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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도 나누며 산다
박시룡 2010년 09월 17일 (금) 01:06:12
동물들에게도 나눔이 있을까? 사회생물학에서는 나눔과 유사한 행동을 이타적 행동이라고 합니다. 이 이타적 행동은 자신의 생존이나 번식을 희생시켜 다른 개체가 가장 많은 수의 새끼를 남기도록 하는 행동으로 정의됩니다. 동물의 이타행동에는 어미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동물들의 양육행동이 그것입니다.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를 먹인다든지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는 행동이 동물의 이타행동에 속합니다.

이런 행동들은 모두 유전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자신과 더 가까울수록 이타행동을 하게 됩니다. 나와 내 자식 간에는 유전자가 50% 공유되어 있습니다. 내 손자와는 25%가 됩니다. 그리고 나와 내 조카도 25%를 공유합니다. 만일 내가 자식이 없고 조카만 있다면 유전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최소한 조카 둘 이상을 키워야 내가 낳은 자식 하나와 맞먹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일찍이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타행동을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이기적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분명 개체로 봤을 때는 자신의 희생이었지만,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이기적입니다.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꿀벌들의 이타행동을 통해 이런 현상을 좀 더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꿀벌 사회에서 일벌들은 생물학적으로는 생식이 가능합니다. 일벌들은 새끼를 못 낳는 것이 아니고 안 낳는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일벌들은 자신의 새끼를 기르는 대신 여왕벌이 낳은 새끼를 돌봅니다. 해밀턴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왕벌은 수펄과 교미하여 일벌을 낳는데, 여기서 태어난 일벌은 여왕벌과는 유전자를 50%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벌끼리는 75%가 공유되어 있는 것이 우리 사람과 다릅니다(사람들은 형제와 자매간 유전자 50% 공유). 그 이유는 여왕벌은 염색체가 2n이지만, 수펄은 여왕의 미수정된 알에서 나오기 때문에 염색체가 n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사람과 다릅니다(사람의 염색체는 여자와 남자 각각 2n). 그래서 일벌들이 자신의 새끼를 낳게 되면 자신과 50% 유전자가 같은 새끼를 돌보게 되지만, 자신들의 자매인 일벌과는 75% 유전가가 공유되어 있기 때문에 일벌들은 자기 새끼를 낳아 돌보는 것보다 자매인 일벌들을 돌보는 것이 유전적으로 더 이익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벌과 개미들이 나눔의 사회로 오늘날까지 진화되어 온 근본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혈연선택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동물들이라고 해서 이런 나눔의 행동이 혈연 간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혈연이 아닌데도 이타행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을 호혜적 행동이라고 합니다. 호혜성이란 ‘네가 내 등을 긁어주면 나도 네 등을 긁어주겠다‘는 것입니다. 동물이 호의를 베풀면 그 호의를 입은 상대는 나중에 그에게 보답함으로써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갑니다. 물론 호의를 베푸는 비용이 받는 비용보다 적은 경우에 한해서 일어납니다.

미국의 동물학자 제럴드 윌킨슨은 남미의 코스타리카에서 흡혈박쥐를 연구했습니다. 흡혈박쥐는 낮에 고목에 매달려 있다가 밤이 되면 짐승 등을 찾아가 몰래 살갗에 작은 절개창을 내고 조용히 피를 빨아먹습니다. 그러나 마땅한 대상을 찾지 못하거나 찾았다 해도 상대에게 들켜 피를 빨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자주 배를 곯는 불안정한 생활을 합니다. 노련하지 못한 박쥐는 열흘에 하루 꼴로 이런 일이 일어나기 때문에 연이틀을 굶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박쥐는 60시간동안 피를 먹지 못하면 아사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그들은 하루 필요량 이상의 피를 빨아두었다가 잉여분은 다시 토해내서 다른 박쥐에게 줄 수가 있습니다. 흡혈박쥐들이 피를 나눠 주는 과정을 자세히 관찰한 윌킨슨은 박쥐들이 자신을 도왔던 상대방에게 기꺼이 피를 나누어 주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다른 지역에서 박쥐를 잡아와 굶주린 여러 놈을 함께 두고 피 나눔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지켜보았습니다. 다 자란 암컷 네 마리는 1지역에서 잡아온 것이고, 다 자란 암컷 세 마리와 수컷 한 마리, 어린 박쥐 한 마리 이렇게 도합 다섯 마리는 5km 떨어진 2지역에서 잡아온 것이었습니다. 1지역의 암컷 네 마리는 전부 함께 살았고 2지역의 암컷 세 마리와 어린 놈 한 마리도 함께 살던 놈들입니다. 그런데 2지역에서 잡아온 수컷은 2지역의 암컷과 상호 작용한 적이 없는 개체들이었습니다.

이 박쥐들을 함께 살게 한 뒤 윌킨슨은 계획적으로 번갈아가면서 박쥐에게 피를 공급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굶어 죽을 처지에 놓인 박쥐에게 다른 박쥐가 피를 나눠 주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박쥐들이 잡혀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던 박쥐들한테서 피를 나눠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1지역의 암컷들은 1지역의 암컷들에게만 피를 나줘 주었고, 2지역의 암컷들은 2지역의 암컷과 어린 박쥐에게만 피를 나눠 주었습니다. 어떤 박쥐도 가련한 수컷에게는 피를 나누어 주지 않았습니다. 박쥐들은 피가 필요할 때 도움을 받았던 특정한 놈에게만 자기 피를 나눠 주려 했습니다.

이들의 나눔에서 가장 중요한 법칙은 피를 주는 자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지만 받는 자에게는 큰 이익이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부자가 체중의 5%에 해당하는 피를 다른 개체에게 주면 단 2시간 굶는 정도의 배고픔을 느낍니다. 그러나 기부를 받는 자는 완전히 다릅니다. 받은 자는 약 20시간 정도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기부자의 주는 비용은 얼마 되지 않지만, 기부 받는 자는 거의 10배 정도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근연(近緣)이 아닌 개체 간 이타행동은 분명 하등한 동물보다 고등한 동물에서 더 자주 일어납니다. 그런데 최근 인간의 기부도 유전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실험결과가 나와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히브루 대학 심리학과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체에 AVPR1a라는 유전자가 있느냐 없느냐가 기부 행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당신에게 일정액의 돈이 있을 경우 그 돈을 모두 가질 수도 있고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기부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성인 실험 참가자 203명의 DNA샘플을 채취한 다음, 이들에게 12달러씩 주었습니다. 그 후 온라인을 통해 위와 같은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게임을 실시했습니다.

누가 얼마를 다른 참가자에게 주는지 관찰한 결과, 일종의 단백질 유전자인 AVPR1a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50% 더 많은 돈을 다른 참가자에게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실험은 인간의 이타적 행위가 DNA와 관계있음을 보여주는 첫 증거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이타행동도 자연선택된 진화의 산물임에 틀림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기부 유전자도 진화가 계속된다면 지금보다 더 널리 퍼져나가 더 행복한 세상이 될 거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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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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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덕희 (121.XXX.XXX.13)
동물보다 못 한,벌래보다 못 한 인간이라는 소리는 안듣고 살아야 한다는 교훈이 닦아 오네요.
노력하겠슴니다.
"나눔"의 의미를 소처럼 되새김 질 해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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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1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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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승 (121.XXX.XXX.2)
이타행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특히 흡혈박쥐에 관한 내용은 흥미롭습니다.

저는 새 사진을 많이 찍어 보니 성체끼리는 나눔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근래 좀도요, 붉은가슴도요, 검은꼬리도요, 세가락도요, 왕눈물떼새와
큰왕눈물떼새 등을 많이 촬영하였습니다.

이들은 강릉 해변에서 갯지렁이를 잡으면 자기는 사냥을 안하고
옆에서 지켜보던 새는 빼앗으러 덤빕니다.
그러면 지렁이를 잡았던 도요는 재빨리 멀리 도망가서 혼자 먹습니다.

아직까지 성조끼리는 이종 혹은 동종 새에게 나누어 주는 것을 못 보았습니다.
예외적으로 물총새는 자기가 잡은 물고기를 암컷에게 선물하는 것은 본적이 있습니다.
자기에게 이득이 있어야만 나누어주는 것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흡혈박쥐는 자기에게 이득이 없어도 나누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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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7 09: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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