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신아연 공감
     
5월은 '관계의 달'
신아연 2010년 05월 25일 (화) 01:06:32
세월이 참 숨가쁘게 흘러갑니다. 엊그제 5월이 시작되는가 했더니 어느새 마지막 주에 다다랐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그리고 싸잡아 가정의 날까지…가정의 달 5월이 저물고 있습니다.

'나'를 중심으로 배우자와 자녀와 어버이를 생각하며 가족관계의 선을 이어보게 하고, 가족만큼이나 한 개인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 '스승'을 또다른 관계의 도식에 놓아보게 하는 5월, 그래서 저는 그 5월을 '관계의 달'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제게 '관계'라는 말은 '의미'라는 단어를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의미'는 곧장 '가치'로 연결됩니다. 깨어진 ‘관계’에서 오랫동안 아파하고 이어 삶의 ‘의미’를 잃고 시름시름 앓다가 자신이나 상대방을 ‘무가치’한 존재로 포기해 버리는 일이 일련의 고통스런 과정으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요즘처럼 험한 세상에서 '관계의 달' 5월을 만월처럼 풍성하고 온전하게 누리는 사람이 있다면 참 복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부모와 자식간에 범람하는 강물처럼 충만하고 여유로운 사랑의 관계를 펼쳐가는 모습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는 부모 속을 썩이는 자식의 압권으로 비유됩니다. 당시 풍습으로 유산을 미리 내놓으라는 '땡깡'은 멀쩡히 살아있는 아버지를 죽었다치는 것과 같은 패륜이라고 하니 녀석의 고약스럽기가 가히 짐작이 됩니다. 수순처럼 가진 돈을 탕진하고 배를 곯다못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비된 자는 추궁이나 꾸지람은커녕 오히려 잔치를 베풀어, 이른바 탈선했던 자식이 돌아왔을 때 취해야 할 부모 태도의 모범 답안을 제시합니다.

부모 속 터지게 하는 거라면 우리 옛 이야기 속 '청개구리'도 '맞짱'을 뜸직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불효 자식의 말로라고 다 같을 수는 없어서, 성경 속 탕자와 민담 속 청개구리의 삶의 여정은 큰 차이를 보이며 전개될 것만 같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부모 생전에 '돌아온 탕자'와 '돌아오지 못한 청개구리'의 차이일 것입니다. 부모로부터 완전한 용서와 헌신적 사랑을 경험한 탕자와 달리, 엄마를 물가에 묻고 비가 올 때마다 개골개골 울어야 하는 청개구리는 회한과 자기 증오에 시달리며 죄를 대물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부모에 대한 반항심과 적개심으로 반대로만 하느라 반생을 소모한 자식의 영혼이 진정 가련하고 측은하다면 부모가 자기 대에서 그 죄를 끊어줘야 했는데, 엄마 개구리는 죽을 때까지 자식으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집착하는 바람에 자식의 생애에 그늘을 드리우게 된 것입니다.

부모가 돌아가시기 전에 돌아오지 못한 자식 청개구리 자신의 잘못과, '요놈, 나 죽거든 깨달을 테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너 같은 거 하나만 낳아 고생해 봐라'는 식의 미성숙한 부모의 태도가 그만 물가에 자기 무덤을 파는 어깃장을 놓게 해 자식을 그 속에 가두고 맙니다.

탕자의 아버지는 진정 자신을 죽임으로써 자식을 살렸지만, 청개구리 엄마는 마지막까지 자아를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어떤 명분으로든 자식을 자기 식의 틀에 맞춰 찍어내고 바꾸려 했던 아집이 죽음 앞에서까지 불신을 불렀습니다. 자식을 믿어주지 못했기에 자신을 산이 아닌 물에 갖다 묻으라고 실언을 했던 것입니다…

자식 키우기가 이렇게 힘든 줄 알았더라면 진즉 물렸을 부모 노릇에 오도가도 못하는 요즘, 상상력을 이리저리 비틀어 도대체 문제가 뭔지 골똘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봅니다. 솔직히 요즘 탕자들은 먹을 것이 다 떨어져 돼지 죽통에 코를 박기 전에 마약 운반책이나 폭력 조직 등에 유유히 가세해 범죄의 세계로 빠져 버립니다. 아버지 집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 지고 부모들의 불안은 ‘제 깟게 돈 떨어지면 별 수 있나.’ 하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세대가 너무나 악하기 때문에 정신 차릴 때까지 맘 다잡고 끝까지 몰아붙여 볼 수도 없어 철딱서니 없는 자식들에게 마냥 끌려다닙니다.

회복의 첫걸음, 치유의 처방은 누가 어떻게 시도해야 할지, 의미와 가치있는 관계의 불씨를 어떻게 하면 되살릴 수 있을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자식 키우기의 정답은 없는 법, 땅에 묻힐까 물에 묻힐까 잴 것도 없이 무조건 믿어주고 나는 그냥 ‘죽어버리는 것’, 그것이 자식을 살리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3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김윤옥 (210.XXX.XXX.83)
새 해를 맞이할 준비 하는 동안 벌~~~~~~써 6월이 낼모랩니다. 지난 다섯달 동안 한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자각이 뼈아프게 다가듭니다.
자녀를 옳바르게 건강하게 잘 양육하는 것은 부모자신이 건강한 정신과 옳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본을 보임으로서 가능한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청개구리 엄마가 끝까지 개구리녀석을 믿어주지 않아서 비극을 맞은 걸까요?'
가끔 손녀를 위해 재미나게 했던 청개구리 옛날 얘기에서 그런 또 다른 교훈을 놓쳤던 것 같습니다.
답변달기
2010-05-27 13:22:40
0 0
신아연 (203.XXX.XXX.182)
그렇죠... 정말 시간이 너무 빨리 갑니다. 한 일이 아무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허전함은 정말 큰 것 같습니다. 청개구리 이야기는 제가 어거지로 꾸며낸 소리입니다.^^ 요즘 애들 키우기가 하도 힘들어서 혼자 그런 실없는 상상력을 발동해 본 거랍니다.^^
답변달기
2010-05-27 16:09:19
0 0
우설자 (203.XXX.XXX.182)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0-05-27 08:34:59
0 0
신아연 (203.XXX.XXX.182)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0-05-27 16:10:32
0 0
marius (220.XXX.XXX.90)
탕자와 청개구리를 관계 속에 넣어 훌륭한 각본을 만드셨습니다. 상 받을 만한 작품입니다.
글 솜씨가 부럽습니다.
저 아는 분 말이 ‘잘이 문제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자식을 너무 잘 키우려는 마음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서로 관계만 악화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서로 생각도 욕구도 다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할 것 같습니다. 그냥 두고 멀리서 그러나 관심 갖고 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지나침이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답변달기
2010-05-27 07:17:36
0 0
신아연 (203.XXX.XXX.182)
농담같은 이야기입니다, 혼자 우스개로 생각해 본. 상을 받긴요.^^ 탕자 이야기는 성경에 나오니 당연히 부모의 본으로서 삼아야 겠지만요. 맞습니다, 선생님. 그 '잘'이 문제입니다. 자식은 가장 가까운 남이지요. 그런데 자기 자신인 줄 착각하는 부모들이 문제입니다. 자식을 정말 '사랑'하는 것은 선생님 말씀처럼 그냥 두고 멀리서 관심만 가져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답변달기
2010-05-27 16:14:13
0 0
이석봉 (121.XXX.XXX.42)
정말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자식으로 가슴 앓이를 한 부모들은 누구나 사무칠.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0-05-26 19:20:54
0 0
신아연 (203.XXX.XXX.182)
저도 마찬가지지만 주변에 자식들 때문에 힘든 부모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사람되려면 자식 낳아 길러보는 것이 정석일테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0-05-27 16:15:48
0 0
인내천 (112.XXX.XXX.244)
아버지학교를 이수하면서 자녀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터득했지만 작심3일....아기자기한 사랑을 표현하기엔 너무 커버린 때문인지 처음 감동과 실천은 벌써 퇴색해버렸는데 신 부국장님의 칼럼을 대하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신을 돌아봅니다.
한 가족이라도 자신만을 이해해줄 것을 바라는 관계와 상대를 이해해주려는 관계는 분위기가 다를 것 같습니다.한 가족이라도 역지사지 하는 관계를 갖는게 최상의 관계라고 생각합니다.의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답변달기
2010-05-25 23:16:13
0 0
신아연 (203.XXX.XXX.182)
아버지학교를 이수하셨군요. 저도 거기를 여러번 취재하면서 갈때마다 감동을 받습니다. 이 외로운 세상에 가정이 편치 않으면, 부모가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도대체 아이들이 어디서 위로를 받을까요... 생각은 그렇게 하는데 그게 참 잘 되어주질 않습니다...
답변달기
2010-05-27 16:17:08
0 0
차덕희 (121.XXX.XXX.245)
눈과눈을 마주하고 한 솥밥을 먹은 형제,부모 부부라도 조금의 예의가 없음으로 상처를주고 받슴니다.이 스피드시대에 격식 없음이 슬프게함니다.너무 가까워서 서로 긁히느 고슴도치의 사랑법은 싫은 것...
답변달기
2010-05-25 15:40:20
0 0
신아연 (203.XXX.XXX.182)
언제부턴가 상처 라는 단어가 가정의 중심어처럼 된 것 같습니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상처를 주지만, 그래도 가정만이 진정한 위로를 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 애들은 상처 받은 것만 너무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답변달기
2010-05-27 16:18:42
0 0
신아연 (203.XXX.XXX.182)
요즘 저는 관계를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제 남편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과 신의 관계를 관계의 기본틀로 보고 그 완성에 대해 성찰하고 있지요... 해답을 함께 찾고 싶습니다.
답변달기
2010-05-27 16:20:40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