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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과 소송, 이게 공정한지요?
고영회 2010년 09월 20일 (월) 01:04:40
전 한국고속철도 여승무원들이 해고된 지 4년3개월, 소송을 낸 지는 거의 2년, 2010년 8월 26일 서울중앙지법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한다.”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들은 2006년 해고된 뒤 단식과 천막농성을 거듭하며 법정 싸움을 해왔습니다. 저 판결에 따라 그들은 해고기간 동안 받지 못한 임금과 앞으로 복직될 때까지의 월급을 한국철도공사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1심 판결이 선고되자 한국철도공사는 “즉시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그들은 항소심에서 싸움을 계속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언제 싸움이 끝날지, 얼마나 고생을 더 해야 할지 앞이 아득합니다.

경기문화재단은 2008년 9월부터 개인 한은미가 보유하고 있던 ‘백남준미술관’ 상표권을 무효하거나 취소하라고 하면서 심판을 5개나 무더기로 제기했습니다. 1심인 특허심판원은 무효심판청구를 기각했지만, 경기문화재단은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대법원을 거쳐 특허심판원에서 여전히 다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이들을 ‘국가기관’이라 하겠습니다.)은 공익목적으로 있고, 나라예산으로 운영됩니다. 이런 국가기관을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는 국민 개인이 1심을 이긴다 하더라도, 국가기관은 고등법원과 대법원까지 소송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기관이 1심에서 졌는데도 끝까지 소송을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요? 1심 판결이 부당하기 때문에 항소심에서 바로잡아야 하는 사건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질 것이 뻔한데도, 2심과 3심까지 가는 다른 사정은 없을까요?

공적 업무를 잘못 처리했다면 응당 문책 받아야 합니다. 문책을 받아야 할 이들이, 걸지 않아도 될 소송을 걸고, 최종 판결을 받아 ‘법원이 그렇게 판단하는데 어쩔 수 없지.’하면서 문책을 피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닐까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쯤이면 그 담당자는 다른 자리에 가 있을 것이고, 후임자는 그가 저지른 일이 아니어서 후임자를 문책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소송을 계속하는 것은 잘못을 저지른 담당자가 책임을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라는 의심도 생깁니다.

중재법에 따른 중재는 전문성이 있고, 단심이어서 빨리 확정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가기관을 상대로 하는 다툼은 중재로 해결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가기관을 상대로 중재를 신청하는 사건에서, 국가기관은 대부분 중재합의가 없다는 이유를 대면서 중재로 처리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들에게 사건이 너무 빨리 해결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아닐까요?

개인이 국가기관과 싸움을 벌일 때 공격과 방어 면에서 공평하지 못합니다. 국가기관은 소송을 벌일 조직과 자금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조직 안에 법률가나 법률문제를 담당할 부서가 있어 법률검토, 증거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소송비용도 국민세금으로 내니 경제 부담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국민 개개인은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법률지식은 이리 저리 물어보거나 책으로 공부해야 합니다. 사건 하나 당해보면 법률전문가가 된다는 넋두리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잘못은 국가기관이 저질러도 바로잡을 책임은 국민 개인만 지는 셈입니다.

국민 개개인과 국가기관이 서로 다투는 일이야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법제도의 1심에서 잘못 했다고 판단한 사건을 국가기관이 2심과 3심까지 끌고 가는 것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국가기관에게 부당하게 취급받았다고 생각했던 국민은, 소송하는 데 별로 부담이 없는 국가기관을 상대로, 국가기관이 잘못했다는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참 힘겹습니다. 그런데도 국가기관은 자신을 위해 끝까지 싸움을 계속하려 하고, 그런 국가기관을 상대로 다툴 때 생기는 모든 짐을 국민이 부담해야 합니다. 공평하지 않습니다.

국가기관이 1심에서 졌다면 일단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계속해야 할 사건이라면, 항소사건에서는 국가기관이 상대방의 소송비용을 부담토록 강제해야 하겠습니다. 국가기관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기가 가진 권력을 자기를 위해 써도 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공권력을 향해 국민의 분노가 쌓이지 않는 사회로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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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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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119.XXX.XXX.226)
고영회 님은 항상 용기 있고, 균형 있고,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주십니다. 오늘도 멋진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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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09: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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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순 (119.XXX.XXX.226)
예, 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우리가 쉽게, 무관심하게 넘어가는 문제를 잘 집어 주셨네요. 전문가답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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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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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 (119.XXX.XXX.226)
적절한 지적이며,
우리나라는 사법부 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름 아닌 변호사의 전관예우로 인해서 돈만 있으면 형이 팍팍 내려오는 현상이 비일비재합니다. 어떤 때는 참 이것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다 같이 노력해야합니다. 따라서 정당한 형을 받아야 하는데도 법집행이 너무 느슨합니다.

개인적으로 느껴온 사항을 토로했어요. 감사합니다. 고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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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6 17: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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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119.XXX.XXX.226)
국가기관이 1심에서 졌다면 일단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좋겠습니다. 만약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소송을 계속해야 할 사건이라면, 항소사건에서는 국가기관이 상대방의 소송비용을 부담토록 강제해야 하겠습니다.

위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런걸 어쩌면 넛지Nudge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조금 세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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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 07: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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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119.XXX.XXX.226)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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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 07: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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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 (119.XXX.XXX.226)
고 변리사님께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광주광역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그러한 입법이 되도록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 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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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3 11: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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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opco (113.XXX.XXX.248)
너무나 풍부한 공권력으로 좌우되는 우리 사회입니다.
"국민의 국민에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권력자 개인의 일신과 영달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인데
오늘 새삼 법제도상의 문제를 제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이상 국민의 공복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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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1 10: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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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6)
공감해 주셔 고맙습니다. 더 이상 공복이 아닌 현실... 갑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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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3 11: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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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119.XXX.XXX.226)
고영회 부회장님 !
즐거운 중추절 멋진 글로 세상의 눈을 뜨게 해주셨네요?
시청과 싸을수 없다는 서양 속담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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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0 14: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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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119.XXX.XXX.226)
읽고 보니 국가기관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공직자들이 정말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사리사욕을 챙기는 것인지 의심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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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0 14: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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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옳습니다
정말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2,3심이 아니라 상대를 지치게해서 스스로 포기하길 바라거나 책임 회피용이 분명합니다. 국가기관과 개인간의 재판은 단심으로 끝내야합니다. 2,3심의 권리는 오히려 약자인 개인에게만 주어져야 법의 정의에도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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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0 12: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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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6)
녜, 1심에서 진 개인에게 항소할 권한을 주고요. 사실 국가가 한 일이 1심에서 졌다는 것도 보통일이 아닌데, 그것에 항소하겠다니..
의견 주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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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1 09: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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