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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의 예지력
박시룡 2010년 07월 15일 (목) 01:07:45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사람이 아닌 동물이었습니다. 8번 모두 승리 팀을 알아맞힌 독일의 점쟁이 문어 ‘파울’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렇게 8번 모두 승리 팀을 맞힐 수 있는 확률은 256분의 1이니 o.4%가 채 안 되는 아주 낮은 수치입니다. 과학자들은 학습에 의해 점치는 능력을 갖게 됐을 거라고 하는데, 그래도 너무 신기합니다. 사람들은 예지능력이 없어 점쟁이를 찾고 이런 동물들의 예지력에 놀라곤 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황새도 미래를 예측하기로는 이 점쟁이 문어보다 한 차원 높은 수준입니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말입니다만, 황새를 계속 관찰하다 보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서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이 황새에게 수호신이라는 별명을 붙여 준 것에 동의하게 됩니다.

옛날에 우리나라 황새는 한 마을에 한 쌍 이상 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럽 황새와 달리 여러 쌍이 한 지붕 위에 살지 않습니다. 그래서 황새가 사는 마을의 사람들은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고 불렀습니다. 왜 그런 이야기가 전해졌을까요?

첫째, 황새는 한 번 둥지를 틀면 수십 년 그 마을을 찾는 습성이 있습니다. 둘째, 황새는 한 번 쌍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바뀌는 법이 없습니다. 셋째, 대를 이어서 그곳에서 번식을 했습니다. 넷째, 그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살았습니다. 이처럼 고고하고 한결같은 행동 자체가 황새를 신성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어렵사리, 황새가 살았던 곳을 찾았습니다. 황새는 과거 한반도 전역에 번식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중북부지역에 터를 잡고 살았던 것을 과거 문헌과 탐문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함경도 평안남도, 그리고 남한은 경기도 충청남북도가 전부입니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 삼호리 마을의 강정원 할아버지는 6ㆍ25 이후까지 그곳에서 살았던 황새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황새는 우리 할아버지 때 이 물푸레나무 위에 둥지를 틀었지요. 6ㆍ25가 일어나기 한두 달 전이었어요. 그 해따라 둥지의 알을 돌보지 않고 부리를 부딪치며 하늘 높이 날기만 했습니다. 그것을 목격한 동네 할머니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무슨 큰 변이 일어나겠다’고. 그 직후 바로 6ㆍ25가 터졌지요.”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6ㆍ25 발발 이듬해였던가요. 군에서 휴가 나온 동네 청년이 칼빈 소총으로 황새 한 마리를 쏴 죽였습니다. 그때는 그게 희귀한 새인 줄 몰랐지요. 지금 같으면 당장 잡혀갔겠지만, 새 한 마리 죽인 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때였으니까요. 그런데 그 청년이 귀대하고 얼마 지난 후 죽었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그가 황새를 죽이는 바람에 그렇게 됐다고 믿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황새를 죽이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은 1971년입니다. 마지막 황새가 살았던 충북 음성군 생극면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 해 4월 서울 청량리에서 방앗간을 하는 사람이 레밍턴 엽총으로 황새 수컷을 쏴 죽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실형을 받은 그 사람은 동네 사람들의 눈총 때문에 한국에서 살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는데, 그곳에서 얼마 되지 않아 병으로 죽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황새 복원이 이루어질 충남 예산의 김 할머니는 아흔이 넘는 고령인데도 황새가 살았던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집 바로 옆에 큰 소나무가 있었는데, 나무 꼭대기에 황새가 둥지를 틀었어요. 어느 날 누가 와서 새끼를 훔쳐갔는지 새끼는 없어지고 어미 황새들이 논에서 슬피 울며 다니는 거예요. 하루 종일 따따딱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는 슬프게 들렸어요. 그때가 해방 전이었는데, 우리집 양반이 집을 나간 후 지금까지 소식이 없는 거예요.”

당시 황새를 가까이했던 사람 중에 황새를 영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음성의 마지막 과부황새가 그 한 예입니다. 수컷이 총에 맞아 죽은 뒤 암컷은 혼자서 감나무 둥지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 과부황새를 가장 안타깝게 여겼던 사람은 동네 사람 윤우진 씨였습니다. 그 분은 1980년 7월 위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과부황새를 지켜준 사람입니다. 동네 사람들과 함께 미꾸라지도 잡아 주고, 당국에 호소문을 보내 보호팻말도 달아 주었습니다. 문화재관리국(지금 문화재청)은 윤씨를 황새관리인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윤씨가 별세한 직후 희한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황새가 새 거처를 정했는데, 바로 윤씨의 위패가 있는 사당 바로 앞 아카시아나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여기기에는 너무 기이한 우연이라며 황새가 정말 영물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황새는 정말 영물인가요? 그리고 예지력이 있을까요? 교원대 황새복원센터에 있는 97마리를 관찰하고 있으면, 현대 동물행동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행동에 가끔 깜짝깜짝 놀라게 됩니다. ‘뇌라고는 직경 10cm도 채 안 되는 머리를 갖고 저런 행동이 가능할까?’ 과학의 한계를 느낄 때는 그저 나도 황새의 예지력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천안함 사건에 관한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 발표 직후 국민들은 금방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에 젖어 들었습니다. 우리는 황새가 암울한 전조를 알고 행동으로 미리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에게 26마리가 함께 살고 있는 큰 우리 앞에서 며칠 동안 관찰하게 했습니다. 특히 사람들의 방해가 가장 적은 밤 7~8시에 살펴보도록 했습니다. 정상적인 황새라면 밥을 먹고 평화롭게 쉴 시간인데, 이 시간에 이상행동을 보이면 그런 전조의 신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며칠을 살펴봐도 황새들은 평온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테니 여러분은 지금부터 불안해하지 말고 기말시험 공부나 열심히 해야 돼.” 그렇습니다, 우리 황새들은 평화로웠고, 그 불안은 불안으로 끝났습니다. 그러나 황새 연구팀에게 부탁했습니다. 앞으로 황새들이 이유 없이 먹이를 잘 먹지 않는다거나 갑자기 싸움을 한다거나 하면 곧바로 알려달라고.

점쟁이 문어의 예지력과 황새의 예지력은 조금 다릅니다. 그러나 인간보다 하등한 동물의 이런 행동에 늘 관심을 쏟다 보니 인간은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사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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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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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잘 읽었습니다
미물의 짐승들이지만 후각,청각,예지력이 사람보다 뛰어난 것은 상호 공존하라는 창조주의 주문이 아닐런지요~~
까치가 낮은 곳에 집을 지으면 그 해는 여지없이 태풍이 불고 바람이 드세게 불더라고요. 좋은 글 다시한번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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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6 12:06:23
0 0
차덕희 (121.XXX.XXX.124)
홈쇼핑에서 "하동 황새쌀"이라고 광고가 나오던데 복원된 황새들이 옮겨 갈 예정지로 정해 졌는지요?.
아니면 하동마을 분들의 바램인지 궁굼하네요.
황새가 살았던 마을에서는 유치작전을 세우겠네요.황새와 학은 어떻게 다른지도궁굼함니다.
학을 두루미라고도 한다고 검색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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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6 11:21:37
0 0
박시룡 (211.XXX.XXX.51)
하동황새쌀은 복원될 황새와는 전혀 상관없습니다. 백로나 왜가리를 황새와 구분못해서 백로를 황새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몇년전 하동에서 황새쌀로 이름을 붙였더군요. 학은 두루미를 뜻합니다. 황새는 한자로 관자를 쓰는데 두루미학자와 매우 흡사합니다. 그래서 관자를 써놓으면 학이라고 읽는 사람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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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6 22:25:42
0 0
LIKESUN (211.XXX.XXX.146)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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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14:16:52
0 0
UTOPCO (113.XXX.XXX.30)
전설과 같은 이야기, 참 자연스러우면서 재미있습니다. 참 신비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데 제 기억에는 두루미가 더 많이 떠 오릅니다. 두루미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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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13:56:34
0 0
박시룡 (210.XXX.XXX.73)
두루미는 우리나라 텃새가 아니고 철새입니다. 그러나 황새는 우리나라 텃새였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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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17:40:46
0 0
한세상 (119.XXX.XXX.235)
세상에 그런 일이... 정부도 황새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겠네요~ 정부 담당자는 이런 일을 알기나 할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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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12:22:3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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