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다운 나_(김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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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운 나

김창식

2010년 05월 21일 (금) 00:01:20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불교에서는 '참나(眞我)'의 추구를 중요시합니다. 지면을 통해 접한 동화사 주지 진제 스님의 말씀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참나'는 여여(如如)하며, 일상에 진리의 도가 있어 목전에 진리 아닌 것이 없구나. 이를 깨우치면 용심(用心, 마음 씀)이 없어진다. 이것이 불성(佛性)에 다름 아니며 이에 닿기 위해서는 일생을 통해 수행, 그저 수행할 뿐이다." 그러면 참나가 무엇인지 하는 물음엔 그저 웃음으로 답하시더군요. 깨닫고 느끼는 것이지 말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헤아릴 수밖에.

기독교에서는 오히려 '나'와 '세상의 지혜'를 버리라고 권합니다. 그리스도에게 나 자신을 맡기지 않은 삶은 무의미한 것으로 간주해 궁휼히 여기죠. 하느님에게 완전히 귀속함으로써 안식과 평안을 찾는 것이지 유한자(有限者)인 인간이 무엇을 해보겠다고 나서는 것은 도로(徒勞)에 그칠 뿐이라고 안타까워합니다. 누가복음 9장 23절에 이르길,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좇을지어다." 불교에서는 참나를 구하다 보면 '망아(忘我)'에 이른다 하고 기독교에서는 처음부터 어리석은 나를 버리라고 가르칩니다. 순서의 문제이지 두 종교의 입장은 비슷하게도 느껴지는군요.

소설가로서 이 문제를 천착한 사람은 단연 헤르만 헷세입니다. '데미안', '유리알 유희' 등 그의 모든 구도소설의 주인공은 '참다운 나에 도달하는 길 위에 서 있는 인간(Der Mensch auf dem Weg nach Sich Selbst)'입니다. 불교적 관점의 헤세 역시 자기 자신에 이르는 도정의 험난함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모호하게 묘사할 뿐 자신과 합일된 경지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딱 부러진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야전 병원인 농가에서 해후하는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이죠.

종교적 가르침이나 문학적 주제를 떠나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생활인인 우리로서도 '내가 나 아닌 듯한' 느낌을 갖는 때가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도 들고요. 때로 '고아처럼'도 느낍니다. 퇴근길에 술 한 잔을 걸치고 불콰한 얼굴로 버스에 앉아,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 길" 차의 흔들림에 몸을 맡긴 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잠 찜에 차창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누군가 싶어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각과 낯섦은 무언가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본질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분식(紛飾)된 삶을 살고 있다는 허허로운 느낌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지금 우리가 하는 일(세속적이고 경제적인 안정 추구)이 중요함에는 틀림없지만 내면에서 소리치는 참다운 나로서의 삶이 아닌, 남에게 보이는 '페르소나(Persona)'로서의 허깨비 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씁쓸한 인식. 그러니 참다운 나의 삶을 살기 위한 최초이자 결정적인 행보는 '참다운 나'를 찾는 일이리라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참다운 나'의 경지는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그 길에 들어설까? 결국 처음의 물음으로 돌아가는군요. 대답 역시 같습니다. 잘 알 수 없습니다.

나의 본질은 무엇이며 나의 좌표와 위치를 어떻게 설정하여야 할까. 나와 다른 것(他者)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 맺음은 또 어찌되는 것일까. 나 역시 '참다운 나'가 무엇인지 가끔 생각해 봅니다만 나를 향한 여정을 정식으로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곳으로 향한 길의 입구에서 맴돌다 그런 질문을 언제 했느냐는 듯 다시금 천연덕스럽게 일상의 분주함(또는 무료함)에 함몰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죠. 당연히 '참나'에 이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참다운 나와 면대할 수 있는 몇몇 단편적인 실마리를 어렴풋이 떠올려 보았을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누구나 아는, 한 번쯤 생각해 보았음직한 것들이라고요?

-소중한 것들로부터 떠나기.
-마음 속 심연과의 근접 조우(遭遇).
-은혜 갚기. 봉사와 헌신. 좋은 인연 쌓기.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하는 행위.
-안락하고 편리한 생활방식으로부터 거리 두기.
-그러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길로 나아가는 일.
-철저한 좌절. 그런 연후 헤엄쳐 나올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디어 내는 일...

김윤옥 (210.XXX.XXX.34)

무언가 간신히 붙든 안도감, 안개 같은 막막함 속에서 드디어 길을 찾아낸 안도감,오늘 같은 날 茶 한잔 나누고싶습니다. 마침 초여름 빗소리까지 그리움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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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 13: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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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kql (174.XXX.XXX.104)

진아를 찾는 방법들
모두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참고 견디어 내는 일...
이 글의 에센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쉽진 않지요. 견디어낸 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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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3 08: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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