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_(방석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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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호선

방석순

2010년 07월 02일 (금) 01:38:49

서울 시내를 순환하는 지하철 2호선은 특히 이용객이 많은 노선입니다. 지난해 수송통계를 보니 하루 승객이 73만여 명으로 여러 노선 가운데 단연 최고였습니다. 60.2km에 50개의 역이 있는 2호선엔 크고 작은 오피스 빌딩과 건국대, 한양대, 이화여대,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서울대, 서울교대 등 여러 대학교들이 인접해 있어 아침저녁으로 젊은이들의 활기가 넘칩니다.

그러나 나이든 사람들의 2호선 이용엔 여러 가지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릴 때 가급적 젊은이들이 몰려 있는 쪽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혹시 먼 거리를 갈 때 젊은이들 틈바구니에 끼었다간 장시간 꼼짝 없이 서서 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요즘 젊은이들 가운데는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내리는 손님을 비집고 잽싸게 들어가 자리를 차지하는 무리가 적지 않습니다. 나이든 이들은 행동이 굼뜬 데다가 괜히 점잖은 행세까지 하려다 보면 빈자리는 당연히 젊은이들 몫이 되지요.

예전엔 주책없는 노인네들이나 얼굴 두꺼운 아주머니들이 내리는 승객들을 밀치고 들어가 먼저 자리를 잡아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작정하고 경쟁에 나선 요즘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아주 드물게 먼저 자리 잡고 앉았던 젊은이가 나이든 이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럴 때 얼른 “고맙다” 인사하고 곧바로 앉지 않으면 난감한 꼴을 보게 됩니다. 미안한 마음에 공연히 “아니, 그냥 앉아요. 나는 곧 내리니까” 어쩌고 겸양하며 어물거리는 사이 또 다른 젊은이가 재빠르게 그 자리를 차지해 버립니다. 그럼 양보한 젊은이에게 미안해서라도 정말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일단 내렸다 다시 타야 합니다.

그래서 아예 좌석 앞으로 가지 않고 문간에 서서 가는 노인들도 많습니다. 그게 훨씬 배짱 편하기 때문입니다. 자리를 양보 안 해 준다고 섭섭해 할 일도 없고, 자리를 양보 받아 미안해 할 일도 없고. 더구나 빈자리가 나서 엉거주춤 앉으려다 젊은 사람이 잽싸게 가로채 버릴 때의 민망함이란, 참으로 얼굴이 뜨거워지지요.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도 그냥 두 눈 똑바로 뜨고 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젊은 남녀가 허리를 감고 부둥켜안고 가는 광경과 심심찮게 맞닥뜨리기 때문입니다. 더러는 이성 친구의 뺨을 쓰다듬고 귓불을 만지거나 배를 쓸어주는 젊은이들도 있습니다. 그런 때에 대비해서 눈을 가릴 신문이나 소설책 한 권쯤 미리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열차에 앉아서도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는 경우는 퍽 드뭅니다. 대부분은 핸드폰으로 긴 시간 통화를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 봅니다. 차에 오르기 전에 시작된 통화가 내릴 때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곁에 가까이 있으면 그들이 어젯밤 어디서 무얼 먹고 무얼 하며 놀았는지 다 알게 됩니다. 거의 중계방송 수준입니다.

사실 핸드폰 통화라면 나이든 남자들이 더 요란하게 떠들어 부끄러워질 때도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으로 통화하다가는 큰 망신을 당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공중도덕을 상실한 지 오래된 우리로서는 아예 지하철에서 통화가 되지 않도록 중계 장비를 통제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가장 못마땅한 것은 열차 내에 음료수나 먹을거리를 들고 들어오는 경우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중독증에라도 걸린 듯 음료수, 특히 커피를 들고 차에 오르는 젊은이들을 흔하게 보게 됐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들고 차에 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불안해 보입니다. 설탕 기운이 있는 음료를 흘려 남의 옷을 더럽히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불쾌한 일입니까. 게다가 차 안에다 빈 컵이나 캔을 그대로 두고 내리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더러는 거울을 꺼내 매무새를 다듬고 아예 본격적인 미술작업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장은 지하철보다는 이른 아침 버스 안에서 더 자주 보게 되는 풍경입니다. 젊은 여성들이 한 시간 이상이나 걸리는 출근시간을 이용해 아예 밑바탕부터 마무리 화장까지 하는 모습도 이제 흔한 일이 돼 버렸습니다. 예전엔 찻간에서 화장하는 여자들은 여염집 여자로 보이지 않았는데 요즘엔 어린 여학생들까지 책보다 손거울을 가까이 하는 세상이니 흉잡힐 일도 아닐 것 같습니다.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릴 때에는 눈높이를 조심해야 합니다. 행여 90도 이상 시각을 올리다보면 다락같이 올라간 젊은 여자들의 짧은 치마 속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요즘은 대학생 또래의 다 큰 여자들뿐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교복 치마도 아랫도리가 다 드러날 만큼 짧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의 합의로 이루어진 적정한 높이가 그런 것인가요.

가끔 가다 샌들인가 슬리펀가, 딱딱한 굽을 가진 신발로 “딱! 딱!”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계단을 내려오는 멋쟁이 아가씨들의 발굽소리도 듣게 됩니다. 귀청을 때리는 그 소리의 크기는 몇 데시벨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못마땅하면 자가용 타고 다니든가, 집에 가만 엎드려 있지 그래요?” 하고 힐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 버스 안내양들이 승객들의 불평에 쏘아붙이던 소리가 그랬지요. 그러나 사노라면 그럴 수만도 없는 일이지요. 돈, 건강, 편의 등등 어떤 이유에서든 도시생활에서 대중교통, 특히 지하철을 외면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사실 이런 사설이 꼭 젊은이들을 향한 푸념만은 아닙니다. 달라져 가는 우리의 풍속도, 2010년 초여름 우리 도시생활의 활력과 경쟁력 넘치는 모습을 그려본 것이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아침 시간 지하철을 향해 뛰어가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겠습니까. 한낮에도 지하철을 가득 메우는 인파를 어디에서 또 만나 볼 수 있겠습니까.

또 한편 예전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주눅 들어 살던 우리들 젊은 시절과는 너무도 달리, 거칠 것 없는 요즘 젊은 세대에 대한 부러움과 시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하철 2호선에서 숱한 사람들과 마주치고 비비다보면 정말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다이내믹 코리아’를 실감하게 됩니다. 더 이상 동방예의지국은 아니지만 더 이상 무지렁이처럼 주변에 짓밟히고 뒤처지는 나라가 되지는 않겠구나, 하고 안도하게 됩니다.

무지렁이 (121.XXX.XXX.104)

이런 잡스런 글을 올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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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3 06: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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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41)

여학생의 교복입는 것이 위태위태해서 눈에 많이 거슬림니다.
교복을 교복답게 입어야 하는데 그런 학생이적습니다.
스커트 길이는 너무 짧고 상의는 꽉끼게 입어 섹시미를 발산하는 듯 위험한 옷입기를...
학교나 가정에서 괸심을 갖고 지도해서 미성년 보호장치로써 교복의 역활을 주입시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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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12:43:14

0		0

방석순 (121.XXX.XXX.244)

젊은이들도 이런 글을 읽도록 해 주시다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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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2 10: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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