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안진의 마음결
     
올 한가위 같지만 마라
안진의 2010년 09월 27일 (월) 03:48:53
추석연휴가 끝나고 한가위 잘 보냈느냐는 인사를 들었습니다. 특히 비 피해는 없었느냐는 염려를 많이 받았습니다. 다행히 별 어려움 없이 연휴를 보냈습니다만, 뉴스를 통해 물난리소식을 듣자니 제 일은 아니어도 편치 않은 씁쓸한 마음이었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같기만 하라 했지만 올 추석은 모두의 추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추석에 송편은 드셨는지요. 송편은 흰색과 녹색으로 솔잎을 넣어 쪄먹는데, 녹색으로 보이는 청색의 의미가 해가 뜨는 동쪽으로 자손을 의미하고, 백색이 해가 지는 서쪽으로 조상을 뜻합니다. 추석날 자손과 조상의 만남을 의미한다는 우리 전통색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송편 가운데에는 꽃송편이라고 윗부분에 꽃잎 모양을 내어 쌀가루 뿐 아니라 호박, 흑임자, 오미자, 연잎 등을 넣어 오색(五色)의 다채로운 떡을 빚기도 합니다. 오색은 다섯가지 의미의 색이기도 하지만 오(五)라는 의미는 많다, 좋다, 화려하다 등의 신비와 복된 의미들을 담고 있습니다.

콩나물,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무나 숙주 등을 정성으로 내 놓는 오색 나물을 비롯해 잡채에도 오색은 등장합니다. 흰색 양파, 붉은색 당근, 노란색 당면, 검은색 석이버섯 등을 넣고 청색을 대표하는 시금치를 넣습니다.

그런데 올 추석에는 시금치가 한 단에 5천원. 물건이 좀 좋다 싶으면 만2천원도 가고, 싼 게 파라고 하지만 파 한 단도 5천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채소만 먹으라는 거냐고 투정 부리다가는 비난을 면치 못할 일입니다.

상추 뿐 아니라 깻잎도 비싸서 곁들여 먹기가 버거워졌습니다. 깻잎 열장에 천6백원. 쌈을 싸먹는 게 아니라, 고기에 야채를 싸먹는 셈입니다. 흔하다 생각했던 동쪽 양기 생생한 청색 채소들의 비싼 몸값에 추석 장보기가 두려워졌음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정말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식사 준비를 하자니 한 끼 사먹는 게 더 싸게 먹히겠다는 푸념이 늘어만 갑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도 혹자는 딴 나라 이야기로 들을 것이고 혹자는 맞장구를 칠 것입니다. 문제는 피해라고 생각하는 당사자와 관망자 사이의 간극입니다.

추석 연휴에 내린 폭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 지역만의 상처였기 때문이었을까요? 수재민을 향해 이왕 당한 일이니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말하는 것은 관망자의 이야기입니다. 1만5천 가구의 침수 피해 상황을 접하고도 그들을 위한 현장이 아니라, 자전거로 불광천을 타고 한강을 나서서는 환상적인 한강이라며 감탄하고 있는 정치인 또한 관망자의 모습입니다.

이번 폭우가 나의 재해는 아니고 남의 재해였기 때문에 그렇게 방관할 수 있었던 것일까요? 다시 말씀 드리자면 추석은 송편처럼 조상과 후손. 우리가 만나는 의미 있는 날입니다. 오색으로 상차림을 하고 가족, 이웃과 정을 나누고 복을 기원하는 자리입니다.

내년 추석에는 부디 올 한가위같지만 않기를 소원합니다. 비싸서 못 사겠다며 입술 삐죽거리지 않고 장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풍성한 오색 밥상에 마주 앉아 구경꾼이 아닌 모두가 하나 되는 마음으로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길 기원합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3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김윤옥 (210.XXX.XXX.135)
남의 커다란 상처가 내손밑의 가시만 못한 탓에 배추김치,양배추김치간의 간극을 극복하지 못합니다. 진정성 없는 헛구호로 국민의 가슴에 메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지도자를 이제는 불쌍히 여겨주시길 기도해야 할까 봅니다.
답변달기
2010-10-01 16:14:57
0 0
인내천 (112.XXX.XXX.244)
4대강사업의 10%만 투자해도 도심의 물난리는 겪지 않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경중완급을 따져 정책을 펴야 하는데 필요치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치적에만 나랏돈을 퍼붓고 있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내년엔 다시는 물난리를 겪지 않는 정겨운 추석이 되길 빌어 봅니다.
답변달기
2010-09-27 11:07:31
0 0
차덕희 (121.XXX.XXX.123)
정말로 비가 많이와서 추석을 힘들게 보낸 가정들이 많았겠슴니다.
올해의 많은 비로 식생활의 위험을 느낀 가정이 수두룩 했습니다.
적어도 관망자는 되지않는 정치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답변달기
2010-09-27 10:49:29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