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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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쌀’

김영환

2010년 08월 30일 (월) 01:02:42

쌀이 남아돈다고 걱정입니다. 국민 한 사람 쌀 소비량이 2009년에 74킬로그램으로 줄었습니다. 1980년에는 132.4킬로그램이었습니다. 쌀 자급률은 100%가 넘어섰다고 하지만 밀, 옥수수 등 전체 먹을거리로 보면 식량 자급률은 27% 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입맛이 높아져서 쌀 대신에 각종 면, 빵, 육류가 식탁을 차지한 것이죠. 99%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 소비량은 2008년 33.2킬로그램으로 늘어났습니다. 예부터 ‘백리 밖에서 나는 것은 먹고 마시지 말라’하시던 가르침이 무색해지는 오늘입니다. 각종 식품이 어떤 경로를 밟아 우리 입에 들어가는지는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닙니다.

식품영양학자인 한영실 숙대 총장은 ‘식빵 10개들이 한 봉을 먹을 때 우리 밀로 만들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16그램인 반면, 수입밀로 계산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무려 246그램으로 늘어난다’고 썼습니다. 서울 거주 3인 가족이 수입식품 소비를 국내산으로 바꾼다면 온실가스를 한 해 300킬로그램 정도 감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동차로 2,700킬로미터를 주행하여 발생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치랍니다.

환경 지표로 ‘푸드 마일리지’ 개념이 있죠. 미국산 자몽 한 개, 칠레산 포도 한 송이. 헝가리산 돼지고기 한 점이 수천 킬로미터 이상을 이동하여 우리 입에 들어옵니다. 수송기관이 내뿜은 탄산가스는 지구를 더럽히는 것이니 환경을 위해 ‘식(食)의 사치’를 지양하고 가까운 곳에서 나는 식품을 섭취하자는 것이죠.

결국 식량자급이나 환경을 위해서는 우리 쌀을 더 많이 먹어야 합니다. 언젠가는 터질 식량무기화 문제나 ‘애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그렇죠. 국수나 만두, 피자 대신에 밥과 떡을 더 즐겨야 됩니다. 요즘 떡은 다양한 식재료를 섞어 식미가 눈부시게 향상돼 ‘이게 떡이야? 케이크야?’하며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1866년 가을 프랑스 함대가 자국 천주교 신부 9명의 사형에 항의하여 쳐들어온 병인양요 당시 강화의 양헌수 군대는 전투를 앞둔 포수들에게 비상식량으로 인절미를 나누어 줍니다. 군에서 휴대하기 좋은 떡을 개발하는 것도 쌀 소비를 늘리는 방법일 것입니다.

요즘 농협의 하나로마트에 가보면 지난해에 비해 쌀값이 너무 떨어졌습니다. 작년 20킬로그램 한 포대에 5만원 가까이 하던 ‘아끼바레(秋晴)’가 4만2,000원 선입니다. 물론 ‘브랜드’ 쌀은 한 가마니에 40만원이 넘는 것도 있습니다. 농기계와 농약, 인건비 등 영농비는 급증하는데 쌀금은 정반대이니 농민들의 커가는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만 사회의 ‘마이너리티’가 된 농민들의 주장은 별 힘이 없는 듯합니다. 쌀 재고가 전국적으로는 140만 톤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올해도 쌀 관세화 유예 대가인 의무수입 물량이 32만 톤을 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쌀 수출이 힘겹게 늘고 있죠. 경북 의성군은 ‘의로운 쌀’이란 상표로 쌀 수출을 시작해 몽고 호주 등지에 120톤을 수출했습니다. 고성군 ‘생명환경쌀’, 태안 ‘갯바람쌀’ 등 전국적으로는 작년에 4,100톤을 수출했답니다. 우리나라 쌀이 국제경쟁력은 없다고 하더라도 각종 지원 하에 외화 획득에 나서는 것을 보면 쌀은 고사하고 보리도 모자라 춘궁기 보릿고개를 못 넘기고 굶어죽거나 초근목피, 미군들이 먹다버린 빵 쪼가리로 만든 ‘꿀꿀이죽’으로 연명하던 1950~1960년대 초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최근 국회 국무위원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남아도는 쌀을 북한에 보내자고 했죠. 간단치 않은 문제입니다. 물론 굶어 죽어 가는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인 식량 지원에 반대할 사람은 없죠. 그러나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북한에 쌀 지원을 하자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죠. 쌀 지원이 중단된 것은 북한 측의 무자비한 공격성 때문입니다.

핵무기 개발에 금강산 주부 관광객 박왕자 씨 총격 살해 사건, 황강 댐 무단 방류 6명 사망 사건, 천안함 폭침 46명 전사가 이어졌습니다. 이런 판국에 북한에 쌀을 보내면 ‘세계의 존경을 받을 것’이라며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죠. 인도주의라는 미명하에 군량미가 될 수 있는 쌀을 현 상황에서 지원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정착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남 으름장이 먹혀들었다는 자만심을 줄 것입니다. 입으로는 비핵화가 유훈이라면서 손으로는 핵과 미사일을 만들어 불바다와 핵 보복을 언급하는 이중성에 굴복한 것처럼 해서 쌀을 퍼줄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그간 남한의 김대중, 노무현 두 좌익 정권은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남북협력기금 8,728억 원을 사용해서 북한에 매년 평균 40만 톤의 쌀을 주었습니다. 돌아온 것은 핵무기입니다. 주민들은 기아에 허덕이는데도 외화를 탕진하여 북한 당 간부들은 160대의 벤츠를 선물 받았다는 뉴스도 있었죠.

앞으로도 정상회담이 무슨 큰 업적이라도 되는 양 호들갑 떨려고 뒷구멍으로 연막을 피우면서 쌀을 미끼로 쓴다면 구시대 정치와 다를 바가 없죠. 남북 간 만남이 정말 필요하다면 선물 보따리 챙겨 이벤트처럼 어디로 가고 어디로 올 게 아닙니다.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어야죠. 이산가족상봉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관계의 경색은 풀어야 하지만 덥석 쌀부터 준다고 될 게 아닙니다. 북한이 식량을 지원해달라고 공식으로 요청할 때 국민 여론과 국제 상황, 분배의 투명성을 심사숙고해서 검토할 일입니다. 지원도 생쌀로 할 게 아니라 밥으로 주민들에게 직접 주는 것이 좋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옥수수 가루를 보내던가요. 지배계급은 안 먹을 테니까요.

지구상에서 기적적인 번영을 이룩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생산한, 우리들의 ‘의(義)로운 쌀’이 공산독재 세습체제를 공고히 하여 북한 주민의 고통을 연장하는 도구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김일성은 일찍이 ‘쌀은 공산주의’라고 했습니다. 이를 뒤집어보면 우리가 북한에 무조건 쌀을 보내는 것이 공산주의를 보내는 것이란 생각은 안 드십니까?

황 현숙 (115.XXX.XXX.186)

정말 동의합니다. 무조건 성의로 남아도는 쌀 보내자는 아니라는 겁니다. 북한의 고위층들이 정치적인 쇼를 하더라도 공식적인 절차로 쌀을 신청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퍼주기 식은 이제 더 이상 안됩니다. 김대중 노무현정권에 걸친 것만으로도 분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당당하게 버티기도 하고 제대로 주민들에게 직접 전달해야합니다
제3국에 있는 교민 시민권자들을 불러서 감독하며 식량을 나누어 주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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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1 23: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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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국 (115.XXX.XXX.186)

네! 그리 생각됩니다. 공감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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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1 23: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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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걱정하시는 뜻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소탐대실의 사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때 지원한 40만톤의 쌀이 핵무기로 돌아왔다는 말씀은 비약이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은 순전히 미국 때문이 아닌가요? 핵을 만들지 않는 대신에 미국은 중수로 원전을 지어주기로 약속했는데 지어주지 않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정치,경제,외교, 군사 모든 부문에서 북을 고립시키고 있습니다,실제로 94년에는 침공 직전까지 갔으나 카터의 중재로 일촉즉발의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지 않습니까?
실제로 휴전 당사자는 남한이 아니고 미국인 상태에서 세계 막강의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미국을 상대로 살아남기 위해선 대칭 무기로는 안되니까 비대칭 무기인 핵을 개발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저도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하고 찬성하지만 수천 수만개의 핵을 가진 미국을 상대로 한 두개의 핵을 가지려는게 그렇게 비난 받아야할 일일까요?
10년 전에 17만원을 홋가하던 쌀이 지금 13만원대에 불과합니다. 말씀하셨듯이 자국의 쌀로는 부족하지만 의무수입량의 쌀수입 때문에 폭락한 것입니다.
공산품 수출을 위한(핑게지만) 어쩔 수 없는 수입이라면 대체농지 조성비를 부과하고 건축허가를 내주듯 수출업체에 농산물 보조비를 부과하여 적정가의 차액을 지불하던가 아님 북한에 전처럼 쌀을 지원하여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맞춰줘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니 우리 농민들은 죽을 지경입니다.
이도저도 못하겠음 비료,농기계.농약,비닐 등 농자재도 모두 수입하도록 풀어버리든가.....농자재는 천정부지로 솟고 쌀값은 곤두박질하고,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은 가장 대접 받아야 할 계층인데 가장 천덕꾸러기가 되었으니 어떡해야죠?
이렇게 자국의 주식을 천대하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요?
돈 몇푼,쌀 몇십만톤이 큰게 아니라 대결 구도하의 전력증강비는 천문학적 액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평화공존은 저렴하게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지만 대결 구도는 비싼 댓가를 지불하고도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상식이고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제발 소아병적 사고에서 탈출했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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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0 11:3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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