의지국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을까요.
유아들 성 교육은 물론이고 사춘기의 중,고생들 그리고 청장년들에게도 바른 몸가짐에 대한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예절에 관한 한문귀절을 어려서 부터 의무적으로 익히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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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2 12: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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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청봉 (118.XXX.XXX.158)

맞습니다.
우리가 너무 경제에만 집착하고 다른 부문에는 마음을 쓰지 못하고 발전을 한 탓에 건전한 소비문화를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기성세대가 지금이라도 사회 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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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2 10: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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