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가 죽은 말(死語)이 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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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춘

2010년 05월 11일 (화) 00:09:17

어린이날 특집 방송에서 두 가정의 행복하고 단란한 이야기를 듣고 종일 흐뭇했습니다. 두 집 다 중년 부부로 한쪽은 8남매를 가진 시골 목사님이고 다른 쪽은 7남매를 둔 서울의 그리 넉넉지 못한 사업가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찌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만 양쪽 집 다 그 대신 아이들로부터 받는 기쁨이 훨씬 더 크다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신생아의 출산율이 해마다 떨어져 인구 증가율이 30년 전의 5분의 1도 안되며 지난해에는 인구 1천 명 당 겨우 네 사람이 증가하였다는 세상에, 이렇게 여유 있고 복스러운 가정을 보고 넋을 잃은 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모든 게 신선한 웃음을 자아내는 상상 외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논산에 사는 목사님 댁은 렌터카 회사에서 대형 승용차를 빌려 새벽 세 시에 집을 출발했고 서울에 사는 부부는 두 대의 택시에 아이들을 나누어 태워 방송사에 왔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계란 한 판을 사도 어느 사이에 다 없어지는지 부식물 준비에는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는 등 그분들의 이야기는 시간 내내 웃음과 탄식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하기야 지금에 와서는 매우 신기한 현상이 되어버렸지만, 우리 세대가 자란 옛날에는 이런 풍경을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아이를 다섯밖에 두지 않았지만 두 큰집에는 각각 일곱 명과 아홉 명의 사촌들이 있는 다산 가족이었습니다. 물론 병과 사고로 부모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불행도 있었지만 무슨 행사로 사촌들이 같이 모이는 날이면 서로가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거의 매주 만나는 선배 한 분은 본인이 8남매의 막내였는데 공교롭게도 자신도 8남매의 자식을 두게 되어 무척 행복하게 여생을 보내고 계십니다. 90년대 초에 화제가 되었던 딸 네 쌍둥이가 같은 대학을 나와 같은 병원에 간호사로 취직했다는 흐뭇한 이야기를 두 달 전에 TV에서 보았는데 얼마 전에는 아들과 딸 네 쌍둥이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해서 어버이날, 가정의 날, 입양의 날, 성인의 날 등 가족에 관계되는 기념일이 많고 언론매체는 가족에 관한 특집 보도를 많이 합니다. 기쁨과 희망을 주는 기사도 많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나라 청소년(11~19세)들의 행복지수가 OECD 선진국 20개국 중에서 가장 낮다는 기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우리나라 지수는 UN아동기금(UNICEF)이 최근에 발표한 OECD 20 개국 아동 행복지수 평균 84.8에 훨씬 못 미치는 65.1이었습니다. 한국 학생의 경우 진학문제가 행복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는 조사 관계자의 말도 있었습니다.

또 하나 우리들을 우울케 만든 기사는 어린이 미아 건수와 범죄에 휘말리는 수가 해마다 느는 추세에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2000년대 전반에는 미아의 거의 태반이 결국엔 발견되어 보호된 반면 최근에는 미해결 건수가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범죄에 휘말리는 아이들의 수가 늘었다는 증거라고 당국자는 말합니다. 최근에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준 사례를 들 필요 없이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증가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아동복지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은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일본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어린이날 칼럼에서 “...팔에 아이론(다리미)으로 인한 화상을 남기고 한 살 정도의 체중으로 아사(餓死)한 채 발견된 다섯 살 치주(智樹) 어린이, 쓰레기통 안에서 질식된 채 발견된 두 살짜리 유이(優衣) 어린이 등 부모의 학대를 받아 짧은 생을 마감한 어린이의 이름 몇 개가 뇌리(腦裏)에 명멸(明滅)하는 가운데 맞이한 올해의 어린이날”이라고 개탄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부가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사이에 유모차에 있는 아이가 사망했다는 비정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일본에서는 이와 비슷한 해괴한 사건이 많이 보도됩니다. 더운 여름 날 엄마가 빠친코(구슬치기) 게임에 빠져 있는 사이에 엄마가 유모차에 남겨 둔 어린애가 희생되고, 냉방이 된 자동차 안에 아이를 둔 채 쇼핑하는 사이에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 등이 종종 보도됩니다.

얼마 전 홋카이도(北海道)에서는 젊은 아버지가 차 속에 어린아이 셋을 둔 채 부모 집에 잠깐 들른 사이에 라이터로 장난하다 불을 내 세 아이가 다 희생되는 비극도 있었습니다.

한편 사회의 급속한 산업화와 고령화에 따라 유교에 바탕을 둔 우리 가족제도 전통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거노인의 수가 급속히 늘어나며 인간의 사회생활 기본 단위인 가정이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2009년에 조사된 927,560 명의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의 비율이 22%였으며, 이는 4년 전보다 무려 63%가 증가한 숫자라고 했습니다. 이는 전국 평균의 18.8%보다 높은 비율입니다. 서울시의 조사에서 노인인구의 27.9%만이 자식들과의 동거를 원했다는 사실은 전통 가족제도에 대한 노인세대의 의식 변화를 말합니다. 특히 얼마 안 가 은퇴생활에 들어갈 소위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는 이 경향이 더욱 심해 전체의 15.4%만이 노후에도 자식들과의 동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경제개발로 여념이 없던 1970년대, 정부는 “아들 딸 안 가리고 하나만 잘 기르자”란 구호로 폭발적인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산아제한운동을 전개하여 국제기구가 평가할 정도로 성공하였으며, 그 탁월한 기술은 인구증가로 고민하던 인도에까지 수출되었습니다.

그러나 남녀 결혼연령의 상승과 미혼여성의 증가 그리고 일반적으로 다산을 기피하는 풍조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급속히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와 바닥을 기는 출산율에 뜻 있는 사람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해마다 증가하는 교육비부터 해결해야 하겠지만, 작은아버지, 고모, 이모 등의 우리말이 완전 사어(死語)가 되어 가는 지금의 가족구성을 걱정하는 것은 우리 노인세대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제도가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슬기로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합리적이고 실행 가능한 가족제도의 개발에 힘을 모을 때가 왔다고 봅니다.

오지영 (119.XXX.XXX.235)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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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7 11: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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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104)

공감합니다.
점점 세상이 사어가 많아져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훗날엔 남는 언어나 새로운 용어들은 어떤 것들일지요.
사회의 변천과 함께 인류도 변하고 있지만 온고지신의 뜻을
새겨보는 것도 바람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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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2 08: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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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233)

써비스산업의 발달로 아이를 두고 가출하는 여성들을 둔 조손가정도 많이봄니다.모성애,부성애가 점점 얄팍해지는시대 같습니다.오래전에는 양식만 있어도 남편의 부실함을 메꾼 억척같은 모성애를 많이 볼수 있었지요.제 나이가 하나낳기 세대임니다. 자녀들이 외로움을 많이 타고 집안이 적막강산 같습니다.부모노릇도 반복연습이 필요한 듯 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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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1 12: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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