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광복절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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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광복절을 보내며

황경춘

2010년 08월 16일 (월) 04:00:36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이 끼어 있기는 하지만, 누구나가 바랐던 대한민국의 광복ㆍ독립을 기념하는 뜻 깊은 달이 바로 8월입니다. 그 뿐 아니라, 저 개인으로는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었다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새로운 삶을 찾기 시작한 잊지 못할 달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축복해야 할 그런 8월이 한국전쟁을 거쳐 민족과 남북 간의 분열이 심화된 가운데 한일 간의 국교 정상화 교섭이 시작되면서부터 제게는 8월이 새로운 의미의 달로 변해 갔습니다. 해마다 8월이 가까워 오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 머리는 언제나 대동아전쟁에 관련된 여러 생각으로 복잡해집니다.

3백만을 넘는 희생자를 낸 끝에, 일본제국주의는 1945년 8월 15일 연합국에 무조건 항복했습니다. 그러나 말재주에 능한 일본은 8월 15일을 패전(敗戰)이 아닌 ‘종전(終戰)기념일’이라 부르고 모든 행사를 그 이름으로 진행합니다. 전쟁 막바지에 미군이 투하한 두 개의 원자탄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시비는 그로부터 65년이 지난 지금도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수도 동경에서 열리는 중앙정부의 ‘종전기념일’ 행사에는 천황 부부가 직접 참석하여 위령제를 지냅니다. 그런 한편 8월이 가까워지면 모든 일본 언론매체는 1945년 8월 초 미국에 의한 두 차례 원자탄 공격에 관련된 기사를 요란하게 보도합니다. 물론 핵무기 폐기는 모든 인류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가장 긴급한 과제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문제로 일본제국주의자의 전쟁에 관련된 죄악과 책임을 호도(糊塗)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패전 후의 참혹했던 국민생활을 한국전쟁의 특수(特需)로 극복해 다시 경제 강국으로 회생한 일본은, 경제원조라는 미끼를 이용하여 경제 재건에 혈안(血眼)이 된 제3공화국과의 교섭에서 자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한일 국교정상화 실현에 성공합니다. 이 국교정상화는 1910년의 한일병합조약의 강제성이나 불법성에 관한 합당한 해석 없이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당연히 받았습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나 국민은 한반도 식민통치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정한 역사적 성찰(省察)과 이에 따른 사과를 줄곧 요구해왔습니다. 8월의 패전기념일에 나오는 일본정부의 담화에 우리가 신경을 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 하나 우리의 신경을 거슬리는 것은 A급 전범(戰犯)까지 합사(合祀)되어 있는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에 대한 일본 각료의 참배 문제입니다.

다행히 금년은 예년에 비해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8월에 일어나는 일본 사회의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금년이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로 연초부터 한일 양국 언론매체에서 건설적인 의견이 나오는 한편 보수우파 자민당에 이어 작년 가을 집권한 중도성향의 민주당이 처음 맞는 8 ㆍ15 행사이니 뭔가 새로운 것이 기대되었던 것입니다.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새 정부는 이 점에서 우리의 기대를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과거 어느 총리보다도 미래지향적인 견식(見識)을 엿보였습니다.

과거 일본 총리의 한일관계 발언 중에서 가장 진솔한 것으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의 1995년 전후 50년 기념담화를 듭니다. 그는 이 담화에서 처음으로 “통절(痛切)한 반성의 뜻을 표하고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의 기분을 표하고 싶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지난 8월 10일 발표된 간 총리의 담화는 대체로 이 무라야마 담화의 정신을 이어받았지만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한일합병을 민의에 반하여 강제성을 띤 것이라고 언급하여 사과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높인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동시에 간 내각은 각의(閣議)에서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참배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1천여 명의 양국 지성인들이 공동으로 성명을 통해 1910년의 한일조약은 불법이고 원천 무효라고 주장한 조항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이 간 담화는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하여 진일보(進一步)한 표현이라고 대체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일본사람 중에는 총리가 바뀔 때마다 한국에 대한 사과성명을 내야 하느냐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인식한 그들의 성의 있는 사과를 받자는 것이지, 그저 의례적인 형식적 사과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2차대전 말기의 미군 원자탄 사용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 사이의 공개되지 않은 입장대립은 오바마 대통령의 궁극적 핵무기 폐기 정책으로 더욱 복잡해진 느낌입니다. 금년 8월 6일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위령제에는 일본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많은 피폭자 대표와 유가족 그리고 시민이 참석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금년 모임에는 처음으로 반기문 UN 사무총장과 존 루스 주일미국대사가 참석한 사실입니다.

반 총장은 식순에 따른 인사말에서 핵무기 폐기를 강조해 일본 언론이 호의적으로 보도했습니다만 별도의 성명서만 내고 식장에서는 입을 다문 루스 대사에겐 실망의 빛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長崎)의 원자탄 투하를 놓고 미국에서는 60%이상의 국민이 불가피했다고 생각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비인도적 과잉수였다고 비난하는 여론이 높습니다.

미국 보수계를 대표하는 스크립스 하워드 통신(Scripps Howard News Service)의 편집인을 역임한 댄 토맷선(Dan K. Thommason)은 미국대사를 히로시마 위령제에 참석시킨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일본제국주의가 준 “아픔과 고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수백만 미국시민의 감정에 무감각(insensitive)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 사태 등을 들며 현 시점에서는 미군의 핵 억지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한 일본 간 총리의 국회에서의 발언이 이 문제에 대한 일본의 미묘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0만이 넘는 희생자를 내고 국토 일부인 오키나와를 미군에 빼앗긴 이후에도 ‘본토혈전’(本土血戰)을 외치며 미군의 본토상륙에 대비하고 있던 일본군을 항복하게 만든 원자탄 투하는 수백만의 불필요한 희생자를 구했다고 미국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 일본의 빠른 항복으로 살아남은 한 사람이지만 귀국 도중 목격한 히로시마의 참상과, 20여 년 후 기자로서 인터뷰한 한인 피폭자들의 “생지옥 같았다”는 당시의 경험담을 듣고 핵무기에 대한 이율배반적(二律背反的) 감정에 시달려 왔습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정신을 잃고 있는 지금 저의 머릿속은 더욱 착잡합니다.

인내천 (112.XXX.XXX.244)

일제의 만행이야 열번을 곱씹어도 분이 풀리지 않지만 미국의 원폭투하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국 군대의 최소 희생으로 승리키 위한 조처였다고,진주만 습격의 댓가라고 애둘러 변명할 순 있겠지만 회복 불가능한 수단을 사용한 것은 반 인륜적이기에 지탄을 받아야 합니다! 한국과 필리핀을 나눠서 정복키로 한 가쓰라와 테프트가 밀약을 맺으며 호형호제하던 그들이 죽기로 싸우다가 지금은 또 동맹국으로
처신하고 있는 현실을 반면교사로 현명한 등거리 외교를 지향해야 함에도 오직 미국으로만의 편향된 외교를 지향하다 코피 터지고 있는 현실이 심히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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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15: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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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210.XXX.XXX.54)

제 글 항상 읽어주셔 고맙습니다. 국제정세의 흐름이라 하겠지만
한, 미, 일 그리고 중국, 이들의 이합집산 생각하면 허무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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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00: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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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1)

격동과 격정의 날인 광복절이 점점 희미해져 가는듯 함니다.
교회에서도 한마디 언급이 없었습니다.
제가 읽은 책들,그속에는 "천황폐하를 위해서,옥쇄를"(전부 죽음)외치던 그들에게"원폭 투하"는 필연적 방법으로 보았습니다.
황선생님 글을 읽으면 감정을 잘 정리하시는 글입니다.
몇번이나 광복절을 보내실지 모르겠지만 시대가 준 아품을 공유하려는자세를 갖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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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12: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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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필자 (210.XXX.XXX.54)

글 잘 새겨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글레 몇번이나 더 광복절을 맟이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나 착잡한 마음은 마찬가지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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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00: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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