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낙수(落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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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낙수(落穗)

김창식

2010년 04월 20일 (화) 00:56:36

아바타는 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역대 최고 흥행성적(1,300만 관람)을 올리는 등 많은 화제를 낳았습니다. 감독의 디스토피아적 메시지가 현란하고 스펙터클한 화면에 묻혀 최고 SF 영화반열에 이르진 못했지만, 전문가‧비전문가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3D 기술에 의한 혁신적 영상미학의 실현을 칭찬했습니다. 한편 아바타가 이단(異端)을 부추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일부 교회의 비판도 있었지요. 영화를 둘러싼 2가지 논점을 정리해 봅니다.

아바타, 첨단 3D 기술의 개가?

3D 영화는 한마디로 입체 영화입니다. 화면으로부터 총알이나 화살이 자기에게로 날아오는 듯한느낌을 갖게 하는 영화를 통칭합니다. 아바타가 입체 영화의 효시는 당연히 아닙니다. 할리우드야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에도 이미 1960년대에 입체로 제작된 영화가 있었습니다('천하장사 임꺽정', '몽녀' 등). 그런데 왜 아바타=3D영화 등식이 성립하는 걸까요? 종래의 입체 영화는 눈의 피로를 야기하는 등 기술 수준이 못 미쳐 관객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흥행에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유야무야되었습니다. 아바타는 바로 이 점을 개선하여 성공한 것입니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아바타의 제작기술은 크게 새로울 것이 없는 점진적인 진보(Serial Progress)이죠. 영상기술의 혁신을 이룬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장된 것입니다.

아바타의 주목할 만한 시각효과는 오히려 이모션 캡처의 촬영방식에 힘입은 바 큽니다. 초소형 카메라와 마커(센서)를 부착한 배우의 연기를 수 십대의 카메라로 포착, CG화하였지요. 이 역시 다른 영화에서 이미 시도한 기법('반지의 제왕'의 골룸 등)이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3미터가 넘는 디지털 배우인 나비(Na'vi) 족 캐릭터를 창조하여 미세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은 물론 희로애락의 정서까지 관객에게 전이되도록 하였습니다. 3D 기술+이모션 캡처+감독의 상상력이 빚어낸 판도라 행성 자체의 아름다운 풍광이 조화를 이루어 관객들은 전혀 새로운 입체영화를 본 느낌을 가진 것입니다. 항간에 4D 영화라는 말도 있지만, 아직 완성된(Full-version) 4D 영화는 없습니다. 단지 극장 측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럴 듯한 설비(후각 자극, 아이맥스 화면, 움직이는 좌석)를 해놓고 광고‧선전하는 것이지요.

아바타, 이단(異端)에 대한 찬양?

아바타에서 묘사된 우주관에 대해 로마 교황청을 비롯한 교계 일각에서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천지 만물에 영성(靈性)이 깃들어 있다는 관점이 이단을 확산한다는 것인데, 이는 지나친 비판인 듯합니다. 아바타의 핵심 키워드 인 "I See You."는 대상과 다른 대상, 생명체와 또 다른 생명체의 순수한 교감과 연대를 뜻합니다. 자신이 소속해 있는 집단과 특수 관계에 있는 생명체나 사물을 신성시하여 숭배하는 토템신앙(Totemism)은 오래 전부터 인간에게 내재해온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iousness)의 발로이자 보편적 정서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짙푸른 소(沼)를 들여다본다든지, 볕이 들지 않는 깊은 숲속에 들거나, 광막한 바다 앞에 서면 누구나 그곳을 주관하는 주인이 있을 법한 생각으로 신비감과 아울러 은은한 두려움을 느낍니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우리 조상들도 일상생활의 도구인 '조리'를 울긋불긋한 천으로 묶어 대청 천정에 매달아 놓거나 중간 크기의 '독'에 켜다 만 벼이삭과 쌀 등 곡식을 넣어놓고 이를 '터주 신'으로 여겨 공경하였습니다. 어른들은 그와 같은 방식으로 집안의 평안을 희구하고 자손의 무탈‧번창을 기원하였지요. 과학문명이 진전을 이루고 종교가 정신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해서 한 세대 전 어른들의 풍수사상과 만유신적인 믿음을 마냥 폄하할 수만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함께 깃들어 사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경을 나타내려 한 것입니다. 유일신(唯一神)을 믿는 특정 교회측에서 아바타의 범신론적인 관점을 불편해 했지만, 아바타에도 초월적 존재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관장하되 공평무사하여 편들지 않는 '에이와'이지요. 에이와는 자연 그 자체일 수도, 절대자의 변형된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잠시 주위를 둘러봅니다. 요즈음 웬만하면 누구나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가상세계의 이웃들과 교호, 소통합니다. 사이버 세상의 ID는 개개인의 디지털 분신일는지도 모릅니다. 하루라도 로그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집니다. 몇날 며칠 식음을 전폐한 채 웹서핑을 하거나 게임에 탐닉하는 소위 '오다쿠' 이야기와 그 폐해도 심심치 않게 지면을 장식합니다. 그렇다면 아바타의 세계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현실세계와 뒤섞여 이미 구분할 수 없거나.

다비 (174.XXX.XXX.104)

공감합니다.
토템신앙과 범신론, 유일신과 아바타 영화 얘기,
사이버 시대의 우리들의 위치를 돌아보게 하는,
유려하고 유익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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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0 21: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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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234)

오랫만입니다, 다비님.
SF영화의 궁극적인 주제는 '미래의 神'에 대한 담론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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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1 07: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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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47)

그간 쓰신 글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글 입니다. 최근의 우리 기독교에 대해서 스스로 불편한 감정에 휩싸여 모든 것을 돌이켜보고 회의해보는 복잡함 속에서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은 내재해 있는 근원적 물음에 아무런 답은 될 수 없지만, 한 번 뒤집어 보는, 그래서 불편한대로 돌아눕는, 그런 느린 봄날 오후에 받은 위로의 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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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0 14: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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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234)

ㅎㅎ 김윤옥님. 그럼 제가 전에 쓴 글은?
전 종교도 지나치게 독단적이지 않고 포용하고 화합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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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0 16:2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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