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의 끝은_(김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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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끝은

김영환

2010년 04월 09일 (금) 00:27:59

천안함 침몰에 대한 글을 해군도 아닌 육군 사병 출신 주제에 어떻게 쓰겠느냐고 조소받기도 했지만 키보드를 두드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통령은 선출되었으니 논외로 하고 병역 면제자들이 국무총리 국정원장을 하는 나라에서 거의 3년 동안 이 나라 최전방 곳곳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젊음을 바쳤으니 당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십 년 전 육군 사병 초기에 북한을 대안에 둔 임진강 하류 남단 갯벌을, 수백 발의 탄띠를 메고 2인1조로 지켰던 기억이 납니다. 달빛이 하얗게 부서지는 깊은 밤, 드넓은 갈대 숲에는 오직 들개들의 울음만이 정적을 깨고 있었습니다. 방한복을 입고 있었지만 지붕 없는 참호의 추위는 온몸으로 파고 들었고 적의 침투를 막기 위해 눈을 부라리며 근무교대자가 올 때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습니다.

육군의 경계가 그럴진대 몇 차례 해전을 치룬, 보이지 않는 접적 수역에서 ‘철의 그물’을 치듯 긴장해야 하는 NLL초계함의 수병들의 고충이야 오죽하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탑승해본 전투함의 구조는 미궁처럼 복잡했으니 탈출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국방의무에 충실하다가 삶을 바치신 천안함 국군 용사들과 구조대, 그리고 희생된 구난 선원 여러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할 따름입니다.

2010년 3월26일 금요일 밤 천안함 침몰 소식에 저는 본능적으로 북한과의 NLL(북방한계선) 충돌을 떠올렸습니다. 장소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서해 제도를 따라 북한 지역을 봉쇄하듯이 올라가는 NLL 부근이었으니 많은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진상이 뭔지 지금도 딱히 감을 잡지 못할 것입니다.

정치권과 매스컴은 또 두 패로 갈라선 느낌을 주었습니다. 방송사들은 여러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표류 후 암초 충돌설, 갯벌 돌출부 좌초설, 유증기 폭발설, 철판 피로 절단설, 침몰 전 과속설, 아군기뢰 충돌설 등 어지러운 상상을 펼쳐 사실이 아닐 경우 장병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을 추측성 보도를 했습니다. 물론 아주 조심스레 접근해야 하는 것이지만 북한군의 가능성은 초기부터 차단한 감을 주었습니다. 접적 해역이지만 증거가 박약하니 남을 탓하는 것이 곤란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군의 허물만 먼저 찾을 것은 아니죠. 극히 신중하게 보도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백령도에서 180톤 급의 TNT가 터지는 위력인 규모 1.5의 지진감지 기록이 밝혀지고 생존자들의 굉음 증언으로 추리적인 ‘작문’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보유한 상어급 어뢰설, 스텔스 어뢰설도 뒤이어 나왔습니다.

추리를 막을 방법은 신속한 원인 규명이죠. 그런데 10센티미터 크기의 해저 물체도 식별하는 음파 장비가 있다면서 왜 파편이나 잔해를 수습하도록 즉각 부르지 않았는지 의아할 따름입니다. 침몰의 원인 규명을 선체 인양에만 의존함으로써 ‘소규모 전쟁 상황’일 수도 있는 천안함 침몰을 상선(商船)의 조난사고처럼 느긋하게 풀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탄하게 됩니다.

유족에게 설명하랴, 선체를 인양하랴, 원인을 규명하랴, 언론에 설명하랴,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국방장관이 국회의 대정부질문에 답변하는 때에 청와대가 사고 원인을 한쪽으로 기울이지 말라고 메모를 주는 것으로 안보는 강화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군사적으로 분석해야 할 침몰 원인에 대해서 만에 하나 정치적인 ‘덧칠’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증거가 한 쪽으로 기우는 상황인데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말은 비록 객관적으로 보일 수는 있겠지만 너무 원론적이어서 국민들의 불안과 궁금증을 잠 재울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적을 특정할 수 없어 초기대응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적’이 있다면 이를 규명한 후 이 군함 침몰(혹은 격침)을 국제화하여 국제공조로 끌고 가려는 것을 사태 해결의 수순으로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더 큰 대형 사고가 영해에서 돌발했고, 그 원인을 즉각적으로 알 수 없을 때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하실 건가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속언이 있습니다. 적의 공격 자행 가능성이 짙지만 물증이 없어 반격이 불가능한 음흉한 사건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1987년 인도양의 안다만 해에서 북한의 소행으로 폭발 추락한 대한항공 858기 격추사건 역시 회복 불가능한 타격에 대해 대응이 불가능했던 한 예입니다.

우리나라는 오는 11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죠. 국제투자환경 등을 놓고 볼 때에 존재 여부가 불명확한 어떤 적의 타격 가능성을 미리 거론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드러나는 천안함의 침몰 규명 상황은 가감 없이 그때그때 솔직하게 국민에게 보고하는 정직함이 최상의 정책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총체적으로 나라를 지키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끝으로 추락한 군의 사기 앙양을 위해서라도 병역 면제자들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고위공직에서 걸러냅시다.

김윤옥 (210.XXX.XXX.103)

원칙없는 정부가 자초한 난맥상입니다.지적하신대로 병역 면제자들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고위공직에서 걸러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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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2 12: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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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국 (115.XXX.XXX.186)

맨 마지막 100% 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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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0 21: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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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호 (115.XXX.XXX.186)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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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0 21: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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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홍 (115.XXX.XXX.186)

매우 공감되는 점을 지적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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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0 2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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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국민의 4대의무인 병역을 미필한 사람은 모든 피선거권에서 제외 되어야하고 공직 또한 언감생심입니다~~ 의무 미필자는 모든 권리를 박탈해야 합니다. 선출직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당선 유무에 관계없이 피선거권을 몰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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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12: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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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35)

아는 분과 술 한잔 하면서 얘기를 들었는데, 싱가폴에서는 군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사실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 같습니다. 저도 마지막 문장에 한 표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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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11: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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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104)

군대 다녀오지 않으면 공무원 자격을 주지 않는 것,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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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0 05: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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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dot (218.XXX.XXX.142)

맨 마지막 문장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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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9 09: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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