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S - 유도만능 줄기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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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S - 유도만능 줄기세포

황경춘

2010년 10월 01일 (금) 00:54:17

최근 들어 국정의 여러 면에서 어딘지 모르게 의기소침(意氣銷沈)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웃나라 일본입니다. 10년 넘어 끌어온 경제침체로 금년 상반기 실적에서는 미국에 이은 세계 경제대국 제2의 자리를 결국 중국에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그 중국과는 최근에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순시선과의 충돌로 빚어진 조그만 외교 분쟁마저 ‘굴욕적‘인 양보로 해결책을 찾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일본 국민이 지금 높은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곧 발표될 노벨 의학상의 강력한 후보자로 일본인 학자가 언급되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노벨 의학상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경도(京都)대학 iPS세포연구소장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입니다. 야마나카 씨는 2006년에 마우스 쥐를 사용해 흔히 만능세포라 불리는 iPS 즉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발견, 다음 해엔 사람의 iPS도 배양하여 온 세계에 만능세포 열풍을 일으키고 작년에는 그 공으로 미국 판 노벨 의학상이라 불리는 ‘라스커상’(Lasker Award)을 받기도 했습니다.

1945년에 제정된 이래 라스커상을 받은 300여 명의 학자 가운데 70 명 이상이 노벨상을 탔다고 하니 일본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양 나라 중에서는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낸 일본은 2008년에 네 사람의 학자가 물리와 화학 분야에서 상을 받았으나 작년에는 수상자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0월 상순에 발표될 의학상 명단에 더욱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합니다.

이 만능세포는 원래 난소에서 추출하여 배양함으로써 종교계 등으로부터 윤리문제로 강력한 항의를 받았던 것입니다. 야마나카 교수 연구 팀은 환자의 피부에서 직접 뽑아낸 세포를 태내(胎內)세포 상태로 즉 전문용어로 초기화(re-programming)하여, 그때부터 다시 세포의 속성에 따라 분열ㆍ증식시키는 과정에서 세포가 암이나 기타 악성 세포로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하여 그 변화를 저지하는 특효약 개발 열쇠를 찾는다는 이론입니다. 이 점에서 학계와 환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동 교수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서 이 만능세포의 홍보에 앞장서고 있는 인물의 한 사람이 다치바나 다카시(立花隆)입니다. 1974년 막강한 정치기반을 가진 당시 총리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씨를 실각시킨 정계고발 기사로 유명한 문필가 다치바나 씨는 그 후 왕성한 작가 활동을 계속하던 중 방광암(膀胱癌)이 발견되어 2007년 12월에 수술을 받았다는 기사를 3개월 뒤에 그가 늘 작품을 발표하는 월간 종합잡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에 실어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 후 다치바나 씨는 활동분야를 주로 암 연구와 그 치료 현장으로 옮겨, 자기의 투병생활은 물론이고 저명한 암 환자와의 대담 등, 이 방면의 권위 있는 반(半) 학술적 기사를 이 잡지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 실어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왔습니다.

이 다치바나 씨가 일본 공영방송 NHK 및 분게이슌주와 손을 잡고 대대적인 홍보활동과 이론해설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iPS 세포입니다. 지난달에 두 번째 다큐멘터리가 방송되고 잡지에는 야마나카 교수와의 장편 대담기사가 발표되었습니다. 동경대학 불문과를 졸업하고 다시 철학과에서 공부를 계속한 금년 일흔의 다치바나 씨는 최근에 얻은 해박한 의학지식을 구사하여 야마나카 교수의 어려운 이론을 청취자와 독자에게 중개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두세 번 읽은 뒤에야 겨우 이론의 윤곽을 이해하였습니다.

야마나카 교수가 피부에서 채취한 세포에서 만능세포를 배양한 반면 동경의 게이오(慶應)대학의 연구팀은 최근 환자의 혈관에서 뽑은 세포에서 iPS 세포를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야마나카 교수의 설명에서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이 만능세포의 연구로 암뿐 아니라 불치병으로 희귀병 ALS 즉 근위축성측삭경화증(筋萎縮性側索硬化症)이라는 무서운 병의 특효약 개발에도 서광이 비칠지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신체 일부 근육의 위축이 점점 온 몸으로 번져 결국 생명을 잃게 되는 ALS는 젊은 사람에겐 10만 명에 2~3 명꼴로 발생하나 50대 이상에서는 10만 명에 9~10 명까지 발생할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 무서운 병은 ‘루 게릭’병이라고도 불립니다. 미국 메이저 리그 ‘양키스’의 전설적 타자로 20세기 전반 국민적 영웅이었으나 40을 못 채운 나이로 이 병으로 비극적인 생을 마친 루 게릭(Lou Gehrig ㆍ1903~1941) 의 이름을 붙인 병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국제기구에 가입한 이 병 환자를 위한 사단법인이 있지만, 원래 치료법이 없는 병인 만큼 환자의 가족이나 환자 자신의 물심양면의 고통은 암 환자의 그것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저는 암이란 낱말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전인 1960년대 초에 암으로 부친을 잃고 약 40년 뒤에는 아내가 위암으로 진단되었으나 다행히 암을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촌형수가 이 ALS로 10년 이상 투병하다가 지난해 돌아가셨습니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가고는 있지만 한편 이렇게 인간의 힘으로 정복할 수 없는 희귀병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줄기세포의 연구 성과에 관한 뉴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을 때 집안에 ALS환자가 있는 사촌형님 일가는 말 못할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이제 야마나카 교수로 시작된 만능세포 연구가 진전돼 이 병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난치 희귀병에 대한 인류의 궁극적 승리를 다짐하는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몰려 있는 일본인의 사기(士氣)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구상 전 인류의 건강을 위해 야마나카 교수의 학문적 공적이 노벨상 수상으로 인정되고 지금까지 치료 불가능한 암이나 기타 희귀병의 특효약이 속속 개발되었으면 합니다.