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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 생후 3개월의 비밀
박시룡 2010년 05월 20일 (목) 03:20:17
스승의 날이면,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됩니다. 올해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는 아무 편견 없이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있나? 우리는 본능적으로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을 차별합니다. 선생님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교육에 임해도 학생들은 금방 그것을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이 차별이 자칫 학생들에게는 좌절감으로 이어져 학업성취 가능성의 싹을 조기에 잘라버릴 수가 있습니다.

나는 선생님들이 생후 초기에 형성되는 인간의 뇌의 비밀을 안다면 비록 학생의 학업성적이 좋지 않다 해도 그 학생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참 스승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에 필요한 뇌세포는 생후 3개월이면 완성됩니다

   
인간의 뇌는 150억 개의 뉴런(신경세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태어날 때에는 엉성하게 자리잡고 있던 뉴런이 생후 3개월쯤 되면 세포분열을 통해 성인의 뇌 수준까지 대부분 형성됩니다. 이 3개월간 뇌세포는 가는 실(섬유)을 뻗어 그물망을 형성합니다. 약 3개월이 되면 사람의 뇌는 기본 골격(기본 틀)이 완성됩니다.

이런 그물망은 태어나기 전 유전자에 의해 이미 일부가 고정되기도 하지만 이 3개월 동안에 주변 환경에 따라 아이들마다 서로 다르게 형성됩니다.

모든 갓난아이들의 최초 지각은 환경에 따라 다릅니다

아이가 태어나 지각하는 상, 예를 들어 공간소음, 어머니의 음성, 벽의 색, 빨래 냄새, 어머니와의 피부 접촉 등은 아이들마다 모두 다릅니다. 이것은 갓난아이마다 환경의 차이로 인해 뇌의 기본 틀이 서로 다르게 형성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외부 영향이 세포를 자극하여 그 섬유들을 상이하게 형성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습니다.

쥐는 눈을 감은 채 태어납니다. 생후 2주 동안 뇌의 시각중추의 시세포 하나가 인접세포와 14개의 섬유를 뻗어 접촉합니다. 그러나 쥐가 눈을 뜨자마자 그 시세포는 약 8,000개의 접촉의 수로 늘어납니다. 쥐의 눈을 계속 가리면 이 접촉의 수는 처음의 14개에 머무르게 됩니다. 몇 주 뒤 눈 가린 것을 풀어줘도 그 쥐는 평생 눈먼 상태로 남습니다.

다음은 고양이를 대상으로 이와 유사한 실험을 한 결과입니다.

   

사람의 경우도 생후 최초의 기간에 시각적 인상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는 이와 유사한 일생동안의 시각 장애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우리는 거의 모르고 살아왔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 사람마다 서로 다른 기본 틀(뇌의 섬유망)이 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의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각자 사람마다 소질과 성격이 다르고, 나아가 아이들의 학습 유형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상이한 기본 틀이 학교수업엔 어떻게 작용할까?

이 기본 틀은 외부 세계, 다른 사람, 그 사람이 몰두하고 있는 사물들과의 의사소통 속에서, 즉 다른 기본 틀 간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사람은 본 것을 더 잘 간직하고, 즉 시각적인 기억력이 좋고, 어떤 사람은 청각을 통해 더 잘 배우고, 어떤 사람은 행위나 만져보는 것을 통해 학습하면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갓난아이 때에 뇌에 각인된 기본 틀에 사고 모델을 갖춘 학생은 선생님이 갖고 있는 기본 틀의 설명 모델과 어느 정도 유사성을 보여 줄 때만 학습을 잘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어떤 아이가 어떤 과목의 담당 선생님이 바뀐 후 그 과목의 성적이 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부는 IQ에 달려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학습을 잘하고 못하는 것은 두 모델(선생님의 설명 모델과 학생의 사고 모델)의 상대적인 일치, 즉 공명이 가능하냐 그렇지 못하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학생들은 교사든 교과서든 참고서(자습서)든 아니면 동료학생(가정교사)이든 상대방을 통해 늘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상대방에게서 자기 자신을 재인식할 때, 다시 말해 상대방과 그 자신의 사고 모델이 일치할 때 그 학생은 학습을 잘하게 됩니다. 똑 같은 학습재료라도 학생들은 기본 틀의 종류에 따라 어떨 때는 매우 쉽게 혹은 매우 어렵게 이해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고등학교 물리책에 나오는 ‘압력=힘/표면적’이라는 학습내용이 각각의 사고 모델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음 그림을 보세요.

   

위 네 학생이 공부하는 내용은 모두 같습니다. 그러나 각자 서로 다른 지각 통로로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만일 어떤 학급에서 네 번째 방법만 사용하여 수업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네 번째, 순수사고력을 지닌 몇몇 아이만을 위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입시교육에서 가장 점수를 잘 받는 학생은 바로 네 번째 순수사고력을 지닌 학생입니다. 그런 학생이 최고의 대학에 가는 사회가 아닌가요? 바로 우리 학교의 현실은 남들과 다른 사고력을 지닌 학생은 교육에서 철저하게 무시 당하거나 소외 당하고 살아가는 것 아닌가요?

선생님은 어떤 학생이 공부 못하는 학생이라는 낙인을 찍기 전에 선생님 스스로 관대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한 교사가 모든 유형을 다 고려해 수업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에게 다양한 기본 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다양한 유형을 사용해 보려고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을 대할 때 원래 열등한 학생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더욱 중요합니다. 무심한 선생님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로 우리 학생들은 남 모르는 곳에서 울고 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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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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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란 (211.XXX.XXX.129)
저는 초등방과후교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선생님들께 복사해 나누어드려야겠습니다. 늘 재미있는 글로 행복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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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8 09:02:49
0 0
김성수 (211.XXX.XXX.129)
아주 유용한 정보인 것 같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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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 11:18:48
0 0
권안도 (121.XXX.XXX.16)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대인관계 형성과 자녀교육에도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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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2 06:3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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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새로운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유전자와 환경이 형성한 학생들의 다양한 개성을 일률적으로 대하고 가르치는 지금의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은 절대 시정 되어야할 것입니다. 마음껏 끼와 개성을 발휘하게 말입니다. 그래야 다름을 귀하게 여기는 창의적인 사회가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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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0 09: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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