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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과 관의 씀씀이
김영환 2007년 03월 12일 (월) 09:59:15

얼마 전에 별 쓸모 없이 차고에서 논다는 어느 구청의 5,300만원 짜리 최고급 외빈용 관용 차가 뉴스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위해 차량 5부제를 강권하면서 자신들이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이에 역행하는 관용차 운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구청에 와서 어디 큰 차 타고 싶다 합디까?

1990년대 초에 한국의 국방장관이 프랑스를 공식 방문했습니다. 그는 양국 국기를 보닛 양쪽에 꽂은 소나타 급 의전 차를 타고 총리 집무실(마티뇽)로 왔습니다. 정장 차림의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슨 차에 에어컨도 없느냐고 불평했습니다. 요즘은 에어컨을 달았는지 모르지만 당시엔 그것이 프랑스 정부의 절약 정신이었습니다.
제돈 내고 사는 게 아니므로 검은 색 3,000 ~ 4,000CC 이상이 관용차라고 착각하는 요즘 우리 나라 고위관리들과는 아주 다른 사고방식입니다.

얼마 전에 극빈자들이 전기료를 낼 돈이 없어 전기가 끊긴 집에서 촛불을 켜놓고 자다가 화재가 일어나 여러 명이 불타죽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참극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민과 관의 격차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 곳에서는 배가 터지고 한 곳에서는 굶주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철밥통인 공무원시험이라면 구름처럼 몰려듭니다.

우리는 연말이면 엄동설한도 아랑곳하지 않고 멀쩡한 보도 블록을 갈아치우는 공사현장을 많이 보았습니다. 신도시가 들어설 곳에 건물이 새로 들어서는 모습도 보입니다. 세금이 이래저래 줄줄 새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 2월 한국조세연구원이 실시한 국민 여론조사에서 세금을 도둑맞은 기분으로 낸다는 의견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낸다'는 사람이 53.6%, '빼앗기는 기분으로 낸다'는 사람이 14.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금 납부를 꺼리는 납세자들 중 80%는 '납부한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낭비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잘 사는 나라인지, 언제부터인가 우리 나라는 절약과 담 싼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새 전용 비행기가 아쉽다는 듯이 보잉사 회장에게 공공연히 말한 대통령, 그 청와대는 2005년엔 내구연한 교체 명목으로 한 대 수억 원의 BMW 승용차를 5대나 구입한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습니다. 소형차를 어느새 내버리고 대형차를 선호하는 위선적인 국회의원들.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은 아내의 관용차 사용이 문제가 되자 다른 시도에서도 관행으로 이뤄졌던 일이었다고 강변했습니다. 어디 선거운동 때도 그런 말을 해보시지요.

중국의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겨울 점퍼 하나를 11년 이상 입어 정치 지도자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필리핀의 아키노 대통령은 아시아개발은행 본관 기공 리셉션에 경호원 2명만을 대동하고 참석했었답니다. 가난한 나라의 경호 비용을 걱정한 것입니다. 독일의 재무장관은 자신의 자가용이 수십만 킬로미터나 뛰었는데도 그대로 고집해 안전을 염려한 자동차 검사소에서 강제로 폐차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민간이라고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교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독일 어린이들은 사과를 주면 흔적도 없이 껍질이건 씨건 다 먹어버린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자녀가 처음에 학교에 갔다가 사과를 남겨 부끄러워서 혼났다는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일본인을 필자의 집에 초청했는데 굴비를 구어 주었더니 흔적도 없이 먹어치웠습니다. 한국인과 결혼한 프랑스 출신 방송인 이다도시는 자기 집을 소개하는 프로에서 낡은 가구는 친정 어머니가 준 것이라고 자랑했습니다. 이사하면 인간이 달라진 듯 모든 것을 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 언젠가는 그 앙갚음을 톡톡히 받을 날이 올 것입니다.

예산을 물쓰듯하는 관이나 외유로 흥청망청하는 민이나 정신차리고 절약을 신조로 삼아야합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30년간 신었다는 세 켤레의 징 박은 낡아빠진 구두. 이제 우리나라에선 전설로만 남을 것인가요. 절약해서 국부를 쌓아 놓아야 통일도 하고 방위력도 증강시킬 것이 아닌가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현대 소비문명의 폐해가 주는 경고를 실천하기 위해서도 그렇습니다. 부디 말과 행동을 일치시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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