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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어머니날에
신아연 2010년 05월 07일 (금) 01:15:49
한국의 어버이날이 내일이고 , 호주의 어머니날은 그 다음 날인 9일입니다. 호주는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해 놓았는데 공교롭게도 올해는 한국의 어버이날과 하루 차이입니다. 아버지날은 9월에 따로 두고 있습니다.

교민 자녀들이 다니는 대부분의 한국 학교는 어머니날에 맞춰서 어머니께 편지쓰기를 합니다. 학교에서는 영어로 생활하다가 일주일에 한 번, 토요일에만 한글을 배우기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 나이라도 한국의 또래들보다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 글은 오히려 서툰 솜씨에 정직하고 순수한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생까지, 어머니들께 쓴 편지에는 가족을 위해 맛있는 음식과 빨래와 청소를 잘 해 주셔서 고맙고, 그래서 자기는 앞으로 엄마를 도와드리고 동생을 잘 돌보며 공부를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는 기특한 다짐을 주로 담았습니다. 어떤 학생은 43세 엄마가 27세로밖에 안 보인다는 말을 들어서 무척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사춘기 소녀답게 엄마가 예뻐서 좋다는 뜻이겠지요.

아이들의 글은 모두 비슷비슷하지만 엄마들은 자기 아이의 글이 가장 독창적이며 명문장이라고 여길 것입니다. 마치 교복을 똑같이 입은 학생들이 교문에서 와르르 쏟아져 나와도 단박에 자기 아이를 찾아낼 때처럼 말입니다.

사실 글솜씨와 상관없이 그 나이의 아이들은 엄마가 뭘 해 줘서 좋고 그걸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올해 스무 살인 제 아들도 제게 편지를 썼습니다.

“ …I know it hasn’t been easy raising two restless children. I admire your courage and strong will. Always be youthful. Always be curious . Always be beautiful. May you continue to share your private world with the world through writing. I appreciate your kindness.”

저 역시 아들의 편지를 받고 거의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여기에 편지의 내용을 모두 옮기지는 않았지만 몇 살 더 먹은 티를 내느라 어린 아이들처럼 자기한테 뭘 해줘서 좋다는 게 아니라 엄마의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엄마의 신발에 제 발을 넣어보려는 , 제 발에는 안 맞지만 엄마 발에 맞는 신발이니까, 엄마가 좋다고 하니까, 엄마 것이니까 그 신을 인정하려는 태도가 의젓합니다.

부모의 입장에 서 보는 것, 부모의 처지를 생각할 줄 아는 것, 자식으로서 자신의 감정과 요구를 객관화할 줄 알고 부모의 느낌과 정서를 헤아릴 줄 아는 것, 깊은 공감 반응력을 보이는 것, 그것이 진정 부모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그때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밖에 하실 수 없었을 거라고, 그분들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거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식으로서 품을 수 있는 부모에 대한 최상의 사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떤 자식도 부모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이성부 시인의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의 첫 구절처럼 본인이 어머니가 되어야 어머니 마음을 알게 되고, 그 때 비로소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것입니다. 그 그리움이란 어머니 됨의 본성을 깨닫게 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어머니가 혼자만 아시던 슬픔, 무게, 빛깔 등이 이제서야 선연히 가슴에 차오른다고 시인이 말하고 있듯이, 우리들이 항상 무엇이 없고 나서야 절실히 그 참모습을 알게 된다고 했듯이, 자기를 위해서는 따신 봄볕 한 오라기도 몸에 걸치지 않으려는 어머니 그 옛적 마음을 저도 이미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안다고 했듯이요.

이 좋은 5월의 어머니날, 어버이날에 자식이 아직 어리건 다 컸건 부모로서 ‘부모됨’ 의 속 깊은 깨달음의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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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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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84)
몇 년 전만 해도 아들아이는 어버이날에 카네이션꽃을 샀다가 엄마한테 매맞을까봐 그냥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올해는 며늘아이가 연분홍 카네이션 꽃다발을 안겨주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꽃값 생각을 애써 외면하며 고마워 해주었지요.
아들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 스승의 날을 생각하며 5월 첫주에 학교에 갔더니 기쁜 나머지 "엄마가 학교에 오니까 학교가 환해져요!!" 하던 때가 그립습니다. 그 애도 이제 중년의 나이 가까이 세월이 흘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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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2: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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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며느리한테 받는 카네이션은 어떤 느낌일까요... 엄마가 학교에 갔을 때 좋아하는 아이들... 그건 또 얼마나 가슴 뿌듯할까요... 동양인 엄마가 백인 아이들 많은 학교에 찾아가서 백인 선생님 만나서 더듬는 영어로 면담을 할 때 우리 애들이 드러내 놓고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것만도 고맙다고 해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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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6: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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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211.XXX.XXX.129)
그거 재미있는 소재입니다. 내가 아는 후배의 딸은 미국에 살던 시절, 아버지가 학교에 찾아오거나 길을 물을 때 못하는 영어를 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 그 생각만 하면 아버지가 안쓰러워 목이 멘다고 했다는군요. 나같은 사람은 닭살이 약간 돋는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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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7: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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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식 (203.XXX.XXX.182)
좋은 글을 자주 대하게 되어 감사합니다. 직장관계로 스페인에서 6년여를 자녀들과 보내고 다시 귀국하였습니다. 공백기간이 있어 적응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래도 나름데로 길을 찾았으며, 두 여식아는 중1,고1을 마치고 늦게 유학을 한 관계로 수업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잘 적응하였으며 졸업 후에는 스페인어까지 가능하게 되어 다행스럽게도 취업도 잘 되어 사회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답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국내와는 다른 학교의 공부방법 때문에 걱정도 하였으나 다행스럽게 혼돈의 기간이 짧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어쩌면 4지선다형의 세대와 토론하면서 상대를 존중하면서 진행하는 공부는 어쩌면 미래를 지향하는 참 교육이 무엇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아무쪼록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글을 많이 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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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2: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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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스페인에서 지내셨으니 자녀들이 보다 독특한 이중 언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네요.. 사실 영어권에서는 영어 밖에 못하는 학생들이 태반이라 유럽계와 경쟁에서 많이 뒤진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민 자녀들이 유리한 셈이지요. 모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니까요. 이완식 님의 자녀들은 아마도 3개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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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6: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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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사실 제 아들은 엄마가 자기 일을 잘 하나 늘 관심이 많습니다.^^ 글의 소재도 제공해 주고, 이렇게 하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조언도 해 주지요... 엄마는 꿈을 좀 더 크게 가져야 한다고 야단도 치구요..^^ 무엇보다 그로인해 아이들과 계속 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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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0 16: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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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233)
부친은 42년전에 ,모친은 몇년째 노환으로 영양음료로 연명하고 85세가 되셨는데...올해가 마지막 어버이날이 될것 같습니다.형제끼리 부부끼리 오순도순 살길 바라셨지요.단순한 소망인데 흡족하게 못해드려서 남은 저의 생애 가시가 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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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7 20: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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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마지막 어버이날.. 자식된 처지에서는 그런 마지막이 있겠군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자식사랑은 평생 짝사랑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자신이 부모가 되어 또 그 짝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거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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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09: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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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그래도 사회구조악을 고쳐 보려고 일신의 안일을 내팽개쳐 봤다는 것과 불의와 타협치 않았다는 것 말고는 조밀한 사랑을 주지 못하고 따스한 대화를 못 했다는 자괴감이 어버이날에는 어김없이 찾아 온답니다. 그래도 얘들이 비뚫어지지 않고 잘 자라줘서....
새벽마다 조용히 기도하시던 어머님이 계시지 않아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수 없어 가슴이 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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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07 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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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82)
어버이날에 어버이 노릇을 되돌아보는 인내천님의 겸손함이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이번 어버이날에는 아이들이 내게 뭘 어떻게 해주나를 바란 게 아니라 제 자신의 부모됨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참 죄를 많이 지었고, 후회와 가슴아픈 일들이 많았습니다... 살면서 정말 중요한 일은 되돌려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훌륭하게 살아내신 인내천님이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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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09: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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