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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황새의 아내 찾아 3만리
박시룡 2010년 04월 14일 (수) 02:00:09
황새는 세계적으로 6종이 있습니다. 이 중 2종은 서로 아주 비슷한데, 우리나라에 있는 황새와 유럽에 있는 황새입니다. 우리나라 황새의 부리색이 검은 색인 데 비해 유럽 황새는 부리가 붉은 색입니다. 그 나머지는 전문가들도 구별하지 못할 만큼 매우 흡사합니다. 이 종을 우리나라에서는 홍부리황새라고 부릅니다. 홍부리황새는 유럽에서 번식해 아프리카로 월동하러 가는 철새입니다.

지금이 홍부리황새의 번식철인데, 최근 크로아티아의 작은 마을에서 황새 부부의 순애보라고 할 정도의 기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사연이 인터넷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약 2주 전 수컷 황새 한 마리가 머나먼 남아프리카에서 1만3,000km를 날아와 크로아티아에 도착했습니다. 암컷 황새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5년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장애가 있는 아내 황새를 만나기 위해 크로아티아 동부의 한 마을을 찾는 수컷 황새는 올해는 다른 때보다 조금 일찍 아내를 만나러 왔습니다.

5년 전 사낭꾼에게 포획될 뻔해 상처를 입은 아내 황새는 날개에 구멍이 뚫려 더 이상 날지 못합니다. 현지의 마음씨 좋은 주민이 아내 황새를 발견하고 기르기 시작했고, 결국 수컷 황새만 다시 남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듬해 봄 놀랍게도 수컷 황새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다시 크로아티아의 마을을 찾았고, 수개월 동안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알을 낳기도 했으며, 아이들이 태어나자 수컷 황새는 아이들에게 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8월 수컷 황새는 아이들을 데리고 남아프리카로 돌아갔습니다. 수컷 황새는 그 이후에도 해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아내를 만나러 왔습니다.

아내 황새를 기르고 있는 현지 주민에 따르면 올해 예년보다 조금 일찍 온 수컷 황새는 여행이 힘들었는지 매우 피곤해 보였다고 합니다. 수컷 황새가 아내 황새를 찾아온 거리는 3만리가 넘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아무리 거리가 멀더라도 가로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한 수컷 황새가 증명해 보여 주었습니다.

최근 봄철이라서 번식이 한창인 우리 황새 쌍에서도 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인공은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충북 청원군 미원면 화원리에 야생 방사실험을 했던 쌍입니다. 그때 화원리의 옛 이름을 따서 암컷의 이름을 새왕이, 수컷은 황새 부활을 알린다 해서 부활이로 지어 주었습니다.

이 쌍은 다시 복원센터로 옮겨져 작년부터 우리에서 번식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봄 3개의 알을 낳고 31일 동안 암수가 열심히 교대해 가면서 알을 품었습니다. 마침내 첫 알에서 새끼가 깨어 나왔습니다. 문제는 이 때부터였습니다. 수컷은 새끼를 돌보려 했지만, 암컷 새왕이는 새끼를 부리로 물어 밖에다 내다 버렸습니다. 그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작년에 이 부부의 새끼들은 사람 손에 의해 길러졌습니다. 이런 잘못된 양육습관은 다음 해에도 지속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금년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관찰을 해보고 작년과 같으면 손으로 기를 준비를 했습니다. 3월 24일 아침 7시 40분 경 3개의 알 중 한 개에서 새끼가 태어났습니다. 수컷 부활이가 품고 있었을 때 새끼가 나온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 다음 순간이 문제였습니다. 알 두 개와 새끼 한 마리를 품고 있는 부활이가 일어나 새왕이와 교대를 하면 분명 작년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게 뻔했습니다.

그런데, 부활이는 새끼를 품은 채 좀처럼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이라면 1~2시간 품다가 교대하지만, 이 날은 달랐습니다. 무려 5시간 가까이 먹이를 가지러 갈 생각도 하지 않고 새끼만 품고 있었습니다. 물론 간간이 일어나 알과 새끼를 부리로 다듬어 주기는 했습니다.

새왕이는 몇 번이나 새끼를 품고 있는 부활이에게 가서 교대하자고 했지만, 부활이는 일어날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년의 일을 부활이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일어나면 새왕이가 새끼를 또 내다버릴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낮 12시가 넘어서 다시 새왕이가 둥지로 다가갔습니다. 이때 부활이는 쪼그린 채 새끼를 품고 머리 깃을 곤두세우더니 새왕이를 위협했습니다. 결국 새왕이는 둥지에서 물러났습니다.

1시간이 지나서였을까요. 그제서야 둘은 교대를 했습니다. 새왕이는 부활이로부터 둥지를 물려받고는 새끼를 향해 먹이를 게워냈습니다. 그러나 태어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인지 새끼는 새왕이가 게워낸 먹이를 먹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이 행동은 작년과 사뭇 달랐습니다. 작년에 새끼를 보고 부리 끝으로 집어 던지는 반응을 보였던 새왕이가 올해에는 먹이를 게워내는 행동을 보인 것입니다. 비록 새끼는 그 먹이를 먹지 못했지만, 좋은 징조였습니다. 그리고 새왕이는 새끼와 알들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작년과 달리 새왕이와 부활이가 세 마리의 제 새끼를 잘 기르고 있습니다.

아!~ 황새 부활이가 새끼를 잃은 작년의 일을 기억했을까요? 그리고 교대의식 전에 부활이가 새왕이에게 보인 위협적인 행동이 새왕이의 마음을 바꾸게 했을까요? 분명 현상은 존재하는데, 과학적으로 황새의 마음을 풀이해낼 길이 없네요. 과학자로서 이런 자연현상을 보고 다만 경외감을 느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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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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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동화를 읽는 느낌입니다. 자연은 정말 신비하고 경이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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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16:52:43
0 0
차덕희 (121.XXX.XXX.158)
그랬나요?놀랍습니다.후천적 노력으로 태생적인 모성애가 개화하는 것이 사람인데,황새의 사랑이 사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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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10:01:26
0 0
Likesun (211.XXX.XXX.146)
오직 경이로울 뿐입니다. 황새의 기억력과 부성애!!!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박 교수께서는 황새를 연구하시는데, 각자 전문으로 새를 연구하는 우리나라 생물학자-새에 관한 정보를 구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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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09:57:22
0 0
박시룡 (210.XXX.XXX.70)
우리나라 새 연구자는 경희대 유정칠 교수가 있구요, 새에 관한 정보는 한국의 조류를 인터넷 검색에 치시면 우리나라 생물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새의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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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4 10: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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