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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황새와 한국 황새
박시룡 2010년 06월 22일 (화) 01:04:08
유럽 황새들이 한국 황새들에게 묻습니다. “너희들 살 만하니? 한국에서는 1971년에 황새가 완전히 사라졌다면서? 그러다가 간신히 되살려 이제 겨우 97마리가 있고, 그나마 우리 안에 갇혀 산다면서? 유럽은 어떠냐고? 우리야 물론 다르지...”

우리 농촌과 선진국 농촌의 환경을 비교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로 유럽 황새가 사는 시골마을을 지난주에 다녀올 기회가 생겼습니다. 유럽여행을 간다면 대개가 도심을 보고 오지만, 나는 이번에 황새가 사는 유럽의 산골마을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 곳은 독일 북동부로, 옛 동독지역인 로부르크(Loburg)이고, 다른 한 곳은 프랑스 북동부의 알사스지방 오랭 주에 있는 리보빌레(Ribeauville) 황새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유럽의 황새도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숫자가 많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간 알사스 지방의 경우 1972년에 5쌍만 남았었는데, 황새 복원프로젝트를 수행한 이후 꾸준히 늘어 지금은 그 지역에만 450쌍이 산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근 40년 사이에 엄청나게 증가한 셈입니다.

단순히 유럽 황새와 우리나라 황새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우선 유럽 황새의 수가 현재 53만마리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 황새는 중국 러시아 등지에 고작 2,500마리밖에 안 됩니다. 외형은 우리 황새의 부리가 검은 데 비해 유럽 황새는 붉은 색입니다. 체격은 우리나라 황새가 조금 큰 편입니다. 성격은 많이 다릅니다. 번식기가 되면 우리 황새는 단독쌍을 형성하고 살지만, 유럽 황새는 여러 쌍이 공동으로 모여 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우리 황새는 유럽 황새에 비해 사교적이지 않습니다. 우리 황새는 논에서 물고기를 많이 잡아먹는데, 유럽은 우리처럼 논이 없어서 그런지 물고기보다 지렁이와 벌레를 더 많이 잡아먹고 삽니다.

   
  프랑스 리보빌레 황새마을. 멀리 보이는 뾰족한 지붕 위에 번식 중인 황새 한 쌍을 촬영했다.  
아침에 내가 머문 숙소에서 창문을 열었더니, 뾰족한 지붕 위에 인공적으로 마련해준 둥지에서 번식하고 있는 한 쌍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뒤에는 낮은 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산은 모두 포도밭이었습니다. 황새가 먹이를 찾아 날아가는 곳은 모두 주변 초지와 개간한 밭들이었습니다. 경관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그 경관은 아름다움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황새의 먹이가 풍부한 자연 그대로였습니다. 말하자면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으로, 그곳에 사는 황새가 참 행복해 보였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바로 유럽의 황새마을 모습이었습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유럽 황새의 수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1940년대 이후 농약 사용으로 차츰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에는 10만도 안 되는 번씩 쌍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다가 그 수는 점차 회복되어, 85년도에 13만5,000쌍으로 늘고 지금은 약 25만여 쌍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황새는 생태계에서 우산종(雨傘種ㆍumbrella species)이라고 불립니다. 황새가 살면 다른 종들도 함께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 유럽의 황새가 감소했다가 다시 회복했던 것은 바로 농약 사용을 자제한 덕분입니다. 농사에 농약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45년이지만, 그 후유증으로 생물 멸종이 빚어졌습니다. 자연히 황새들의 먹이가 고갈되면서 유럽 황새의 감소로 이어졌지요. 그것을 깨닫기 시작해 농약 사용을 줄이면서 1980년대 중반에야 황새 수는 다시 회복기미를 보였습니다.

현재 우리는 아직도 농약대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양의 농약을 사용합니다. 캐나다의 21.3배, 뉴질랜드의 12.8배, 유럽의 6.5배, 미국의 5.5배, 그리고 일본의 3배에 이른다니, 생물들이 살 수 없는 땅이라는 것이 이런 수치에서도 나타납니다. 그러니 우리 황새들의 먹이가 없는 게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완전히 사라졌던 황새는 1996년 한국 교원대가 시작한 황새 복원프로젝트 이후 현재 97마리로 늘어났습니다. 우리에 갇혀 사는 이 황새들은 곧 충남 예산군의 서식지가 복원되면 2013년부터 매년 10마리씩 자연으로 방사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다시 황새를 살리면 우리 농촌 환경도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황새가 사는 미래의 우리나라 농촌은 지금과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무엇보다 도시민들은 황새가 사는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라면 돈을 더 주더라도 안심하고 사 먹을 것입니다. 도시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면 정말 안심할 수만 있다면 농산물 가격이 좀 비싸도 사먹겠다는 사람들이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다는 데서 알 수 있습니다. 도시민들이 그 대가를 지불하면 농민들의 소득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황새가 행복하면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유럽에서 다시 배웠습니다. 아직 우리에만 갇혀 사는 우리 황새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자연이 황새가 살아갈 수 있는 땅으로 회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황새와 공생하는 녹색 새마을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그래서 우리도 유럽의 농촌처럼 아름답게 살 수 있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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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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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27)
선진국에 비해 그렇게 많은 농약을 사용하는 줄 몰랐습니다.
2013년 부터 방사예정이라니 염려됨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서 좋은 방도를 모색해야 겠지요.
좋은 여행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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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2 21:24:00
1 0
인내천 (112.XXX.XXX.244)
우리 농촌도 언제나 유럽의 황새마을처럼 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농민들이 그렇게 농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미래를 생각치 않는 농민들의 단견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정부의 농업홀대정책 때문이기도 합니다. 농업은 경쟁산업이 아닌 보호산업인데 시장경제에 내팽개쳐버리고 가격보장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수확량의 증대로 커버하기 위해 밀식하고 과비하게 되고,그러다 보니 병충해가 발생하고,그러다 보니 살충제와 살균제,제초제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할 수 밖에......
결국 농약에 찌든 곡식과 채소를 국민들이 먹게 되어 농업홀대정책은 결국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는데 언제까지 농업,농민,농촌을 변방에 버려둘 것인지 걱정됩니다.
적어도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황새도 살고 사람도 살 수 있는 중농정책을 펴는게 모두가 상생하는 길임을 인지하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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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2 15:09:01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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