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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간의 순위 질서
박시룡 2010년 08월 17일 (화) 00:46:41
행동학자들은 짚신벌레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종의 동물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분석합니다. 어떤 이들은 동물과 인간을 비교 연구하여 ‘인간행동의 동물적 뿌리’라고 불릴 만한 것을 알아 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살펴보면 동물사회의 순위 질서는 인간이나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위기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행동학자들은 순위 질서 사회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이미 60년 전 노르웨이의 심리학자 셀더럽-에베(Schjelderup-Ebbe)는 닭들의 사회적 순위 질서 현상에 대해 밝혀내고, 그 순위를 쪼는 순위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일단 순위 질서가 정해지면 닭 집단의 구성원들은 평화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순위가 높은 쪽이 조금만 위협을 해도 순위가 낮은 쪽은 반항하다가 위축되어 버립니다. 셀더럽-에베는 서열이 비슷한 두 마리의 닭에서는 가벼운 싸움을 목격했습니다.

남미에 사는 다람쥐원숭이는 상당히 다투기를 즐겨하는 동물입니다. 그들은 큰소리를 지르며 맞잡고 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순위 질서계로 인해 실제로 싸움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질서는 상호 인정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다람쥐원숭이의 행동실험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나폴레옹이라는 수컷 다람쥐원숭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항상 제일 먼저 던져준 치즈 조각을 받아먹었습니다. 그가 치즈를 쥐었을 때 다른 녀석들은 그를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그 집단에서 제일 서열이 낮은 원숭이가 위험을 무릅쓰고 다가가 화를 내게 하고는 치즈를 빼앗으려 했습니다. '역전의 용사' 나폴레옹은 그 무리에서 가장 힘센 원숭이였습니다. 나폴레옹은 위협만 할 뿐 서열 낮은 원숭이를 공격하지는 않았습니다.

행동학자들은 이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힘이 약한 원숭이로서는 승산없는 싸움을 하느니 먹다 남는 치즈를 기다리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입니다. 치즈 조각을 항상 어느 정도는 남겨놓기 때문이죠. 이런 식으로 다람쥐원숭이 사회에서는 강력한 순위 질서가 집단 내의 평화를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인간과 매우 흡사한 침팬지를 통해 인간의 원시사회 구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침팬지들도 사회적 순위 질서에 의해 다스려지고 있습니다. 아주 상위 자리에는 한두 마리의 힘센 수컷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 다음에는 성숙된 암컷들이, 마지막에는 어린 침팬지 순으로 서열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나 순위는 수시로 바뀔 수 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가까이에 친구나 친척이 있느냐에 따라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 집단 내에서는 늘 다툼이 있게 마련입니다. 다만 실제로 싸움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털을 바짝 세워서 위협하는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힘을 과시하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상대에게 무섭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힘을 소모하지 않는, 즉 제스처에 불과한 것입니다. 가끔 가장 서열이 높은 침팬지는 시무룩하게 팔을 굽히고 어깨를 위로 하여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나무 잎사귀로 시끄럽게 소리만 냅니다.

빙하시대의 원시인들은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맞서 살아야 했습니다. 환경과의 투쟁에서 살아 남으려면 강함, 교활함, 그리고 난폭함을 갖춰야만 됩니다. 원시인들은 같은 친족들 내에서도 육체적인 힘과 정신적인 능력에서 가능한 한 높은 서열을 획득하려 했습니다. 서열이 높은 자만이 장작불이 타는 가장 따뜻한 자리를, 또 공동수렵을 통해 얻은 포획물에서 가장 좋은 부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자들은 빙하시대에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난폭함, 교활함, 위엄 있는 행동이 필요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후세까지 내려오는 동안 인간에게 각인되었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들은 조상들이 매머드를 사냥했을 때 그곳에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인류의 오랜 진화과정에 있던 많은 것들이 추측과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오늘날의 상황을 좀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정치에서는 순위 질서와 위엄행동이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것은 정치인들이 권력자 앞에서 미소를 그치지 않는 행위나 머리를 깊이 숙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한편 군사훈련이나 군대의 사열은 힘을 과시하며 적들에게 위협을 표시하는 유일한 목적을 지닙니다. 또 그렇게 보여야만 합니다. 힘이 있는 자만이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일면은 양순하고 정직하며 또 인도주의적입니다. 항상 평화와 평등,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합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또 다른 일면에는 교활함, 난폭, 악의가 있습니다. 인간은 착취와 억압의 선봉자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늘 위협을 느끼게 해야만 안전합니다. 수많은 예산을 국방에 쏟아 붓다가 마침내 한 국가의 살림이 탕진되고 마는 것도 그런 행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세기 강대국들의 서열싸움 한가운데에서 남과 북의 이 군사적 과시가 하루가 멀다않고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싸움을 회피하는 동물들의 투쟁의 평가*로 우열이 가려져 순위 질서가 생겨날지? 지금의 상황이 동물에게만 일어나는 그런 상황이 결코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져 가고 있습니다.

투쟁의 평가: 동물들은 싸우기 전 과시를 통해 서로 힘을 평가하는데, 약자가 물러가 진정한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함. 서열이 비슷한 숫사슴끼리 만나면 처음엔 큰 포효로 우열을 가리며 그것으로 평가가 나지 않으면 서로 평행으로 걸어가면서 우열을 가린다. 마지막으로는 뿔을 마주대고 힘과 힘으로 밀어냄. 이 단계에서 승부가 끝나지만, 그래도 안 되면 상대에게 큰 상해를 입히는 진짜 싸움으로 번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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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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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동물들의 세계에서는 힘의 우열을 통해 위계질서가 잡히고 소극적 평온을 이룰 수 있다지만
인간 사회에선 통하지 않을 것 같슴다. 그런데도 동물들처럼 무기와 돈으로 힘을 과시하고 있으니 인면수심이 분명합니다. 진정한 평화는 화해와 용서로만 담보되는 것이지 대결과 과시로는 불가능함을 역사에서 배웠는데 건망증에 걸렸는지, 치매에 걸렸는지 원 쯧쯧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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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9: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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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1)
차분히 몇번을 읽었습니다.
인간은 착취와 억압의 선봉자가 되기도 한다는 귀절이 머리에 남습니다.
두손으로 약한자를 섬기기도 하지만 대량 살상의 무기도 양산함니다.
어제의 글에 이어 인간의 이기심이 얼마나 잔인 할 수 있는지 생생하게 와 닿습니다.
편안한 비유로 써주신글 감사함니다.
답변달기
2010-08-17 11: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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