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신아연 공감
     
'공감'
신아연 2010년 09월 08일 (수) 01:06:11
"공감이 빠지니 도무지 공감이 안 되더군요."

제 글을 좋아한다는 어느 독자 분이 며칠 전 하신 말씀입니다. 자유칼럼그룹에서 '신아연의 공감'이 빠지니 '자유칼럼그룹'에 '공감'이 안 된다는 뜻이라며 설명까지 곁들여 주십니다. 물론 저 듣기 좋으라고 다른 필자들 몰래 저한테만 하신 말씀일 겁니다.

그 말이 며칠째 여운이 되어 새삼스러이 사전을 들춰 '공감'의 의미를 되짚게 합니다.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이렇게 정의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 분은 제 감정, 제 의견, 제 주장 따위에 대해 고맙게도 본인 역시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 왔던가 봅니다.

그렇다면 저는 누구의 삶, 누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제 감정, 제 의견, 제 주장 따위를 글로 풀어 왔을까를 돌아보게 됩니다.

아예 없는 이야기 만들어 내는 소설 쓰는 사람이나 영화나 책을 읽고 자기 감상을 글로 옮겨놓는 사람 말고는 사회나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아는 체를 하거나 참견을 하고 별난 감수성으로 남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는 것이 대부분 글쟁이들의 몫일 겁니다. 저 역시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 이런저런 남의 이야기, 겪은 적 없는 시대와 사회를 관념 속에서 감지하며 내 감정을 이입하여 사람들을 웃고 울렸습니다. 말 그대로 '공감'을 자아내려 애썼던 것입니다.

그런데 글과 떠나 있던 지난 두 달, 마치 장에서 숙변이 빠져나간 느낌이랄지, 단식 후 찾아 온 청정한 현기증에의 비유랄지 사는 일에 이와 유사한 투명성을 경험했습니다.
그것은 내 안의 정직성과 단순성을 회복하는 경험이었습니다.

글을 쓰지 않은 동안 제게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다름 아니라 두 달 전 식당을 연 남편과 함께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온종일 밥장사를 했습니다. 글도, 신문사 일도 잠시 접고 사는 일에 오직 몸으로만 몰두하고 있는 최근의 변화는 여태껏 머리로만 살아온 제게 '세뇌'를 넘어 '무뇌'의 지경에 이르게 했습니다.

쓰러져 단잠을 자고 다음날 일터로 달려가는 단순 리듬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순수하고 열심히 내 몫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자부심 같은 것이 찾아오더니 차차 삶의 고갱이로 몰입하는 듯한 느낌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삶이 정직, 단순해지자 급기야 강인해지기까지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 진정한 '공감'에 대한 반성어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간 내가 살아오지 않은 삶, 경험하지 못한 인생에 대해 입으로만 나불거려온 것이 수치스러워 어쩌면 다시는 '공감'을 쓰지 못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듭니다. 거짓말까지는 아니라 해도 실은 함께 느끼지 못하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감각에 의지하여 주변의 일에 공감하는 양 해온 것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본질상 삶과의 괴리가 필연적이라는 점에서 관념의 유희이자 감정적 노닥거림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쨌거나 한가한 사람들이 할 일이라는 뜻에서 그 점도 저를 부끄럽게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저는 참 열심히 산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글 쓰는 분들을 단순 매도하는 것처럼 들렸다면 매우 송구하지만 머리로만 살아온 사람을 속된 말로 저처럼 한번쯤 '뺑이'를 돌려본다면 조금은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다시 글로 돌아와 저 자신을 향해 묻습니다. "공감 계속 쓸래, 말래?" "쓸래, 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쓸래." 저를 향한 저의 다짐입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1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김명임 (115.XXX.XXX.82)
아연님 안녕하세요?
두달동안 그런 변화가 있었군요.
새로운 일 시작하신 옆지기님 축하드리며, 가게도 잘되길 기원합니다.

육체노동이 얼마나 진실한지 해봐야지만 알죠.
머리가 복잡할 때 땀흘리고 나면 얼마나 단순해지고 맑아지는지
참 신성하다는 생각을 할때가 많아요.

타인의 생각에 진정으로 공감할 일이 많아지면 참 편안하다는
느낌이더라고요. 그 반대일때는 불편하고요.
저또한 아연님의 글이 올라오면 친구에게 편지가 오듯 참 반가워요.
오랫동안 뜸하면 무슨일이 있나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이렇게 답글 쓰는 것도 즐거워요.ㅋ 저 팬 맞죠?
아연님의 진솔한 이야기 계속 기다릴게요~~~~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고 여긴 담주가 추석명절인데 그곳에서도
보름달 보며 행복한 시간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안녕히~~~~~
답변달기
2010-09-15 15:08:40
0 0
marius (220.XXX.XXX.133)
용접공의 노동, 그것이 글 쓰는 사람의 일이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생각납니다. 소설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다시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아진다는 또 다른 작가의 말도 기억납니다. 글을 제대로 쓰는 사람에게 글쓰기는 중노동 같다는 말로 들립니다. 마르케스의 글을 보면 그렇게도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절대 접지를 않았습니다. 글 쓰는 것이 숙명인지. 안 쓰고는 못 베기는 디엔에이를 타고난 사람이 작가인 것 같습니다. 신아연 작가님, 하이팅입니다.
답변달기
2010-09-13 21:20:44
0 0
신아연 (110.XXX.XXX.142)
제게 작가라는 타이틀은 과분합니다. 저는 밥을 굶어도 글은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다만 글과 삶이 따로 노는, 그런 순간이 온다면 절대 더이상 글을 쓸 수 없다는 각오는 있답니다. 격려에 감사를 드립니다...
답변달기
2010-09-14 23:23:33
0 0
김윤옥 (210.XXX.XXX.177)
며칠 전 EBS에서 '이야기의 힘'이라는 프로를 보았는데 결국 이야기가 '공감'을 받기위해서는 '머리로' 가 아닌 '가슴으로' 써야한다고 했습니다.가슴으로 써서 독자에게 공감을 부르기 위해서는 몸으로 부딪치고, 몸으로 터득한 땀이 밴 이야기보다 더 좋은 이야기는 없을 듯 합니다. 두 분이 열심히 사시는 그 일로 진정한 공감을 부르는 이야기, 이제부터 기대합니다.
답변달기
2010-09-12 23:44:34
0 0
신아연 (110.XXX.XXX.142)
감사합니다. 정말 겸손에 겸손을 더하는 하루하루입니다.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 하나하나가 그렇게 귀할 수 없다는 것, 제 인생에서 언제 또 이렇게 사람을 귀히 여긴 적이 있었을까 하는... 물론 돈을 벌기 위한 것이지만요.^^ 이 또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체득한, 일종의 눈물 젖은 빵을 먹는 기회지이요...
답변달기
2010-09-14 23:19:15
1 2
박기홍 (110.XXX.XXX.249)
지식으로 무장되지 않은 자기성찰에 숙연해 지며 공감을 합니다.
한편으론 글쟁이가 아니면 누가 사회를 풍요롭게 정화를 합니까?
.
답변달기
2010-09-09 09:37:53
2 2
신아연 (110.XXX.XXX.249)
그러기에 글을 함부로 써서는 안되겠다는 반성이 깊어졌습니다. 글의 영향력이 대단하기에 그럴수록 삶이 바탕으로 깔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변달기
2010-09-10 20:33:22
2 2
인내천 (112.XXX.XXX.244)
진정으로 공감하는 글은 삶의 현장에서 뺑이를 돌려본 사람만이 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더욱 기대하겠음다~~ 아,그리고 거기에다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탠다면 금상첨화겠죠? 그러나 진정한 글은 육체노동 보다 더한 진통 속에서 나오는 것이니 글쟁이들 넘 수월한 군으로 폄하하진 마십쇼~^^ 열심히 사시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공감"에 공감합니다!!
답변달기
2010-09-08 14:07:18
2 2
신아연 (110.XXX.XXX.249)
감사합니다. 제 글이 보다 진실되고 진해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자연에는 빚진 마음으로 사람에는 측은지심으로 그렇게 살기를 바라는데 삶의 현장은 그다지 호락호락하질 않네요.^^ 그렇죠, 글은 단순한 정신노동만은 아니겠지요. 책임과 진실성이 전제되어야 하니까요.
답변달기
2010-09-10 20:38:10
2 2
차덕희 (121.XXX.XXX.166)
시원스런 글 맛으로 제게 위안이 되었던 아연씨!
육체의 비밀을 터득하신 것 축하 드림니다.
부부께서 하시는일 풍성하길 기원함니다.
답변달기
2010-09-08 04:46:14
2 2
신아연 (110.XXX.XXX.249)
육체의 비밀이라하셨네요. 맞습니다.^^ 늘 격려의 글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새 일을 시작한 후 치이고 부대끼며 세상을 다시 배워가고 있습니다.
답변달기
2010-09-10 20:40:06
2 2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