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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나라에 바라는 것
안진의 2010년 08월 12일 (목) 02:43:48
"아주 높은 빌딩을 마주하고 올려다보면, 그 건물이 내게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180도 뒤로 돌아 건물을 등지고 위로 올려다보면 편히 보인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의 수교 30주년 기념 전시를 마치고 귀국한 후. 아랍에미리트 한국 대사관의 한 직원이 보내온 메일의 한 부분입니다. 두바이(Dubai)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빌딩인 버즈 칼리파(Burj Khalifa)라는 빌딩이 있는데, 그 빌딩을 앞에 두고 한 번쯤 그 말의 진위를 시험해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40도에서 50도를 육박하는, 고온다습한 살인적 열기를 피하기 위해, 저는 버즈 칼리파를 차창 밖으로 대면했을 뿐, 그 위용을 온몸으로 체험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높은 빌딩을 마주 올려다 볼 때와 뒤로 등지고 고개를 젖혀 볼 때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는 짐작이 됩니다. 그렇게 보는 각도가 달라지면 생각도 변하게 될 것입니다.

처음 두바이에 도착했을 때 저는 춤을 추듯 뒤틀린 빌딩이며 시공비는 염두에 두지 않았음직한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들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모래사막의 옅은 베이지 색과 아라비아해(海)를 닮은 사파이어 블루가 이 도시의 색깔이며, 다양한 모양이지만 유사한 색채를 갖춘 덕분에 도시색채는 안정감을 준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고백하건대 금 자판기가 있다는 7성급 호텔의 로비에서는 검은 색 부르카(burka)로 온몸을 가린 무슬림 여성의 명품 백과 긴 치맛자락 사이의 킬 힐에 눈을 떼지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주행을 할 때는 두바이 국왕의 차량번호는 두바이 1번이고, 차량번호가 작을수록 귀족이라는 말에 꽤 오랫동안 고급 승용차의 차량번호판 찾기에 한 눈을 팔기도 하였습니다.

야자수가 바다 위에 누운 모양인 ‘팜 아일랜드(Palm Island)’와 세계지도 모양의 ‘더 월드(The World)’라는 인공 섬의 규모가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라 하여 놀랐고, 아부다비의 샤디아트 아일랜드(Saadiyat Island)에 들어설 구겐하임 미술관, 오페라 하우스, 해양박물관을 제작해 놓은 모형에도 감탄하며 카메라를 연신 눌러댔습니다.

그러나 하루 이틀이 지나고 저는 이 도시를 씁쓸히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작고 초라한 두바이 박물관을 나서며 재삼 이곳의 볼거리란 빌딩밖에 없는 듯 공허하였기 때문입니다. 가끔 모스크를 발견하고, 국왕의 궁전 앞에 방목해 놓은 공작새를 보며 미소 짓는 것도 순간일 뿐. 관광의 대부분은 그저 호텔과 쇼핑몰이었습니다. 사륜 구동차로 스릴을 즐기는 사막 사파리나 도심 빌딩숲을 관광하는 것도 하루 이틀의 일정으로 족해 보이는 일입니다. 이곳엔 전통도 문화적 스토리도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가난한 어촌마을이 뒤늦게 산유국이 되어 부유강국이 된 나라. 불과 반세기도 안 되어 사막에 판타지를 만드는 나라. 이 나라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세계 최다를 지향하고 있는 곳입니다. 세계 3대 실내 스키장을 쇼핑몰 안에 만들었고, 앞으로 동계올림픽을 이 뜨거운 사막에 유치하겠다는 역발상의 나라입니다. 그러나 그 부(富)를 찬양만 하고 싶지는 않아졌습니다.

엄연히 두바이에 대한 환상 자본의 밑거름은 석유입니다. 화석 연료를 팔아 부를 이룬 나라. 이 나라가 거대 자본을 갖고 하는 일이 곧 자연의 섭리를 역행하는 일이 아닌가 싶기 때문입니다. 그 많은 돈이 들어가는 일을 보다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는 아랍에미리트의 지도자들이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세계 최다를 좇는 졸부들의 행태를 보여주지 않길 바랍니다. 오일 달러를 통해 벌어들인 부로 중동의 뉴욕과 파리가 되기보다는 우리에게 인상 깊은 아랍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그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사는 지구촌의 연대감을 위해 제3세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소외된 인류의 기아와 교육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 부자나라가 결코 21세기의 허망한 바벨탑을 쌓을 것이 아니라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빛나는 마음을 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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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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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210.XXX.XXX.102)
그렇습니다.문화유산은 결코 돈으로 살 수는 없는 것입니다.더우기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산하를 파헤치는 것은 인류재앙을 자초하는 범죄적 행위입니다. 돈으로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짧은 생각이 훗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읽기만 해도 뿌듯해지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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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4 17: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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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 (174.XXX.XXX.104)
쓰신 글이 신선한 주제여서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새 바람의 글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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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3 10: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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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 (218.XXX.XXX.147)
자유컬럼 필진에 합류하신 걸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두바이에서 보여지는 다른 면을 아주 잘 지적해 주셨네요. 서울시장도 이 글 잘~ 읽어 보시고 좀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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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2 18: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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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41)
이 귀절이 마음에 닿네요.
우리에게 인상 깊은 아랍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그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요.
문화가 문명에 짓 눌리면 않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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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2 17: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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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동감입니다
자연의 섭리에 대한 역류는 삼가는 것이 우주의 유일한 생존 공간인 지구를 보존하는 현명한 행동이죠.사막에 빌딩 보다는 푸른 숲을 가꾸는 아랍에미리트가 되길 빌며 울 나라의 4대강 사업도 친환경적으로 수정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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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2 12: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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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남,북극의 빙하와 사막이 지구환경의 밸런스를 위해 필요한 환경이라면 극복함 안되겠죠? 그런데 빙하는 몰라도 사막은 극복해야 할 대상 아닐까요? 이스라엘처럼 지하수를 개발하여 점적호스를 깔아 농사를 짓던가 나무를 심어 푸르게 만드는 것은 적극 시도해야할 과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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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3 10: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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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mond (175.XXX.XXX.18)
더 큰 문제는 그러지 말아야 할 나라들이 그걸 모방하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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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2 10:2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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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철 (211.XXX.XXX.129)
두바이에 가 보지는 않았지만, 참 좋은 말씀을 해 주셨군요. 많은 이들이 두바이의 성공을 말하는데, 전혀 다른 관점의 말씀을 해 주시니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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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2 09: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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