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을 부추기는 텔레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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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을 부추기는 텔레비전

허영섭

2010년 09월 10일 (금) 01:21:27

제가 거주하는 경기도 일산 신도시의 호수공원에는 ‘절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의 청동 조각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다섯 사람이 알몸인 채로 앞쪽을 향해 나란히 꿇어 엎드려 절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공원에는 그밖에도 많은 조각 작품들이 잔디밭 곳곳에 전시되어 있습니다만, 저에게는 유독 이 작품이 눈길에 끌립니다.

이 작품의 작가인 홍익대 조소과의 김영원 교수님은 우리 조각계에서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 지난해 한글날을 맞아 새로 단장된 서울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한 바로 그 당사자이니까요. 비록 조각에 대해 문외한이긴 하지만 작가가 이처럼 권위자라는 점에서도 산책길에 나설 때마다 그 앞을 지나가면서 새삼스럽게 바라보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조각 작품의 인물들이 꿇어 엎드린 바로 앞에 텔레비전 모니터가 놓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텔레비전과 그쪽을 향해 절하는 다섯 사람의 모습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품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작품의 제목은 ‘절하는 사람’이라고 붙여져 있지만, 그들이 꿇어 엎드린 대상은 텔레비전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생각하건대, 일상생활에서 텔레비전을 깍듯하게 모시듯이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희화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조각 속의 주인공들이 무릎을 꿇고 엎드린 모습에서는 마치 신앙의 대상을 향한 종교의식의 분위기조차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도 거의 그런 것 같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이 궁금하거나 공연히 심심해질 때면 저절로 텔레비전 리모컨에 손이 가곤 합니다. 마치 텔레비전이 잡아끌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입니다. 거기에는 시시각각으로 세상의 궁금증을 풀어줄 뉴스가 있고, 재미를 안겨줄 오락거리가 가득 담겨 있으니까요. 적어도 종교적 차원까지는 아닐지라도 시청자들에 군림하는 위력은 결코 작지가 않습니다. 가히 ‘방송 권력’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문제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상식과 도리를 넘어 온갖 형태의 성 상품화 풍조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를 비롯해 영화, 가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불륜과 외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연속극에서는 걸핏하면 바람 피우고 이혼하는가 하면 청춘남녀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여자를 내세워 내 남자친구를 유혹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미성년자 프로그램에서도 가슴팍과 허벅지를 드러내다시피 한 차림의 선정적인 댄스가 걸러지지 않은 채 방송되는 것을 보면 연령에 따른 시청등급 기준도 그다지 소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물건을 선전하는 광고 화면도 결코 예외가 아닙니다. 소비자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장면과 문구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회 문제점을 보도하는 뉴스 채널에서는 어린이들에 대한 성폭력을 개탄하면서도 곧바로 이어지는 연예 프로그램이나 연속극에서는 불륜과 외설을 교묘히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여성 연예인들의 경우 신체적 노출을 은근히 강요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오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데다 이에 대한 청소년들의 죄의식이 느슨해진 것도 이런 영향은 아닐는지요.

시청자들 스스로 보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각이 마비되어 신흥종교 교주 앞에 꿇어 엎드린 신도들처럼 텔레비전의 포로가 되어 버린 실정입니다. 텔레비전을 흔히 '바보 상자'라고 부르듯이 그 앞에서 바보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주부들은 저녁식사가 끝나기 무섭게 텔레비전 앞으로 다가가 드라마에 채널을 고정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은 닮고 싶은 인물로 텔레비전 스타들을 꼽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현상이 잘못 됐다는 게 아니라 영향력이 커진 만큼 마땅히 그에 부응하는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방송 프로그램의 음란ㆍ퇴폐성을 판단하는 인식의 잣대가 흔들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적 추세가 급속히 바뀜에 따라 판단 기준도 바뀌는 것이 자연스럽겠으나 우리 사회의 도덕적 가치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마지막 보루로서의 공감대는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정부 당국은 물론 학계 및 시민단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무엇보다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내보내는 방송사 차원의 자발적인 여과기능이 중요합니다. 시청자들의 영혼을 위임받은 지배자로서 그들이 탈선하지 않도록 올바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 폐해를 깨닫게 될 시청자들로부터 집단적인 반발에 부딪쳐 오히려 고개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어야 할 것입니다. 텔레비전이 '음란한 사회'의 주동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김윤옥 (210.XXX.XXX.177)

텔레비전이 '음란한 사회'의 주동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서야 되겠습니까.... 이렇게 말씀 하실 때는 그래도 TV에 일말의 희망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겐 '그래, 나 선정적인 거 몰랐니?' 하는 뻔뻔스런 항변이 들리는 듯 합니다. 어린 소녀들이 관객을 향해 흔드는 뒷태를 보면 어미로서 부끄럽고 슬픈 맘이 됩니다. 가끔은 말장난으로 넘치는 쇼프로를 보면 전파낭비란 생각에 나라도 꺼야겠다는 생각에 리모컨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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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3 0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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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36)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볼까봐 겁이 날 정도의 위험수위지요.
청소년들의 감각을 엿보려고 쇼 프로그램을 보면 어찌나 노래가사가 천박한지...
어떠한 장치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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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0 04: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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