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폭격기 차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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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 폭격기 차범근

김창식

2010년 06월 07일 (월) 01:38:06

지구촌을 뜨겁게 달굴 월드컵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축구 황제 펠레, 신동 마라도나, 카이저 베켄바우어, 외계인 크루이프, 흑표범 에우제비오, 폭격기 게르트 뮐러…. 일세를 풍미한 레전드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아시아에도 잘 알려진 축구 영웅들이 있습니다. 알 자베르, 오와이란(이상 사우디), 알리 다에이, 카림 바게리(이상 이란), 알 다킬, 알 후와디(이상 쿠웨이트), 가마모토, 미우라, 나카다(이상 일본) 이회택, 홍명보, 박지성(이상 한국)….

그러나 축구 역사상 아시아 전역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선수로 추앙받는 인물은 자랑스럽게도 갈색 폭격기로 불리던 우리나라의 차범근입니다. 아시아권에서는 당분간 차범근을 능가할 선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만큼 그의 활약은 독보적이었습니다. 세계가 인정한 차범근 선수의 위대함은 우선 기록이 말해줍니다. 국내에서의 활약은 새삼 거론하지 않습니다. 그는 1989년 은퇴할 때까지 독일 분데스리가(Bundesliga)에서 뛰면서 10년 동안 308 경기에 출전, 98골을 터뜨렸습니다.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3경기당 1골, 매년 10골을 기록한 셈이니까요. 전성기인 1985~86 시즌에는 17골로 득점 랭킹 4위, 분데스리가 MVP에 오르기도 하였지요.

최근의 분데스리가는 저조하지만 '차붐(Tcha Bum‧독일 팬들이 붙인 애칭)'이 활약하던 1980년대 분데스리가는 세계 최정상의 축구리그였어요. 그는 소속 팀 '프랑크푸르트 아인트라흐트'와 '바이엘 04 레버쿠젠'을 이끌고 한 차례씩 UEFA 컵 우승도 달성했습니다. 20세기를 마감하며 최고 권위의 축구잡지 '키커'가 선정한 '분데스리가 역대 최고 외국인선수 1위'에 올랐고, 같은 해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재단)가 뽑은 '대륙별 역대 축구선수 랭킹'에서도 역시 1위였습니다. '게르만의 혼'이라 불린 세계적 축구 아이콘 마테우스('보루시아 MG' 소속, 당시 20세)도 UEFA 컵 결승(1979~80 시즌)에서 대결한 차범근을 극찬했습니다. "나는 아직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 차붐은 이미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원래 아시아권 외국인 선수 1호는 일본이 자랑하던 오쿠데라('IFC 쾰른')입니다. 차범근 선수가 분데스리가에 데뷔하고 얼마 되지 않아 오쿠데라와 맞붙어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었죠. 차범근 선수 팀('프랑크푸르트 아인트라흐트')이 3:1로 이겼으며, 그 경기에서 차 선수는 2골을 넣었습니다. 반면 오쿠데라는 7차례 헛발질 끝에 교체되었지요. 독일 주재근무를 하던 1980년대 후반 차범근 선수(당시 '바이엘 04 레버쿠젠' 소속)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 적이 있습니다. 차범근의 기량은 역시 두드러졌고 동료들이 차범근을 중시하는 플레이를 펼쳐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독일 관중이 '차붐'을 연호하며 '슈이세! (Schiesse‧ 슛)', '플랑케!(Flanke‧크로스)' 외치며 열광하던 모습과 함성이 지금도 손에 잡힐 듯하군요.

차범근 선수가 현역 생활을 접고 '울산 현대' 감독으로 데뷔한 해가 1991년입니다. 그러니 갈색 폭격기가 날개를 접은 것은 오래 전입니다. 그 후 차범근은 지도자로 변신,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고(1998년 프랑스 월드컵 기간 중 성적 부진으로 퇴진) 중국 '선전 핑안' 팀 등을 거쳐 지금은 '수원 삼성'의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 5월 감독직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타성에 젖어 감독생활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 재충전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는 전언입니다. 최근 K 리그에서 소속 팀의 성적부진(5월31일 현재 최하위)이 사퇴의 직접 요인이 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내성적인 데다 올곧고 몰입하는 스타일인 차범근 감독으로서 팬들의 비난을 감내하며 오랫동안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힘겨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리라 이해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기 짝이 없군요.부디 차 감독이 에너지를 비축하여 이른 시일 내에 우리 곁으로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월드컵에서의 우리 선수들의 선전은 우리 모두의 소망일 것입니다. 잠깐, '가린샤 클럽'이라고 아시지요? 가린샤(작은 새라는 뜻임)는 브라질의 명 드리블러였는데 제 7회 칠레 월드컵(1962년)에서 골을 넣고 곧바로 퇴장 당하였지요. 이후 '가린샤 클럽'에 가입했다 함은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퇴장 당한 공통점이 있는 불운의 선수를 일컫습니다. 현재 회원은 6명이며 우리 하석주 선수도 당당(?) 그 일원입니다. 여기서 쉬어가는 퀴즈. 이회택, 차범근, 허정무, 조광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구 선수라고요? 그야 당연하죠. 그밖에? 바로 수십 년 전 데뷔 때와 지금의 헤어스타일이 똑같다는 점입니다! 그들과 같은 시대를 호흡하고 있음이 못내 자랑스럽습니다. 그러고 보면 가수 김세환도 '헤어스타일 클럽'에 포함되어야 할 듯. 물론 분야는 다르지만요.

김윤옥 (210.XXX.XXX.12)

종횡무진,참으로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해박함에 경의를 표하고싶습니다.
스포츠엔 별 관심을 가져보지 못했었지만 온 나라를 뒤흔들던 월드컵 붉은 악마에 동화되서 샛빨간 셔츠를 입었던 추억은 오랫동안 기억하고싶습니다.
최근에사 축구를 좀 알게 되었고 박지성 선수의 성실한 자세에 깊이 감동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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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8 22: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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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173)

김윤옥님, 제가 축구 명문 중학교를 다녀서요. 축구 무척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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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0 16: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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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222.XXX.XXX.173)

차덕희님의 '열정의 재창출' 말씀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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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8 07: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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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215)

축구가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엄청 열광하지요,
좁고 분단된 국토 안에서 단순하게 열광해도 되는 응원의 열기는 놀라웠지요,
연예인 김혜자씨의 아프리카 난민활동이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헤어스타일 클럽"멤버들도 순수한 교류에 앞장서서 열기를 재창출 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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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07 19: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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