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조그만 이익을 지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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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조그만 이익을 지키려고

고영회

2010년 07월 01일 (목) 02:01:56

작년에 법학전문대학원(다음부터는 ‘법전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논란도 많았지만 우리 사회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주 배출구로서 법전원을 채택했지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2조에는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을 법전원의 교육이념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좁은 문을 통과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고, 앞으로도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몰려들 것이어서 우리 사회에서 법전원의 위상은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이나 법전원의 행동 하나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뜻을 가진다고 하겠습니다.

지난 6월 24일 전국 법전원장 25명이 모인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이사장 정종섭 서울대 법전원장)가 성명서를 냈습니다. 법전원협의회는 특허침해사건에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같이 소송을 대리할 수 있는 법안에 반대하고,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주는 것을 폐지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하고 관련 기관에 의견서를 전달했나 봅니다. 성명서 내용을 다시 풀어보면 변리사에게 공동침해소송대리권을 주어서는 안된다, 변호사에게는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계속 주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성명서에서, 법률전문가를 길러내겠다는 법전원이 법률을 잘못 해석하고 있고, 그들에게 조그만 이익이라도 된다면 비록 잘못된 제도라 하더라도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욕심을 드러내고 있어 씁쓸합니다. 법전원의 설립취지와 사회적 위상을 생각할 때 법전원협의회에서 낼 만한 성명일까요.

먼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문제입니다. 변리사 법 2조에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하여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하여 하여야 할 사항의 대리 및 그 사항에 관한 감정 기타의 사무를 행함을 업으로 한다.’ 그리고 8조에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에 관하여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누가 이 조문을 읽든지 변리사는 특허사건에서 소송대리를 할 수 있구나 하겠지요. 그런데 실무상 법원은 변리사가 소송대리를 하지 못하게 문을 막무가내로 닫아 두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변호사랑 같이 해서라도 소송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습니다. 참 어이없는 일이지요. 이름 그대로 법학전문이라면 현재 실무상 잘못 풀이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도록 요구하는 게 정상 행동이겠지요.

다음은 자동자격 문제입니다. 변리사제도 초기부터 변호사에게는 서류만 내면 변리사 자격을 그냥 주어왔습니다. 선진국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에 자동자격 같은 후진제도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입니다. 자격이야 그 일을 처리할 자질을 가진 것이 확인되면 자동으로 줄 수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변호사 자격을 갖기만 하면 바로 변리사 업무를 처리할 자질이 생겨난다는 것으로 연결시킬 고리가 없습니다. 시험과목이 서로 같은 것도 아니고, 따로 지적재산권 공부를 한 사람에게만 주는 것도 아닙니다. 자동으로 자격을 얻은 사람이 4천여 명이나 되지만 90% 이상이 변리사로 활동하지 않습니다. 변호사가 이런 장롱 자격을 계속 얻어야 한다는 주장이죠.

업무처리 능력과 별개로 변리사는 속성상 이공계 전문직인데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자격을 주는 것은 이공계 전공자의 자존심과도 연결됩니다. 이런 문제들을 고려하여 자동자격을 없애는 법안을 제출하여 자동자격제도를 폐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자동자격폐지법안은 변호사 출신인 이상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할 만큼 문제가 많은 제도입니다.

잘못된 제도를 고치라고 목소리를 내야 할 법전원협의회가 쓰지도 않고, 쓸 능력도 없으면서 자동자격이란 조그만 이익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안타깝습니다. 현재 변리사법(2조와 8조)에 명확하게 규정된 소송대리권도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외치는 목소리에 머릿속이 더욱 아득해집니다.

법전원은 최고의 법률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무게감을 갖고 법을 제대로 해석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제도를 위해 사소한 이익 쯤은 포기할 수 있는 자세를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그런 것을 기대하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 철 이른 것일까요?

유희열 (119.XXX.XXX.235)

고영회 부회장님 !
더위를 잊게하는 멋진 논조가 가슴에 닿습니다. 이익집단들의 집단이기주의는 국가의 흥망성쇠라는 맨큐 올슨의 주장이 뇌리를 스칩니다. 자유경쟁시대에 내가하면 옳고 남이하면 안되고 하는짓을 소위 지성인이라는 사람들이 부끄럼하나없이 하고 있는 후진성을 볼때 아직 선진국되려면 멀었다는 느낌입니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배제와 이공계지식이 요구되는 변리사자격증을 과학기술 이해없이 변호사에게 부여하겠다는 난센스는 21세기 코메디라 아니할수 없지요
고변리사님 뒤에는 소리없는 대중이 뒷받침하고 있으니 용기를 잃지마시고 소위 입바른 말씀을 계속 하셔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룻 있기를 빕니다. 유 희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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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15: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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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bero (121.XXX.XXX.244)

어느 사회에서든 힘 있는 자가 양보하고 겸양하지 않으면 평등도 평화도 이루기 어렵습니다. 법을 연구하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자들이 제 밥그릇을 키우려도 사회정의를 외면한다면 결국 투쟁을 부르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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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10: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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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용 (119.XXX.XXX.235)

법 정신이라는 것이 있을 텐데 있다면 필시 사회 정의를 위하는 것일 텐데 정종섭 교수 같은 법조계 최고 인물이 이를 모르쇠한다면 나머지 법조인들은 어떨까 더구나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이런 행태를 보인다면 우리 사회는 어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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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08: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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