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름 앙드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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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름 앙드레 김

오마리

2010년 08월 23일 (월) 05:47:33

앙드레 김의 타계 소식을 들으니 애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와 직접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가 내 근무처에 뜻밖의 전화를 한 번 한 적이 있었고, 언론계 사람들을 통하여 내게 대한 관심을 보여 준 것도 있어 나는 그에게 빚을 진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가 사람들을 통하여 나에 관하여 한 말이나 내가 직접 받지 못했던 그의 전화 내용은 거의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귀국 후 국내 활동을 접고 다시 해외로 나가는 시점에 썼던 신문의 칼럼, 한국 패션계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그가 읽고 많이 공감하였다는 내용과 칭찬이었습니다. 그 말 몇 마디가 패잔병처럼 떠나는 내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가끔은 나 역시 그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을 통하여 그의 생활, 예술인으로서의 철학도 알게 되었지만 인간 앙드레 김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던 바, 그것은 그가 패션디자이너로서, 사업가로서의 역량보다 사람으로서 더 중요한 그 무엇이 그에게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당시, 그가 참 외로운 디자이너라고 생각했습니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그 역시, 전에 일해왔던 사회와 전혀 다른 국내 풍토에 적응하지 못하여 많은 갈등을 겪고 있던 외톨이인 나를 외로운 디자이너라고 생각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가 불모지인 한국 패션계에서, 그것도 한국 최초의 남성 디자이너로 한국 디자이너들의 그룹에 속하지 않고 홀로 독자적으로 외길을 간 소신이 마음에 들었고, 정부나 어떤 기업체의 후원도 없이 힘겹게 벌어들인 돈을 모두 쇼에 쏟아붓고 자신의 부에는 연연하지 않아 사무실조차 세입자 신세였다는 것이 가슴 아프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자들이 뽑은 그 해의 디자이너 상 시상식에 참석한 기성 디자이너들이 수상자가 국내 출신이 아닌 해외파라는 이유로 시상식 파티에서 기본예의인 축하 인사조차 하지 않던 텃세 바람이 무서웠던 패션계, 그러한 배타적인 텃세를 앙드레 김 그도 경험했을 것입니다. 더구나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잘 팔리지 않으면 쫓겨나야 하는 유통업체에 아예 입점을 하지 않고 자신의 개인 숍이나 쇼로 오직 한 길을 가던 그가 얼마나 깊이깊이 외로웠을지 알 것 같았습니다. 나 역시도 그 절절한 외로움 속에 홀로 걸어야 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실력보다는 돈이 있는 디자이너들 가까이 모든 인심이 쏠렸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수십 년 전 LA의 오티스 아트스쿨 미술관에서 열렸던 일본의 거성 디자이너 미야케 이세이(ISSEY MIYAKE 브랜드 대표)의 패션 아트워크(Fashion Art Work) 전시회는 일본 전자업체 소니와 LA 일본 영사관이 후원을 하였습니다. 그의 전시관에서 아직 젊은 새내기 디자이너였던 나는 커다란 감명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옷의 개념을 바꾸어버린 혁신성과 천재성을 가진 일본계의 카와쿠보 레이 (COMME DE GARCON 브랜드 대표)가 파리 무대에서 명성을 날릴 수 있었던 것도 일본 정부의 배려와 관심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무도 입어주지 않을 것 같던 19세기 초의 버슬(Bustle)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여 잠시 파리 패션계를 놀라게 했던 프랑스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라크루아(CHRISTIAN LACROIX 브랜드 대표)가 아직까지 수명을 지키고 있는 풍토야말로 앙드레 김이 설 수 있는 무대였지만, 모두 자신의 역량을 모르고 파리로 파리로 유행처럼 가던, 그래야만 디자이너 대접을 받을 수 있었던 그 시대에도 그는 초연하게 그 유행을 좇지 않았지요. 자신의 한계를 알고 파리무대로 진출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길을 지켜왔던 그의 무욕은 내게 감동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서양 패션사에서 차지하는 앙드레 김의 비중과 그의 디자인성에 대해서는 패션계의 후배들이 평가해야 할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여기서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그가 남들은 꾸지 못했던 꿈을 이루었고 국위 선양을 한 민간 외교의 애국자였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아프게 했던 그에 대한 비난과 루머에도 의연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그가 개인 생활을 절도있고 질서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만으로도 나는 그를 존경합니다.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오늘입니다. 그가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고 갔다는 그 하나만으로도 그는 모두에게 사랑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영혼이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jsk (121.XXX.XXX.191)

어릴적 앙드레김 사무실이 집근처 등하교 길에 있어 6년간을
늘 철마다 바뀌는 옷을 바라보고 참 아름답다고 감탄 하였답니다.
나중에 그 분의 독신이며 남자라는 것에 경탄을 하며
늘 그 분의 소식에 귀 기울렸답니다.
그분은 독신을 아주 잘 선택하셨다고 저는 생각한답니다.
그분이 만일 소크라테스나 톨스토이의 아내같은 부인이 있었다면
그렇게 외국대사부인들에게나 패션쇼를 자주할 수 있었을까? 한답니다.
무엇보다도 그 분은 통이 크시고 소리없이 남을 도와주고
자기 주윗 사람을 아낌없이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디자이너라는 멋을 아시는 분들은 기질이 그렇게 멋지신가 봅니다.
혹시 오마리님은 그런 분이 아니신가요?
독신으로 살으셨더라면 가능성100%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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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9 07: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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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덕수 (205.XXX.XXX.172)

오마리님 ! 참 외로우셨군요 대단히 죄송스럽습니다 국민을대신해서 님의글을 제 blog에 올려놓겠습니다 더더욱 분발하셔요 가끔 구름사진도 좀 보내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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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12: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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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05.XXX.XXX.172)

저도 모르는 어느 곳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음성보다 더 힘이 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외로움의 한기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저도 구름을 보내드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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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12:2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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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처음 시작하는 곳으로 가라!"
"승진 기회가 없는 곳으로 가라!"
이상은 거창고등학교 "직업 10계" 중 일부인데 고 앙드레 김 선생님께서 택하시고 걸어가셨던 길이 아닌가 합니다. 기득권에 약삭빠르게 편승할려는 요즈음 세태에 경종을 울려 주셨던 고인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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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3 14: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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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05.XXX.XXX.172)

명성보다 명예보다 부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자세로 살아가느냐
일 것입니다. 일상의 생활에서 보통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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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12: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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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83)

직면하는(face to face)관계보다 스쳐가는 인간관계는 추억속에 항상 그 위치에 존재해 주지요.
마리씨 오래간 만 인데 잘지네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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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3 11: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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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05.XXX.XXX.172)

네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항상 감사했습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바람과 구름과 그리고 강물을 따라 왔습니다. 캘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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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12: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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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봉 (123.XXX.XXX.147)

오랜만에 쓰신 글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동병상련의 감정이 있으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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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3 09: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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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05.XXX.XXX.172)

감사합니다.
같은 시대에 살며 일하며 공감대가 비숫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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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12: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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