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사회는 법치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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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는 법치 사회다

김홍묵

2010년 09월 29일 (수) 01:02:36

‘공정한 사회’가 요즘 나라 안의 화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65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10 번이나 강조했던 말의 여파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야ㆍ좌우ㆍ빈부ㆍ노소 구분할 것 없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회적 대의이기 때문입니다. 공평하고 올바르다(just and fair)는 뜻의 공정(公正)은 인류의 염원이기도 합니다.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을 통해 귀가 따갑도록 들어 온 공정은 그러나 개인이나 사회에서 완벽하게 구현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끊임없는 인간의 욕망, 상대적 불만이 있는 한 아무도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비교 우위의 공정한 국가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정은 과연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병법의 대가로 알려진 손무(孫武:BC 6세기 경)의 일화는 실효성 있는 공정의 구현방식을 일깨워 주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제(齊)나라 사람 손무는 오(吳)나라 왕 합려(闔廬)에게 발탁돼 초(楚) 제(齊) 진(晋)을 굴복시킨 전략가로 병서 손자(孫子)를 남겼습니다.

맹장 오자서(伍子胥)의 천거로 오군의 원수 겸 군사(軍師)가 된 손무는 어느 날 병법에 관한 어전강의 도중 “병법을 잘만 이용하면 군인뿐만 아니라 안방 부녀자들도 군사로 이용할 수가 있다” 고 호언했습니다. 오왕 합려도 대부 오자서도 의아해 하자 그는 각서까지 쓰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박식하고 논리가 정연한 손무의 병법 강의에 감탄한 합려는 즉석에서 궁녀 180명을 동원, 손무의 조련 방법을 시험하기로 했습니다. 손무는 화려한 의상에다 머릿기름과 분 냄새가 진동하는 궁녀들을 양 편대로 나누고 하빈(夏嬪)을 좌군, 강빈(姜嬪)을 우군 대장(隊長)으로 삼아 부대를 편성했습니다. 합려는 이 광경을 누대에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손무는 먼저 다섯 가지 군사 행동규범을 알려 주었습니다. 행렬을 혼란시키는 자, 행군 시 낙오하는 자, 훈련 중 잡담하는 자, 군율을 어기는 자, 약속을 위반하는 자는 군법으로 엄벌한다는 내율입니다. “생사가 걸린 전쟁에서 행동 통일을 위한 행동규범은 군대의 명맥(命脈)이므로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알겠느냐!” 손무의 비장한 훈시에도 궁녀들은 희희덕거리고 비아냥거리며 무시하기만 했습니다.

궁녀들의 정신 상태부터 고쳐 놓아야 하겠다고 단단히 벼른 손무는 실제 훈련지침을 하달했습니다. 북을 한 번 울리면 자기 편대끼리 도열하고, 두 번 울리면 편대별로 진을 치고, 세 번 울리면 진을 풀고 제자리에 모이도록 명령했습니다. 군령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면 군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드디어 첫 번째 북을 울렸습니다. 하지만 왕의 총애를 받던 궁녀들은 편대 구성은커녕 우왕좌왕하기만 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북소리에도 포진과 도열 따위엔 관심 없이 시시덕거리기만 했습니다. 손무는 분노가 극에 달한 표정으로 군기관(軍紀官)을 불렀습니다.

부리나케 달려온 군기관에게 손무는 “군령을 어긴 군사들에게 어떤 처벌을 하도록 되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군기관은 “군사가 군령을 어기면 먼저 대장을 참형(斬刑)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손무는 바로 좌군 대장 하빈과 우군 대장 강빈을 참수하라고 명을 내렸습니다. 형리들이 장검을 들고 나왔습니다.

참형 소리에 궁녀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습니다. 더욱 놀란 사람은 오왕이었습니다. 왕은 대부 백비(伯嚭)를 불러 “하빈과 강빈은 내가 각별히 총애하는 궁녀들이니 처형을 중지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손무는 “왕명으로 임명된 지휘관은 전장에서는 왕명에 따르지 않아도 된다”며 끝내 두 대장 궁녀를 참형에 처했습니다.

손무는 새로 대장을 뽑았습니다. 오합지졸이었던 궁녀들의 행동은 놀랍도록 민첩해졌습니다. 북소리에 따라 삽시간에 편대를 이루고, 정연하게 포진하는가 하면, 원래 위치로 헤쳐모이기까지 어느 정예부대 못지않았습니다. 두 애빈(愛嬪)을 잃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오왕도 “중원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포부를 가진 왕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라”는 오자서의 충간을 받아들여 손무를 중용했습니다.

손무의 궁녀군대 만들기에서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추구하는 목적과 규정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력한 군대를 만들기 위한 행동규범과 훈련지침이 그것입니다. 다음은 법과 규정을 집행하는 데 예외가 없다는 점입니다. 전장의 군율 집행에는 왕의 특명도 특정인에 대한 특혜도 통하지 않는 법의 엄격함입니다.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도 위의 두 가지 원칙은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무엇이 공정한 것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반칙이 있으면 일벌백계하되 읍참마속도 주저하지 말아야 합니다. 평상시에도 군율처럼 법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자유 평등 평화 정의 화합 사랑이 풍만한 사회가 이루어집니다.

김윤옥 (210.XXX.XXX.135)

우리에겐 공정한 사회란 언감생심 헛 구호에 그치고 말것이라는 말씀. 공정하지 못한 사람이 *공정*을 부르짖으면 듣기에 거북하고 민망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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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1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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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12.XXX.XXX.244)

그런데 불의한 독재정권이 정의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부르짖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구린 것이 많은 정권일수록 정의니 공정이니로 자신의치부를 가리려는 얼렁뚱땅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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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0: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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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상 (119.XXX.XXX.226)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원칙을 지키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가장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야 할 법 집행에서 과연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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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09: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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