紀綱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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紀綱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김홍묵

2010년 05월 05일 (수) 01:53:00

봄은 왔건만 봄 같지 않은 봄입니다. 100여 년 만의 4월 한파, 축산 농민들의 가슴을 저미는 구제역 창궐, 중국의 청해(靑海) 대 지진, 전 세계적 항공대란을 몰고 온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유럽발 금융위기에 강타당한 세계경제, 그리고 천안함 침몰 참극 속에 묻혀버린 봄 내음. 4월은 정말 잔인한 달인가 봅니다.

때 아닌 봄눈과 비바람으로 냉해 동해 피해를 입은 농촌 사람들은 비가 와도 가슴이 탑니다. 복숭아 고장인 경북 영덕에는 예년보다 개화가 한 달가량 늦었고, 전남 나주에서는 벌과 나비가 나오지 않아 꽃가루 수정을 사람 손으로 하고 있습니다. 복분자와 양파도 꽃눈이 얼거나 생육이 제대로 안 돼 흉년이 예상됩니다.

인간만 피해를 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올 봄 백두대간에서는 산양들이 줄초상을 당하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10배나 많은 죽은 산양의 위장 속은 거친 줄기나 나무껍질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합니다. 폭설로 새싹이 나오지 않아 먹이를 찾지 못해 낙엽이나 나뭇가지로 허기를 채우다 굶어 죽은 것입니다. 설해(雪害)입니다.

하늘이 놀라고 땅이 흔들리는 천재지변들, 가뭄ㆍ홍수ㆍ지진ㆍ분화(噴火)ㆍ해일ㆍ태풍ㆍ돌풍ㆍ혹서ㆍ한파들이야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보다 규모나 강도가 덜한 마른하늘의 벼락, 한여름의 우박, 초가을의 된서리에도 우리는 속수무책입니다.

크나큰 재앙은 오히려 인간의 오만을 자성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는 것은 인재가 분명한데도 불상사가 근절되기는커녕 끝없이 반복되는 현실입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 그렇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온 국민이 애도와 추모 물결을 이루었지만 남은 건 크나큰 상처뿐입니다.

가장 아픈 상처는 국론 분열입니다. “무모한 도발에는 그 이상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걸 반드시 보여 줘야 한다”, “내 백성을 죽인 세력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대한민국 해군함정을 공격할 나라는 한 곳뿐이다” 라는 우 성향 인사들의 울분입니다. 좌 성향 인사들은 “김정일 정권이 도발했을 리가 없다”, “현재 북은 대남도발할 상황이 아니다”고 맞대응 합니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도 극명한 인식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2002년 제2연평해전 전사자 유족들은 “왜 천안함 46용사들만 영웅이냐. 우리는 형제 자식을 조국에 바치고도 개죽음 취급을 당하고 ‘껌값’을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2008년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사건은 사망한 전철련 관계자 및 세입자 유가족들에게는 평균 7억 원, 희생 경찰관 유가족에게는 1억 3,214만 원의 보상금으로 종결, 경찰관 가족들은 이번 사건으로 또 한번 사기가 꺾였습니다.

또 하나의 상처는 군의 기강해이(紀綱解弛)입니다. 불과 석 달 전 ‘해양대군’을 자처했던 해군의 초계함이 두 토막 나고 46명이 수장당했는데도 누가 던진 어떤 돌에 맞았는지 모른다니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합참과 국방부까지도 뒤틀린 보고체계와 늑장보고, 우왕좌왕한 사고시점 추정, 또 다른 희생을 부른 부실한 수습작전 등으로 불신을 키웠습니다.

거기다 익명성을 이용한 비방과 비어, 전문가와 네티즌들의 추정과 가정에 춤을 춘 보도, 여과 없는 군사기밀 발언들은 군의 사기를 여지없이 떨어뜨렸습니다. 비행기가 추락하면 조종사 실수, 전방의 초병이 가슴에 4발의 총상을 남기고 사망했는데도 자살로 추정하는 식의 군의 대응은 군을 스스로 호랑이 입에다 넣어주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군의 기강이 흐트러지면 사기가 떨어지고 전력이 약해집니다. 전력이 약해지면 공격력과 수비력이 반감합니다. 그렇게 되면 안보에 허점이 드러나고 국가의 정체성과 국민의 자긍심이 없어집니다.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어 군을 양성하는 목적은 든든한 안보를 바탕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전하고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군이 창설된 지 60년이 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것같다”고 질타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나태ㆍ부정ㆍ부패ㆍ비리를 원천봉쇄ㆍ일벌백계ㆍ발본색원ㆍ엄단ㆍ일소하겠다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 왔습니다. 말대로 실천했으면 낙토(樂土)가 되었을 텐데 지금도 온갖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요?

맹모삼천(孟母三遷)으로 잘 알려진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수학 도중 “어머님이 보고 싶다” 며 학업을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 왔을 때 맹모단기(孟母斷機)로 크게 꾸짖었습니다. 베틀에 매어 둔 베를 칼로 잘라 버린 것입니다. 아들에게 중간이 잘린 베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훈계였습니다. 맹자는 그런 어머니의 결단에서 성현이 되었습니다.

5월은 어린이 날ㆍ어버이 날ㆍ스승의 날ㆍ성년의 날ㆍ부부의 날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사랑으로 충만한 이 계절의 여왕 5월에는 지난 달의 악몽이 눈 녹듯 사라지고 싱그럽고 아름다운 희망으로 가득찼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김윤옥 (210.XXX.XXX.84)

언제부턴가 우선 가리고 보자는 잘못된 생각, 곁길로 돌아가보자는 어리석은 생각, 못들은 체 해보자는 안하무인 생각이 禍에 火를 더하는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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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2: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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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문일 (119.XXX.XXX.235)

그런 바람이 바람으로만 그치지 않길 바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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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8 10: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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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현 (119.XXX.XXX.235)

좋은 글입니다. 국가안위가 어려운 시기입니다. 기강이 해이된 난국을 '맹모의 단기'로 바로 세워야 하겠습니다.좋은 칼럼입니다.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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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6 08: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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